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몬태나 주 등 미 본토 상공에서 포착된 고고도 정찰 풍선. 미 국방부는 이 사진에서 보이는 흰색 물체가 해당 정찰 풍선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사진은 미국 지역 매체가 촬영한 것이다. [사진=ABC 뉴스]

미국 본토 상공에서 중국의 것으로 의심되는 정찰 풍선이 발견돼 미 국방부가 이를 실시간 추적 중이라고 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미 당국은 이 풍선이 중국의 정찰 기구로 보고 한때 격추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미 시민들의 피해를 우려해 감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이 풍선이 중국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현재 미 본토 상공 위에 있는 이 고고도 정찰 풍선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계속해서 이 풍선을 추적하고 면밀히 감시할 것이다. 풍선이 감지되자마자 미국 정부는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에 즉각 나섰다"고도 했다.

미 당국은 이 정찰 풍선이 지난 2일간 미 알래스카 주의 알류샨 열도를 지나 캐나다를 거쳐 미국 본토 상공까지 날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미 서북부의 몬태나 주 상공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정찰 풍선의 처리를 두고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제1방안은 정찰 풍선의 '격추'다. 이와 관련해 미 당국자는 "민항기에 탄 시민들에 의해 이 풍선이 발견되고 (당국에) 보고된 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고고도 정찰 풍선이 격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방안이 최종 채택되진 않았는데, 미 국방부 내에서 풍선 격추시 야기될 수 있는 인명 피해가 심각하게 고려됐기 때문이다. 특히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비롯해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이 지상에 있는 시민들의 안전과 각종 재산 피해를 우려해 "적극적인 조치(kinetic action)"을 취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방부는 바이든 대통령에 풍선을 격추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보도했다.

흰색 정찰 풍선이 1일(현지시각) 미 몬태나 주 빌링스 시 상공 위에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ABC 뉴스]

미 정부는 정찰 풍선 관련해 중국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고도 밝혔다. 미 당국자가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힌 바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주미 중국대사관 최고위급 인사를 초치해 "매우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만 중국 측은 정찰 풍선이 중국의 것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정찰 풍선이 미국의 민감한 시설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어느 정도로 관찰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몬태나 주에 미국의 주요 3대 핵미사일 격납고 중 하나인 맘스트롱 공군기지가 있어 중국이 이와 관련된 정보를 캐내려 했단 추측이 나오고 있고, 한국 일부 언론에서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민감한 지역 위를 풍선이 저공 비행했다'고만 보도하고 있을 뿐이다. 

또 미 당국은 "전에도 중국이 고고도 정찰 풍선을 미 본토에 보낸 적이 있다"며 "이 정찰 풍선이 중국의 저궤도 위성(low earth orbiting satellites)만큼의 가치가 있을 거라고 보진 않는다. 아마도 '제한된 가치(limited additive value)'만을 갖고 있을 것"이라 밝혔다.

다만 미중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정찰 풍선을 노골적으로 미 본토 상공까지 날렸다는 점으로 인해 미중 간 대립이 더욱 심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미국은 이 사안을 두고 중국과 '심각하게' 소통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풍선 사건으로 인해 오는 5-6일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예정대로 방중하지 않을 거란 예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무부와 미 국가안보회의는 이에 대해 즉각적은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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