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과 같은 ‘공공요금 폭등’을 이슈로 삼아 대정부 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희석시키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 대책 발표회에서 참석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 대책 발표회에서 참석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이 만든 2개의 허수아비=30조원 추경 예산과 전기· 가스요금 급등에만 초점 맞춰

2월 임시국회는 6~8일 대정부 질문으로 시작된다. 특히 7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은 난방비 및 전기요금 폭탄을 비롯한 물가급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부실을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세는 또다른 ‘허수아비 논법’이다. 허수아비 논법은 논쟁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쉬운 가공의 인물로 바꿔놓은 뒤, 그 허수아비를 공격함으로써 우위를 점하는 방법이다. 지난 1월 불거진 전기· 가스요금 폭탄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잘못된 정책의 산물인데, 민주당은 난방비 지원 등을 위한 3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의 문제로 치환시켜 공격하고 있다.

또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와 가스요금’에만 초점을 맞춰서 정치공방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이재명, “전 가구 대상으로 난방비 지원하라”며 윤 정부 압박

민주당은 벌써 공공요금 폭등 현상을 빌미로 삼아 윤석열 정부의 ‘민생 실패 책임론’이라는 프레임을 구축하고 있다. 물가 급등으로 민생고가 깊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전 정부 탓만 하면서 적극적 해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5일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불러 모아놓고 ‘난방비 폭탄 지방정부대책 발표회’를 열었다.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활용해 서민층 난방비 부담을 줄인 사례들을 공유하면서 윤 정부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파주시처럼 전체 예산이 중앙정부의 300분의 1밖에 안 되는 지방정부도 국민을 도우려 애쓰는데, 중앙정부가 (이를) 못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면서 “모두가 힘든 때인 만큼 전 가구를 대상으로 (난방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연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언급한 '30조원 민생 프로젝트'를 위한 추경예산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민이 민생고에 빠져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검찰을 동원해 야당 대표인 이재명을 탄압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논리를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전략인 것이다. 특히 국민 전 가구를 대상으로 한 난방비 지원금 7조2000억원을 추경에 포함시킴으로써 일종의 포퓰리즘 정책을 펴려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전기요금과 가스비 인상문제 방치했던 문재인 정부에 원죄 있어”

이 같은 공세 논리에 대한 국민의힘 대응 논리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화근이라는 점에 있다.

지난 1월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7% 급등했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기 계량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월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7% 급등했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기 계량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와 가스비가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과 가스비 인상 문제를 방치하고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생산 단가를 높인 탓에, 윤석열 정부가 고스란히 덤터기를 쓰게 됐다는 반박이다.

국민의힘은 “가스비는 지난 정부 동안 LNG 도입 단가가 2~3배 이상 급등했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에서 가스비를 13% 정도밖에 인상하지 않아서 누적적자가 크게 늘어났다”면서 “탈원전한다고 해서 값비싼 신재생에너지와 화학에너지, 화석연료 에너지를 주로 사용하는 바람에 전력생산단가가 급등해 한전 수지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에서 전기요금 160% 폭등했던 2021년, 한전 전기요금 인상률은 15%에 그쳐

사실 전기와 가스요금 폭등은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리스크 이슈를 희석시키기 위한 빌미로 삼을 만큼 심각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인위적으로 요금인상 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게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7% 급등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기료는 1년 전보다 29.5% 상승했다. 이는 1981년 1월(36.6%) 이후 42년 만의 최고치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4·7·10월 그리고 지난 1월에 인상됐다. 이전 정부에서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했다. 1월에도 전월 대비 9.2%라는 큰 폭의 상승이 불가피했다.

지난해 4·5·7·10월에 인상됐던 도시가스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36.2% 올랐다. 1998년 4월(51.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난방비 상승률은 작년 10∼12월과 같은 34.0%였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은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서민 연료'인 등유는 1년 전보다 37.7% 상승했다. 지난 1월 강력 한파가 닥쳤던 만큼, 서민들의 실제 연료물가 부담은 대단히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폭등기를 거쳤다. 그 시기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다. 예를 들면 지난 2021년 9월 기준으로 전력도매가격의 경우 영국 160%, 프랑스 48%, 독일 36%씩 각각 인상됐다. 유럽 국가들의 화력발전 원료는 천연가스이다. 이 가스 수입원인 러시아산 가스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반면에 2021년 한국전력의 연간 전기요금 인상률은 15%에 그쳤다. 연료값 인상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흑자 공기업이던 한전은 30조원대 누적적자를 떠안게 됐다. 한전의 가스 수입원은 다변화돼 있어서 유럽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으나, 원료값 인상분을 한전에 떠넘기는 방식을 문재인 정부가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료는 1년 전보다 29.5%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했다. 사진은 1월 전기요금 청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기료는 1년 전보다 29.5%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했다. 사진은 1월 전기요금 청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1월 연료물가 지수는 31.7% 올랐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안정화 추세

더욱이 전체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 추세이고, 당국의 예측 범위내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적인 물가상승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한국만 유독 물가 폭등사태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이다. 유가 인상 상승폭이 줄어들었으나, 전기요금이 9.2% 인상되고 한파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 인상 등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명백한 둔화 추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6.0%), 7월(6.3%) 2개월 연속 6%대로 올랐다가 8월(5.7%), 9월(5.6%) 두 달 연속 상승폭이 둔화했다가, 10월(5.7%) 다시 확대됐으나 11월과 12월에는 5.0%로 하향세를 보였다. 최근 6개월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서 안정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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