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 9명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이중민 부장판사)는 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76)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현정택 전 정책조정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정진철 전 인사수석, 김영석 해양수산부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 등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이 전 실장에게 징역 3년, 현 전 정무수석과 현 전 정책수석, 안 전 수석에게 징역 2년 6개월 등을 구형했다.

이 전 실장 등은 2015년 특조위가 대통령 행적에 관한 진상조사 안건을 의결하려 하자 특조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2020년 5월 불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 중단 ▲ 10개 부처 공무원 17명 파견 중단 ▲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논의 중단 ▲ 이헌 당시 특조위 부위원장 교체방안 검토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전 실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특조위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업무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실무를 맡은 공무원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조위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조사 등 업무에 관한 권리'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보호할 대상인 구체적 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양수산비서관실 행정관이 특조위 부위원장 사퇴 방안을 검토하는 문건을 쓴 것은 구체적으로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입증되지 않아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 중단 혐의를 두고 "이병기 피고인이 대통령 행적에 관한 진상조사 안건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할 방안으로 진상규명국장 임용 중단에 관해 보고받거나 지시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공무원 파견을 보류하고 중단한 과정에 이 전 실장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이 관여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 논의를 중단한 것 역시 활동 기간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이 밖에 조 전 부위원장은 특조위 설립준비단 준비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으나 재판부는 이 역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실장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희생자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고 유가족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판결에 관해선 "아직 2심도 있어서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판결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번 사법 정의와 사회 정의가 없다는 것을 느낀 참담하고 개탄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종기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국가가 참사를 축소하고 은폐하고 특조위 조사와 구성을 방해하는 국가적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은 진실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유족과 국민의 염원을 비상식적 법논리로 부정하고 기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과 특조위 조사 방해 의혹을 수사한 끝에 2020년 5월 기소한 것으로, 서울동부지검이 기소한 사건과 별개다.

서울동부지검은 2018년 위법한 문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이 전 실장과 안 전 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김 전 장관, 윤 전 차관 5명을 기소했다. 이 사건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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