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전화도 압수돼 취재진 실시간 연락 곤란…25일 보도 나올듯

북한 정권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 취재차 원산에 도착한 미국·중국·영국·러시아 4개국 취재진에게서 선량계(방사선 측정장비)부터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실험장 부근은 이미 6차례나 반복된 핵실험으로 주민들이 건강 이상이나 기형아 출산 등 방사능에 피폭으로 인한 증상(일명 '귀신병')을 겪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장소다.

지난 22일 외신 기자 20여 명과 함께 원산에 도착한 영국 스카이뉴스의 톰 체셔 기자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원산 공항에서 위성전화가 압수됐고 핵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장치인 방사선량 측정기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기자는 "여러 차례 항의에도 불구하고 (북측) 관계자들은 실험장이 완전히 안전하기 때문에 그것(방사선 측정기)이 필요하지 않다고 장담했다"고 보도했다.

그 다음날(23일) 뒤늦게 방북 허가를 받은 한국 취재진도 가져간 방사선 측정기와 위성전화를 압수당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약속했던 핵 전문가 초청 방침을 백지화한 데 이어 취재진의 방사능 측정도 막은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핵실험장 폐기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이 무색해졌다"고 했다. 

미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었다는 원산공항에 비행기라고는 우리가 타고 온 한 대밖에 없다"며 "고급호텔도 투숙객이 우리밖에 없다"고 했다.

러시아투데이의 이고리 즈다노프 기자는 "아침으로 신선한 과일, 점심으로 샥스핀 수프, 저녁으로 게 요리가 나왔다"며 "왕족처럼 환영받았다"고 했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22일 "풍계리에서 서쪽 갱도와 북쪽 갱도의 폭파 장면을 볼 수 있는 전망대 공사가 거의 완료됐고,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도로도 새로 자갈을 깔았다"고 했다. 또 남쪽 갱도 근처 언덕에도 새로운 전망대가 설치되고 있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핵실험장 폐기식은 24일 오후 중 진행될 전망이다. 취재진을 파견한 민영통신사 뉴스1에 따르면 한국 포함 5개국 취재진 30명은 23일 오후 7시 원산에서 재덕역으로 출발했다. 

각 취재진에게는 4개의 침대가 놓인 열차 칸이 배정됐으며 북측은 바깥 풍경을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를 올리지 못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원산에서 재덕역까지 거리는 416km이며 시속 35km 가량의 열차로 달려간 취재진은 이날 오전 중 재덕역에 도착했을 것으로 이 매체는 추정했다. 재덕역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는 21km 거리인데 버스로 당도하는 데 2~4시간, 핵실험장에서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가는데는 1~2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한국 기자 8명을 포함한 총 30명의 취재단은 이날 오후 중 방사능 방호복을 차려입고 해발 2205m 만탑산 골짜기에 위치한 핵실험장에 발을 디딜 전망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기사 또는 사진, 영상을 송출하거나 송고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원산 프레스센터까지 수백 km를 다시 이동해와야하기 때문에 오는 25일에야 기사 등 송고가 가능할 것으로 뉴스1은 예상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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