한국경제사 분야 전문가인 주익종 낙성대연구소 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이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좌·우의 포스코 사용법'이란 제목의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 박사는 이 글에서 과거 정권들의 '포스코 사용법'과 관련해 "사람을 키우는 좌파, 들어먹는 우파"라고 표현했다.

그는 좌파의 포스코 사용법에 대해 "박태준(포스코 초대 회장)이 김대중 정권의 출범에 협력하고 또 말년에 박원순, 조정래 등 좌파 인물들에 협력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주 박사는 "노무현 집권기에 포스코는 독특한 사회공헌 활동을 했다"며 "2004년부터 5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았던 박원순의 제안에 따라 2005년 좌익 운동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좌파 정권이 포스코 자금을 이용한 좌파 인사를 키우는데 이용했다며 "30명의 좌파단체 운동가를 선발해 해외 연수비용(연수자 본인들에게 3만달러, 해당 학교에 1인당 매년 1만달러씩 지출)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선발 대상인 시민단체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좌파 단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좌파 인사들이 포스코로부터 지원 받은 구체적 사례도 지적했다.

주 박사는 "제1기 참가자 중 하승창은 현 문재인 정권의 비서실 사회혁신 수석비서관이 되었고, 홍일표는 정책실장실의 선임행정관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욱식은 현재 평화네트워크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다. 또 제3기 참가자 중 정현곤은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이 되었으며, 이태호는 현재 문재인 정권의 중심축이라 할 참여연대의 정책위원장이다"라며 "포스코는 핵심 좌파 운동가를 제대로 지원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끝난 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기 포스코와 관련해선 "시민운동가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고 언급하며 "포스코는 우파 활동가를 지원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를 정권의 쌈지주머니로 여겨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끌어들였고, 또 포스코가 온갖 부실회사들을 인수토록 했다"며 "마구잡이로 확장했으니 제대로 성공할 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주 박사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좌파 정권은 핵심 인물을 키우는 데 포스코를 써먹었다. 반면 우파 정권은 그냥 들어먹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작금 우파가 폭망하고 좌파가 기세등등한 것은 이런 데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아래는 주익종 박사의 페이스북 글 전문(全文)

좌 우의 포스코 사용법 – 사람을 키우는 좌파, 들어먹는 우파

작년 말에 포항제철소 성립 과정에 관한 논문을 한 편 쓰고(경제사학지 게재), 최근에는그 부산물로서 박태준의 포스코 ‘역사 사유화’에 관한 글을 썼다. '역사 사유화'란 마치 박태준 혼자서 포스코를 만들고 키운 것처럼 회사 역사를 조작한 것을 가리키는데, 내가 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서 임의로 쓴 말이다.

여하튼 상기 작업 과정에서 포스코와 박태준이 노무현 정권기에 정부에 어떻게 협력했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를 이명박 정권이 포스코를 어떻게 다루었나와 비교해 보니, 매우 대조적이었다.

박태준이 김대중 정권의 출범에 협력하고 또 말년에 박원순, 조정래 등 좌파 인물들에 협력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노무현 집권기에 포스코는 독특한 사회공헌 활동을 했다.

포스코는 2004년부터 5년간 박원순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포스코는 2005년에 박원순의 제안에 따라, 좌익 운동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시민단체 활동가 해외연수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좌파 단체 운동가들을 미 유수 대학에서 1년간 연수시키는 사업이었다. 그해 확대 출범한 포스코청암재단이 이 사업을 맡았다(청암은 뱍태준의 호). 재단은 2006~2008년 30명의 좌파단체 운동가를 선발해 해외 연수비용(연수자 본인들에게 3만달러, 해당 학교에 1인당 매년 1만달러씩 지출)을 제공했다.

선발 대상인 시민단체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좌파 단체였다. 제1기 참가자 중 하승창은 현 문재인 정권의 비서실 사회혁신 수석비서관이 되었고, 홍일표는 정책실장실의 선임행정관이 되었다. 정욱식은 현재 평화네트워크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다. 또 제3기 참가자 중 정현곤은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이 되었으며, 이태호는 현재 문재인 정권의 중심축이라 할 참여연대의 정책위원장이다. 포스코는 핵심 좌파 운동가를 제대로 지원한 것이다.

우파 정권은 어떠했던가.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출범했다. 포스코는 2009년 상기 시민운동가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그뿐이었다. 우파 활동가가 없어서였는지 몰라도 포스코는 우파 활동가를 지원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포스코가 아니라 이명박이 그러했다.

대신 이명박(혹은 만사형통의 이상득)은 포스코를 정권의 쌈지주머니로 여겨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끌어들였고, 또 포스코가 온갖 부실회사들을 인수토록 했다. 기업경영인이라면 누구나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한다. 더구나 포스코처럼 남의 돈 갖고 사업을 벌이는 거라면 그 충동은 더 강하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는 해외제철사업뿐 아니라 비관련 사업에도 막대한 투자를 했다.

마구잡이로 확장했으니 제대로 성공할 리가 없었다. 그룹 전체가 부실해졌다. 2007년 말, 그러니까 이명박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연결기준 포스코 부채비율(=부채/자본)은 44%에, 차입금은 5조 4,310억원이었다. 이명박이 물러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2013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84%로 치솟앗고, 차입금은 26조 2,466억원으로 급증했다. 그 와중에 숱한 부정행위가 벌어졌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미국 연수 1년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상당한 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좌파 정권은 핵심 인물을 키우는 데 포스코를 써먹었다. 반면 우파 정권은 그냥 들어먹었다. 작금 우파가 폭망하고 좌파가 기세등등한 것은 이런 데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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