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대4로 ‘위헌’ 결정 이후 6년만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과 집도 의사를 처벌하는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헌법재판과 9명 중 6명이 인사청문회 등에서 낙태죄 처벌조항에 소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낙태죄가 이번에 개정 혹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는 2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관련 형법 269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

형법 제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법 제270조 1항은 ‘의사 등이 부녀의 촉ㅌ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앞서 지난 2012년 9월 낙태죄 관련 형법 270조1항이 위헌인지 여부를 심사해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태아는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를 공익에 비해 결코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낙태죄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 이후 이후 6년여 동안 낙태죄를 처벌하는 해당 조항의 효력이 유지되다, 낙태를 시술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A씨가 헌법소원을 청구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A씨는 지난 2013년 11월부터 지난 2015년 7월까지 총 69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승낙 낙태 등)로 기소됐다. 1심 재판을 받던 중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2월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A씨 측은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모(母)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불 수 없다”며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낙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과 임부의 생명 및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사낙태죄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더 위험하고 불법성이 큰데도 의사에 의한 낙태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하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형법 소관부처인 법무부는 반대 입장에 섰다. 법무부 측은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모자보건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낙태시술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여성가족부는 공개변론을 앞두고 사실상 낙태죄 폐지 입장을 헌재에 제출했다. 여가부는 의견서에서 "여성의 기본권중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헌재에서는 이진성 헌재소장을 비롯해 김이수·강일원·안창호·김창종·유남석 재판관 등 총 6명이 낙태죄 폐지 또는 개정에 찬성하는 쪽으로 분류된다.

이 소장은 지난해 청문회에서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문제로 다루기보다 낙태 가능한 시기를 명시하는 것 같이 조화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남석 재판관도 "예외적으로 임신 초기 단계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신 초기에 의사 등과 상담을 전제로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낙태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이수·강일원·안창호·김창종 재판관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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