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이 31일 오는 3월8일에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단 뜻을 밝혔다. 그런데 그가 내놓은 불출마의 변(辯)은 평소 유 전 의원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조차도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유 전 의원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단 이유로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다"란 이유를 댔다. 소위 '윤핵관'과 더불어 김기현, 안철수 등 유력한 당권 주자들까지도 '윤심'을 말할 정도로 '친윤 천하'가 됐기 때문에 이들이 깔아놓은 판에 '들러리'로 나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늘 그래왔다. 장외에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기는 좋아하지만 정작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돌격해야할 때가 되면 '장고 중' '숙고 중'이다. 그가 정치적으로 기민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좀처럼 본 적이 없다. 늘 고민한 하는 건 지도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참모, 책사의 모습에 가깝다. 아니, 참모도 이렇게 고민만 하는 참모라면 개인의 똑똑함과 상관없이 무능력하다고 봐야 한다. 도대체 언제쯤 유승민의 '결기'를 볼 수 있는 것인가.

또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혹시라도 국힘이 '폭망'해 혼란한 틈을 타 무주공산을 손쉽게 접수하겠단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또한 2030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정치인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유 전 의원은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라고도 했는데, 이 말은 맞는 것일까. '폭정'은 '포악한 정치'다. 이 말은 정치의 궁극적 목표이자 대상인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으로 인해 형언할 수 없는 큰 고통을 받을 경우에나 가능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가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과연 일년도 안되는 임기 동안 국민에게 특별하게 '폭정'으로 느껴질 만한 게 있다고 할 순 없다. '민주공화정' 언급도 무리수라 할 수 있는데, 윤 대통령과 국힘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당의 지위로 밀어붙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패로 인해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그 뜻을 제대로 펼치지조차 못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정치적 압력을 '폭정'으로 확대해석 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그는 5000만 한국인을 이끌 지도자가 아닌 한낱 필부일 수밖에 없다. 2차례나 대통령을 꿈꿨고, '비윤' '반윤'의 대표주자로서 집권여당의 당대표에 도전하려 했던 정치인이라면 그러한 정치적 탄압, 압력을 뚫어내는 저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까지 성공했던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패업'을 이룬 사람들이었다. 유 전 의원은 왜 그런 모습을 보여줄 생각은 하지 않나.

이날 유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문에 대해 평소 그를 지지하던 젊은 층에서마저 '이 결정을 이해할 순 있지만 사실상 그의 정치적 생명이 끝 아니냐'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인터넷 사이트에는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지지자는 "당신은 이제 다음 기회가 없다"며 "지금 불출마 해놓고 나중에 얼굴 비추면서 '윤석열 정권의 폭주 비판' 이런 추한 짓 하지 말고 정계은퇴하시길 바란다"라고 직격했다. 이렇듯 유 전 의원은 지지층에서조차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불출마 변을 내놨다고 할 수 있다. 매번 중요한 정치적 분기마다 행동이 늦을 뿐만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유 전 의원의 행태에서 '사즉생 생즉사' 정신은 도무지 찾기가 어렵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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