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겨냥한 친윤(친윤석열)계의 전략이 선명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나경원 끌어안고 안철수 팽시키기’이다. 이는 친윤계의 유일한 돌파구이다. 나경원, 유승민 전 의원의 당대표 경선 불출마 선언 이후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후보를 상당한 격차로 앞서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윤계 핵심 장제원의 프레임= 안철수는 ‘적’이고 나경원은 ‘동지’이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호 국회(임시회) 개회식에 참석하며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호 국회(임시회) 개회식에 참석하며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발언만 봐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장 의원은 6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에 대해서는 ‘애정’을, 안 후보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장 의원은 “대통령실의 안 후보 공개비판이 당무 개입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당무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안 후보 측에서 먼저 윤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였다”면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대통령과 측근 갈라치기,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등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안 후보가) 주말 아침에 비대위나 선관위의 입장을 요구하지 않았나. 그래서 정무수석이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내 경선에 더이상 대통령을 거론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를 대통령과 측근을 갈라치기하는 정치인으로 규정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안 후보가 ‘동지’가 아니라 ‘적’이라는 점을 분명히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의원은 그러나 나 전 의원에 대해서는 “우리의 공동 목표인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나 전 의원이)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고 언급, 사실상 김기현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요구했다. 나 전 의원을 공개 비판하고 사실상 불출마를 압박한 초선 성명서에 연명한 초선 의원들이 이날 오후 나경원 전 의원을 찾은 것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나아가 “저도 지난 10년간 함께했던 나 전 의원에 대해 여러 감정이 얽혀 마음이 불편했다”면서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분열보다는 하나가 되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친이준석계 당대표 주자인 천하람 후보에 대해서도 관용적 태도를 취했다. 천 후보가 친윤 핵심 그룹을 '간신배'라고 지칭한 것과 관련, “젊은 정치인이 패기 있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감싸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동료를 간신으로 매도했다”며 나경원 비판했던 초선 의원들, 5일과 6일 연거푸 나경원 만나

나 전 의원을 공개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해,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명 중 8명도 6일 나 전 의원을 만났다. ‘위로 방문’이라는 설명이었지만, 실제로는 김기현 후보 지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민의힘 동작을 당협사무소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방문을 받고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민의힘 동작을 당협사무소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방문을 받고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성민 등 초선 의원 9명은 6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나 전 의원 사무실을 찾아 약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박성민 의원 외에 강민국·구자근·박대수·이용·이인선·전봉민·정동만·최춘식 의원 등이 함께했다. 이들 중 박대수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나 전 의원을 비판한 초선의원 성명에 동참했었다.

박성민 의원은 나 전 의원을 만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나경원 (전 원내)대표님께서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고 두문불출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초선 의원 몇 명이 개인 자격으로 나 대표님을 위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당이 엄중한 시기에 나 대표께서 나오셔서 여러 고민도 같이 나눴으면 하는 그런 의미로 찾아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나 전 의원의 반응과 관련, “감사하다고 말씀하셨고, 고민해서 조만간 어떤 방법으로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의 발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명은 지난달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 해임에 대해 “대통령 본의가 아닌 것으로 안다”는 글을 SNS에 올리자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했다”며 집단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초선 의원들이 집단 비판 이후에 나 전 의원을 찾아 간 것은 6일이 처음이 아니다.

김기현도 3일과 5일 나경원 만나서 지지 선언 요청...향후 전방위적 연대 압박 고조될 듯

김기현 후보가 5일 강릉으로 가족여행을 간 나 전 의원을 찾아가 연대를 요청했을 때, 박성민·이인선·정동만 의원도 동행했었다. 김 후보는 지난 3일에도 용산구 자택으로 나 전 의원을 찾아가 만나서 자신에 대한 지지 선언 및 연대를 요청했었다.

동행한 초선 의원들은 나 전 의원에게 비판성명과 관련해 사과와 위로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우리 당의 성공을 위해 일조하겠다’는 취지의 말로 화답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김 후보는 3일과 5일 두차례, 나 전 의원 비판성명을 냈던 초선 50명 중 일부는 5일과 6일 각각 두 차례씩 나 전 의원을 만나 연대를 압박한 것이다. 앞으로도 나 전 의원을 향한 친윤계와 초선의원의 전방위적 연대 압박은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이 6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수구 갑·을 당원협의회에서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이 6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수구 갑·을 당원협의회에서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윤계의 유일한 필승카드=안철수 고립시키고 나경원 지지층 다시 흡수해야

이처럼 장 의원을 필두로 한 친윤계가 안 후보를 ‘비윤 핵심’으로 지목해 고립시키려고 하면서 나 전 의원과의 연대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현재 당권주자 판도를 보면 나타난다.

나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안 후보가 김 후보를 앞서는 양강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친윤계 입장에서는 ‘안철수 고립구도’를 고착화시킨 가운데 나 전의원 지지층을 다시 흡수하는 게 유일한 필승카드가 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안철수·김기현·윤상현·조경태·천하람·황교안 후보 등 6명을 예비경선에 나설 후보로 확정했다. 이어 오는 8~9일 이틀 동안 이들 6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책임당원 6000명이 참여하는 예비경선을 실시, 본 경선에 나설 4명을 결정하게 된다.

3.8전당대회에서는 4명의 후보에 대한 당원 100% 투표로 당대표를 선출한다. 1차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만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김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차범위 밖인 경우도 있고, 오차범위 내인 경우도 있다.

매일경제신문·MBN이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2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중 국민의힘 지지층 313명을 대상으로 한 당대표 적합도(다자대결시)에서 안철수 후보는 36.0%, 이어 김기현 후보 25.4%, 황교안 후보 5.0%, 조경태 후보 2.3%, 천하람 후보 2.1%, 윤상현 후보 0.3% 순으로 집계됐다.

안 후보와 김 후보 간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안 후보 45.6%, 김 후보는 37.6%의 지지율로 조사됐다. 오차범위 밖의 격차로 안 후보가 우세한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