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의결하면서 서울시 관계자 대놓고 무시하기도

TBS. [사진=연합뉴스]

TBS 이사회는 지난달 12일 열린 제32차 이사회 회의에서 서울시의회의 TBS 지원 조례 폐지 조례안에 대한 행정소송을 의결했다. 그런데 의결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사회에 처음 참석한 서울시 측 관계자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 TBS 이사가 입에 담기에는 정치 성향이 편중됐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나라가 대통령도 탄핵시킨 나라다"라는 말을 했단 사실이 의사록에서 발견됐다. 

이날 회의엔 유선영 TBS 이사장을 포함해 이사진 총 인원 10명 중 8명이 참석했다. 그외 서울시 측 관계자 2명과 박성구 감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주요 의결안건은 서울시의회의 조례 폐지조례안에 대한 행정소송 여부였는데, 유 이사장은 "지난 7월 이후 이사회는 2번에 걸쳐 행정소송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합의한 바 있다"며 "문제는 행정소송은 90일 이내에 해야한다는 시간적 제약이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이사장 권한으로 해당 안건을 부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 관계자 2명은 직원들과 소통 후 결정한 것인지의 여부가 공식적 문서로 정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소송 제기보단 TBS의 혁신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냔 의견을 냈다. 또 여론조사를 봤을 때 직원들이 소송에 모두 찬성한 것은 아니며,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서울시의회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둘중) 김 모 담당관은 새로 발령받아 이사회에 처음 오셔서 이전 논의를 모르신다"라고 했으며, 방현주 이사는 "두분 처음 이사회에 참석하셨고 지금은 32차 이사회다. 이 시점에 저희가 생각한 고민의 깊이와 처음 오신 두 분과 합의하기는 어렵다"며 서울시 측 관계자들의 의견을 무시·묵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행정소송 기한 90일에 맞춰 소를 제기해야 한다 하더라도, 서울시 측 관계자의 일리 있는 지적을 무시하면서까지 밀어붙이는 과정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선영 TBS이사장의 발언. 행정소송 기한에 쫓긴다고 해서 서울시 측 관계자들을 무시하고 이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부적절하단 지적이다. [사진=TBS 이사회 이사록]
방현주 TBS 이사의 발언. 과거 이사회에서 '치열하게 검토하고 논의'했다고 해서 새로 온 서울시 측 관계자들을 무시하는 건 적절치 않단 비판이 나온다. [사진=TBS 이사회 이사록]

또한 박 감사가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하기도 했단 평가다. 박 감사는 서울시 측 관계자에 "처음 뵙는 당연직이사님 인상도 좋으시고 처음 나오셔서 기대를 했다"면서도 "그런데 공무원 될 때는 법을 당연히 공부하지 않나. 국민 전체 봉사자인 두 분이서 똑같이 말씀하시는 데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면서 법원의 판단을 받자는 것인데, 이렇게 많은 태클이 들어오는 게 법조인으로서 놀랍다"며 "요약하면 결국 재단을 둘러싼 몇 가지 행위들이 법을 준수했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그게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고 그것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소송 결과가 위법하다고 나오면 어떻게 하실 것이냐"며 "이 나라가 대통령도 탄핵시킨 나라다. 법이 살아있는 나라다. 사법부는 최후에 기대야 할 민주주의 수호자이며 그게 당연한 민주국가 원리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 감사의 발언에 대해 서울시 측 관계자 김 모 홍보담당관은 "법의 행정소송 요건에 맞는다고 해서 무조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고 소를 제기하기 위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라며 "몇달 전부터 논의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그 때 법의 요건, 어떠한 시기가 적절한지 판단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 감사는 TBS의 행정소송 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수호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 발언이 공영방송 이사회에 참석하는 감사로서 할 만한 적절한 발언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구 TBS 감사의 발언. 박 감사는 서울시 측 관계자들을 비판하고 행정소송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 나라가 대통령도 탄핵시킨 나라"라고 강조했다. [사진=TBS 이사회 이사록]

일각에선 TBS가 방송인 김어준 씨를 비롯해 친야 성향 방송인들에 의해 점유돼 민주당 스피커 노릇을 해왔던 것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서울시에 대한 행정소송을 마치 '반민주주의와의 성전'처럼 해석하는 TBS 이사회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TBS와 김어준 등을 두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에서 공영방송을 장난감 갖고 놀듯 다루느랴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김어준을 두고는 "특정 정당, 그 중에서도 특정 정파의 논리를 옹호하고 전파하는 데 애 많이 쓰셨다"고 비꼬았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