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원들 표결직전 퇴장…"개헌무산 책임전가용 선거전략, 협치 포기"
'개헌논의 이어가자'는 4野, 선거구제 개편 연계 논의 지속에도 입 모아
與는 "대통령 발의案에 국민 얼굴에 웃음 가득했는데…전적으로 野책임"

24일 오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본회의에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만이 의석을 채웠다.(사진=연합뉴스)
24일 오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본회의에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만이 의석을 채웠다.(사진=연합뉴스)

여야 합의 무시, 절차적 위헌 논란 등을 초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이 국회 표결 시한인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 참여한 가운데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에 정의당까지 4개 야당이 모두 개헌 투표에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192명)에 미달됐다. 투표 직전에는 여야 일부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개헌안 투표 강행 또는 철회를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표결 직전 퇴장해, 결국 민주당 의석(118석)에 다소 못 미치는 114명의 의원만이 투표했다. 이에 따라 '투표 불성립'이 되면서 대통령 개헌안은 발의(3월 26일) 2개월 만에 처리가 불발됐다. 대통령 개헌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야당은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그동안 '6월에 여야가 합의 개헌안을 마련하고 연내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개헌 시간표를 제시했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앨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안이 담긴 분권형 개헌안을 충실히 마련하자는 취지를 내세웠다.

한국당은 개헌투표 무산 직후 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발의 쇼로 시작한 대통령 개헌안이 오늘 표결처리 쇼로 마무리됐다"며 "개헌 추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해 달라는 야 4당의 간곡한 호소는 정부·여당의 독선과 아집에 무시당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국민투표법 개정이 무산된 다음날(지난 4월24일) 국무회의를 통해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고 스스로 선언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개헌안 표결을 강행한 것은 개헌무산 책임을 야당에게 돌려 지방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술수이자 야4당과 협치를 포기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바른미래당, 민평당, 정의당 등 야당도 개헌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평당 김광수,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의석 수가 적은 이들 야당은 개헌은 물론 6월 개헌 무산으로 논의가 멈춘 선거구제 개편 문제도 다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병완 민평당 원내대표는 "여야 8인 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 국회가 주도하는 개헌안 논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신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한국당은 선거구제 개편과 국회의원 권한 축소를 포함하는 국민개헌안 합의를 헌정특위 활동 시한인 6월 말까지 이뤄내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국민개헌을 완수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야당 탓'으로 일관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개헌투표 무산 직후 당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나오자 마자 국민은 환영했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행복해 보였다. 나라다운 나라의 설계도인 헌법을 국민은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제한 뒤 "헌법에 따라 발의안 의결 책무를 저버린 야당들은 국민이 바라는 개헌을 하지 않은, 이유도 없이 당리당략을 지키려는 호헌세력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야권을 비난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오늘은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 국회' 오명을 쓰는 날이 될 것 같다"면서, 개헌 투표와 함께 차기 국회의장단 선거도 무산된 점을 거론하며 "결국 여러 정당들의 당리당략으로 국회법을 무시하고 공백 사태를 초래한 것에 정말 국민께 고개를 못 들겠다"고 거들었다.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 60% 이상이 대통령 개헌안에 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개정의 호기를 놓쳐버리고 만 것은 전적으로 야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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