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위안부, 징용공 문제와 관련하여 원칙과 정도를 지켜 주길...
외교적 타협 위해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합의를 하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

[편집자 주] 이 글은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전 서울대 교수)이 일본 『문예춘추』 2023년 2월호, “눈을 뜨시오 일본! 101의 제언”이라는 기획 시리즈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이 글에서 이영훈 교장은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외교 관계 개선을 위해 징용공·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관해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되며, 원칙을 지켜 한국인 스스로가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한국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공저 『반일종족주의』의 간행과 보급을 통해 우리는 허식에 가득 찬 자국의 역사관을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비판적으로 검증해 왔습니다.

‘종족주의’란 무엇일까요. 근대화된 인간,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이 국가로 통합될 때 나타나는 집단적 정치적 성향이 ‘민족주의’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근대화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48년에 건국한 한국인의 정체는 애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의 발전은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결과로서 한국의 민족주의는 전통적인 ‘종족주의’로서의 특질을 강하게 띄고 있습니다.

‘종족주의’는 역사적으로 대립해 온 주변 국가에 대한 적대 감정에 기초합니다. 이러한 감정에 기초하는 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역사 인식이 성립하기는 곤란합니다. 오늘날 한국인의 대(對)일본 감정은 이 같은 종족주의적 역사 인식에 크게 제약되어 있습니다.

종족주의적 역사 인식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 종군 위안부에 관해서입니다. 1937년부터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그 이전 1916년부터 조선총독부가 시행해 온 공창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제도로서 공창제가 전시기에 군부대 안으로 들어온 것인 위안부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창에 종사한 창기(娼妓)나 작부와 마찬가지로 위안소에 들어온 여성은 거의 극빈 계층의 출신이었습니다. 그녀들의 부모와 친권자가 모집업자로부터 일정 금액의 전차금(前借金)을 받고 위안소로의 취직을 승인한 결과로 위안부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에 대해 한국의 역사학자와 위안부 활동가는 총독부의 관헌이 소녀들을 납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역사의 실태를 알지 못하며, 종족주의적 적대 감정에서 그러한 허위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징용공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 의해 징용공으로 강제 동원되고, 노예적으로 혹사 되었다고 주장하여 재판을 제기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양국의 관계를 악화시킨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그들은 징용된 사람들이 아니고 회사에 의해 모집된 사람들입니다. 자발적으로 자기의 선택으로 회사의 모집에 응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직에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전쟁 말기의 혼란기에 완전히 청산되지 못한 사내 저축이나 미불 급여를 근거로 노예적으로 착취되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결국 하나의 종족주의적 적대 감정에서 나온 허위의 주장입니다. 그들의 잘못된 주장이 국민적 인식으로 널리 퍼진 것 역시 한국인의 강한 반일 종족주의적 집단정서가 작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어 장기간 베스트 셀러 1위 자리에 올랐던 "반일종족주의".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어 장기간 베스트 셀러 1위 자리에 올랐던 "반일종족주의".

그러나 희망도 있습니다. 전근대적 적대적 집단감정으로서 종족주의는 서서히 극복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연구 활동을 통하여 위안부와 징용공의 진실은 많은 한국인이 아는 바가 되었습니다. 갖가지 정보에 접촉할 수 있는 네트워크 사회에서 이전과 같은 선전과 선동은 이미 통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급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3월 저는 (이승만TV를 통해) 윤석열 정권이 “일본과의 과거 역사를 둘러싼 분쟁은 더 이상 없다. 이미 청산되었다. 불충분한 점이 있다면 양국의 역사학자들이 토론할 일이다”라고 선언해 주기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돌연히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한국인의 반일 종족주의적 집단정서가 정치적으로 잘못 선동되고 이용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입니다. 윤 정권이 “일본과의 역사 인식을 둘러싼 분쟁을 청산한다”고 정치적으로 선언하면 반대 세력으로부터의 커다란 공격에 직면할 것입니다. 다음 선거에서 질 우려가 있지요.

그러면 한일관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합니까. 일본은 역사문제를 둘러싸고 외교적으로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 정권은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거출하는 징용공과 위안부로의 대위변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닙니다. 일본이 역사문제를 둘러싸고 임시방편적으로 타협하면 4년 후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외교적 타협이 미봉에 지나지 않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위안부 문제나 징용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력할 수 없다고 하는 경직된 입장을 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 인식의 문제를 현명하게 피하면서 경제, 문화, 국방 등의 레벨에서 양국 간의 협력 우호 관계를 구축하고, 한국인 스스로가 역사문제를 극복하고 해방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상이 저의 제안입니다.

이영훈(전 서울대학교 교수, 현 이승만학당 교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