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한 지 한달이 지났다. 각종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집값 하락세가 5주 연속 낙폭을 줄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도 8개월 만에 소폭 회복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여전히 매매수급지수는 60선의 낮은 수준이지만, 매수심리가 다소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3 대책의 온기가 서울에만 돌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송파 일부 지역의 국평(전용면적 84㎡) 매매가격은 한달새 2억원이 껑충 뛰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25% 떨어졌다. 지난주(-0.31%)보다 낙폭이 줄어든 것이면서, 지난달 초 대규모 규제지역 해제 이후 5주 연속 감소세다. t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연합뉴스 자료사진]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25% 떨어졌다. 지난주(-0.31%)보다 낙폭이 줄어든 것이면서, 지난달 초 대규모 규제지역 해제 이후 5주 연속 감소세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강남 아파트 가격은 단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 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에 따라 저점이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거기에 1·3 대책의 영향으로 일부 급매물이 소화되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반토막'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1·3 대책으로 집값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① 아파트 매수심리 8개월 만에 소폭 회복했지만 일시적 현상?

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1월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64.1로, 전주(63.1)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지속적 상승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시적 상승 뒤에 다시 하락하는 패턴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상승 전환한 것은 지난해 5월 첫 주(91.1) 이후 8개월(35주) 만에 처음이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021년 11월 셋째주 조사(99.6)에서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진 뒤, 줄곧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은 매도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이후에는 매주 하락세를 보이며, 지수 60선도 위협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가 최근 규제 완화 정책을 쏟아내며 매수심리가 다소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또는 유예 방안과 규제지역 추가 해제 방침을 공개하고, 지난 3일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모두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② “부동산 양극화 심화될 것” VS. “강남 지역 급락할 것”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값 하락폭이 5주 연속 축소됐다. 향후 금리 인상 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에 일부 시중금리가 인하되면서, 향후 시장 추세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집값 하락세를 주춤거리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1·3 부동산대책 이후 아파트 매수 심리가 8개월 만에 소폭 회복되었지만,  지속적 상승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연합뉴스]
1·3 부동산대책 이후 아파트 매수 심리가 8개월 만에 소폭 회복되었지만, 지속적 상승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연합뉴스]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5주(3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38%로, 지난주(-0.42%) 대비 하락폭이 축소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25%로 집계돼 지난주 -0.31%에 비해 낙폭이 줄었다. 강북 14곳(0.21% 하락) 중 도봉·은평구(-0.25%) 서대문·중구(-0.24%)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강남 11개 구는 0.29% 내렸으며 △강서구(-0.62%) △금천구(-0.51%) △관악구(-0.40%) △강동구(-0.36%) 위주로 하락했다.

특히 송파 등 서울 강남권의 주요 단지 아파트값 상승세가 눈에 띈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4일 18억원에 2건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23억7000만원)와 비교하면 6억원 정도 낮은 수준이지만,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헬리오시티의 최근 한 달간 거래를 살펴보면 반등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말 15억원대로 급락한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거래가가 16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지난달 4일에는 실거래가가 15억3000만원까지 떨어지며 반등에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부의 1·3 대책 발표 이후 급급매를 중심으로 매물이 소화되면서 상승 거래가 이어진 것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3 대책 발표 후에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면서도 "한 달 전보다 2억원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면서, 일부 매물은 호가를 다시 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면 지금 반등을 얘기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 소장은 “하락장이 5년 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강남 아파트의 경우 고점 대비 평균 40% 정도 떨어질 것이다. 다른 지역은 완만하게 떨어지는데 반해, 강남 아파트는 급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③ GTX 업고 뛴 광교·동탄 신도시 집값 급락…'6.5억' 하락해 3년 전 가격으로

1·3 대책 발표 이후 다소 회복세를 보이는 강남 집값과 달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호재로 급등했던 경기 남부 아파트 가격은 수억원씩 수직낙하하고 있다. 국평 10억원 클럽을 넘어 15억원을 노리던 용인 수지의 한 아파트도 올해 들어서는 한 자릿수 거래에 그치는 실정이다. 경기 남부 GTX 수혜지로 꼽혔던 동탄과 광교의 집값도 수억원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GTX-A) 터널 공사 현장이 공개되고 있다. 2024년 개통 예정인 GTX-A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된 노선으로, 경기북부 운정-서울역·삼성역-경기남부 동탄 등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직선으로 연결한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GTX-A) 터널 공사 현장이 공개되고 있다. 2024년 개통 예정인 GTX-A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된 노선으로, 경기북부 운정-서울역·삼성역-경기남부 동탄 등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직선으로 연결한다. [사진=연합뉴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고가 대비 6억4500만원 떨어진 가격으로, 약 3년 4개월 전(2019년 10월) 가격이다.

이 단지 국평은 약 3년 전인 2019년 12월 10억원5000만원에 손바뀜돼, '국평 10억원 클럽'에 등재됐다. 신분당선 성복역 바로 앞인데다, 신분당선 연장과 인근 용인역을 지나는 GTX-A 노선(경기 파주시 운정~화성시 동탄) 개통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GTX-A 호재 덕에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2021년 1월엔 14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지난해 12월 9억9000만원에 팔린 뒤 지난달에도 10억원을 밑돌고 있다.

경기 남부의 대표적인 GTX 수혜지로 거론됐던 수원시 영통구 광교 신도시, 화성시 동탄 신도시 등의 집값 하락세 역시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아파트값 변동률은 용인 수지구가 -9.33%, 수원 영통구 -14.96%, 화성시 -13.20% 였다. 2021년 수지구가 13.51%, 수원 영통구와 화성시의 상승률이 20% 안팎이었다면 점을 감안하면, 급상승이 급락으로 바뀐 것이다.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광교중흥에스클래스' 국평은 지난해 11월 최고가 대비 5억원 이상 낮은 11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직전 최저가 대비 2억원가량 오른 값인 13억원대 거래가 이어졌지만, 약 2년 반 전인 2020년 6월(14억7000만원) 시세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속한 GTX 개통 추진을 주문했지만, 과거와 달리 교통 호재로 집값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금리가 여전히 높고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얼어붙어, GTX 사업이 순항하더라도 과거처럼 수요가 몰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긴 어렵다"며 "오히려 호재가 선반영된 지역은 집값 하락 폭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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