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의 제21대 총선 보도 분석 제2부

 

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MBC의 2020년 제21대 총선 보도는,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스스로를 감시자나 관찰자가 아니라, 특정 정치진영의 일원으로 인식한다는 ‘정치적 병행성’의 생생한 사례였다. 필자는 2023.1.26.에 기고한 「MBC의 제21대 총선보도 분석 제1부」 에서, MBC가 ‘검찰 때리기’ 보도 공세를 통해 ‘조국 프레임’을 ‘검찰개혁 프레임’으로 치환하는 한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내용은 빼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특급 도우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제2부에서는 MBC가 여야 정치권을 다루는 차별적인 보도 행태와 코로나19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 보수야당에 대한 조롱

MBC의 보수 야당 공격에서 <정참시>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정치적 참견시점>, 줄여서 <정참시>는 2019년 3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뉴스데스크 후반부에 방송되던 코너로, 스트레이트 뉴스에 담기 어려웠던 정치뉴스를 좀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쉽게 설명한다는 기획의도를 표방했다. 하지만 가십性 기사를 사실과 의견을 섞어서 가공하여, 방송사의 프레임을 주입시키기 좋은 포맷이기도 했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MBC는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미래한국당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데 <정참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황교안 대표는 <정참시>의 주요 타겟이었다. 기사 제목만 보더라도, MBC가 어떤 프레임으로 보도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11월 20일 「'단식' 황교안 첫 행선지는 '막말' 집회?」, 11월 21일 「"황 대표를 지켜라!"…갑질 단식 논란」, 11월 27일 「황교안-전광훈 42분 독대…무슨 얘기?」, 12월 2일 「단식 끝났지만, 황교안 다시 천막으로…」, 12월 3일 「황교안 쇄신? 김세연, “이럴 줄 알았다”」, 12월 4일 「천막 뚫은 고성 "나 정치 20년 했어!"」, 12월 12일 「황교안 로텐더홀 농성…1년 전 그 곳에선?」, 12월 17일 「황교안 “나를 따르라”...“골목대장 수준”」, 12월 18일 「과거 황교안이 지금 황교안에게…」, 12월 19일 「황교안 "퍼펙트한 청년지도자 될 줄…"」, 12월 23일 「황교안 "1미터 넘는 선거용지 나온다"」, 2020년 1월 1일 「황교안 "전광훈은 애국심 강한 분"」, 1월 8일 「황교안, '유승민 3원칙'에 진퇴양난?」, 1월 15일 「종로 빅매치…이낙연 이사, 황교안은?」, 1월 21일 「황교안 애견카페로…'견심' 잡아라」, 1월 22일 「"왜 전광훈만…불교는 없습니까?"」, 1월 30일 「황교안 대환영! 너도 나도 한판 붙자」, 2월 10일 「이낙연-황교안…어색한 서민행세」, 2월 17일 「황교안 실수 연발, 당명이 헷갈려…」, 2월 20일 「SNS보니…이낙연의 인사 황교안의 식사」, 2월 24일 「황교안 '우한'고집, 안철수 또 실수」, 2월 25일 「방역 나선 황교안…그런데 신천지는?」, 3월 5일 「이낙연 vs 황교안…유튜브 코로나 대전」, 3월 16일 「황교안 나서 달라더니...“TV도 나오지마”」, 3월18일 「황교안이 계획한 "정상적 자매정당"?」, 3월 30일 「황교안의 페북글, 8번 고쳤지만...」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정참시> 코너에서만 무려 26건을 보도했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황교안 대표의 말 실수를 꼬집거나 희화화하는 내용이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 논란 보도에는 신중했다. 2020년 1월 15일 이해찬 대표가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고 들었다”는 발언을 해서 논란을 빚은 적이 있었다. SBS는 「이해찬 "선천적 장애인 의지가 약하대요"…또 비하 발언」이라는 별개의 꼭지로 보도했고, KBS는 「이낙연 6년 만에 복귀…와이파이 터질까?」에서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보도했다. MBC는 그 다음날에야 「고개 숙인 이해찬 '설화주의보'…보수통합 또 '삐걱'」에서, 이해찬 대표가 사과했다는 소식을 보수야당 내부의 잡음과 묶어서 소개했다.

또 4월 6일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부산을 비하했다는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SBS는 「이해찬 "부산 초라해, 대개조하겠다"」에서,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경부선 철도를 지하화하는 것만이 부산을 제대로 대개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라는 발언 Sync를 소개하였고, KBS는 「낙동강 벨트 바람몰이 VS ‘조국’ 쟁점화」에서,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이 체증이 많을까? 그리고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반면 MBC는 민주당의 공약을 소개한 「與 "부산 개발" 野 "조국 심판"…부부 합동 유세전」에서는, "경부선 철도를 지하화하는 것만이 부산을 제대로 대개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라는 이 대표의 발언만 소개하였다. 그런 다음 「"3040 논리 없고 무지"…통합당 후보 '세대 비하'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미래통합당 김대호 후보의 3040세대 비하발언을 소개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다음, 끝부분에 논란이 된 이해찬 대표의 발언도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사실을 보도할 때는, 보수야당의 문제점과 섞어서 보도하는 ‘물타기 보도’의 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때로는 논란이 된 발언을 두 번 반복해서 강조하기도 했다. 야권의 이미지를 희화화할 수 있을 때였다. 2020년 1월 22일 뉴스데스크는 「黃 “30%는 40대 이하로”...“왜 전광훈만?” 쓴소리도」라는 기사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역 국회의원 절반을 교체하고, 후보자 30%는 40대 이하 젊은 층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는 소식, 그리고 제1 야당 대표와 따로 만나지 않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불통’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1대1 영수회담을 요구했다는 소식과 함께, 황교안 대표 역시 전직 한국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쓴 소리를 들었다는 소식을 한 꼭지로 묶어 전하면서,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의 다음과 같은 Sync 내용을 소개했다. “지금 개신교가 전광훈 목사 중심으로 목소리가 크고, 광화문에서 저러는데, 우리 사회가 개신교만 있지는 않지 않습니까? 천주교는 없습니까? 불교는 없습니까?”

그로부터 약 5분 뒤 방송된 <정참시>에서는 「“왜 전광훈만...불교는 없습니까?”」 이라는 제목으로, 황교안 대표가 전직 한국당 대표를 만난 소식만 따로 떼 내어 보도를 했다. 여기서도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의 Sync를 한 번 더 소개했다. "우리 사회가 개신교만 있지 않지 않습니까. 또 전광훈 목사님의 개신교도 우리 개신교를 다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천주교는 어디 갔습니까? 우리 사회에 천주교는 없습니까? 불교는 없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불교지도자들과 만나보셨는지…"

SBS와 KBS에서는 소개하지 않은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2번이나 ‘반복 학습’함으로써, 황교안 대표의 공천 개혁 발언에 대한 기억은 어디론지 사라져버리고, 종교적 편협성 논란에 시청자의 기억을 고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월 18일 뉴스데스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싸늘한 첫 의총 ...돈봉투 ‘인재’ 2시간 만에 취소」라는 기사에서, 미래통합당 첫 영입인재가 12년 전 서울시의원 때 돈 봉투를 받은 사실이 문제가 되어 영입이 취소되었다면서, “전과기록도 있고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이미 논란이 됐지만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로부터 2분 뒤 <정참시>에서도 「통합하자마자 영입! 영입하자마자 취소?」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반복했다. “하지원 대표는 지난 20년간 환경에 투신한 자타가 공인하는 실행력 있는 환경전문가입니다”라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Sync 역시 2번 소개되었는데, 시청자들은 김형오 위원장의 두 번째 Sync를 들으며 실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2월 19일 뉴스데스크에서는 「이언주 ‘부산행’ 급제동?...“경거망동 삼가라” 경고」라는 제목으로, 김무성 의원이 불출마 선언한 부산 중구‧영도구에 이언주 의원의 전략공천 소문에 대한 반발기류를 다루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전략 공천해 온다면 그 사람이 가만히 있겠는가, 분열할 수밖에 없다...”는 김무성 의원의 Sync를 소개했다. 그리고는 바로 이어진 <정참시> 코너에서도 「삭발투혼 이언주, 험난한 부산행」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 번 미래통합당 내부의 공천 갈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끝부분에 김무성 의원의 Sync를 다시 한 번 소개함으로써, 미래통합당의 분열상에 대해 ‘기억고정 효과’를 노린 것은 물론이다. <정참시>는 2월 26일에도 「이언주의 부산행...삭발에 막히나?」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 번 이언주 의원의 공천을 둘러싼 미래통합당 내부의 갈등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막말 논란도 부각하는데 앞장섰다. 2019년 12월 16일 <정참시>는 「김문수에 주옥순까지...또 막말잔치」라는 제목으로 김문수, 차명진, 주옥순씨 등의 막말 Sync를 자세히 소개했고, 3월 2일 <정참시>는 「김순례·이은재·민경욱…셋의 공통점은?」이라는 제목으로 세 의원들의 막말 전력을 상세히 소개하더니, 3월 16일에는 「“세월호 징하게 해 처먹는다”... 차명진 공천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차명진 전 의원의 공천 소식을 별개의 꼭지로 소개하면서 키웠다. SBS와 KBS는 미래통합당 공천 소식을 전하며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간 내용이었다. 3월 24일엔 「'기사회생' 민경욱 공천…김무성 광주 공천 논란」라는 제목으로,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막말 논란으로 공천에서 탈락했다가 기사회생으로 경선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막말 논란이 있었잖아요. 반성의 시간을 가지셨다고 했는데…")라는 질문에 대해, 민경욱 의원이 "막말 가지고 제가 무슨 얘기를 했다고 얘기한 적은 없었고요."라고 대답한 Sync를 소개한 다음, 바로 이어 <정참시>에서도 「민경욱 부활… 김순례·이은재 태극기행」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의 질문과 답변을 반복 소개함으로써, 미래통합당의 ‘막말 프레임’을 강화했다.

때로는 한 사람을 여러 번에 걸쳐 저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월 4일 이찬열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다. <정참시>는 2월 4일 「‘의리’의 측근마저...이찬열의 배신?」, 2월 6일 「손학규 배신한 이찬열 “무슨 낯짝으로...”」, 2월 13일 「이찬열 “정의당 빼고 다 가봤다”」 등 무려 3회에 걸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최측근이다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이찬열 의원의 ‘철새 행각’을 맹비난했다. 18~20대 의원을 지낸 이찬열 의원은 이후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컷오프 된다.

<정참시>가 항상 저격수 역할만 했던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진영을 향해서는 따뜻하게 감싸 안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2월 27일 이찬열 의원 못지않은 철새 경력의 주인공인 김민석 전 의원이 서울 영등포을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자, <정참시>는 「가출했던 김민석, 여의도 입성할까?」이라는 제목으로 “가출했다가 세상공부를 한 아들”이라는 김민석 전 의원 본인의 표현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그의 철새행각을 포용하는 입장을 취했다.

1월 30일 <정참시>는 「국회로 온 우생순, “이번에 우정순”」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당의 체육계 영입인사로 발탁된 임오경 전 핸드볼 감독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활약하던 장면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장면을 장시간 소개하면서, 민주당이 “원종건 파문에도 흔들림 없이 인재영입을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2월 13일 <정참시>는 「김두관 “누구든지 와라”...낙동강 전투 상대는?」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당이 PK지역 사수를 위해 양산에 투입한 김두관 의원이 ‘누구든 자신 있다’고 밝힌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김두관 의원은 경남도지사 시절 도립병원을 육성하려 했지만, 경쟁상대로 거론되는 홍준표 의원은 경남도지사 시절 재정 악화 누적을 이유로 폐쇄했다며, 김두관 의원을 편드는 방송을 했다.

3월 30일 <정참시>는 「권양숙 여사를 못 만난 이유는?」이라는 제목으로, 봉하마을을 찾았던 더불어시민당은 권양숙 여사를 만났는데, 이틀 후에 봉하마을을 찾은 열린민주당은 권양숙 여사를 만나지 못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자,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2번인 최강욱 후보에게 해명의 기회를 줬다. "사위(곽상언 후보)가 출마를 했잖아요. 그러니까 그 댁에 손녀들이 있으니까 손녀를 봐줘야 되잖아요, 선거 때니까. 할머니신데. (사위가)충청북도 어디에 출마하셨잖아요. (권 여사가) 거기 가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라디오 스튜디오에 출연한 최강욱 후보을 부각시켜주는 한편, 곽상언 후보가 충북 지역구에서 선거 운동하는 자료영상까지 소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3월 31일에는 「“공수처 1호 수사대상은 윤석열?」이라는 제목으로, 연이틀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후보에게 해명의 기회를 제공했다. 자신이 전날 CBS 라디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수처의 1호 수사대상이라고 했다고 미래통합당에서 공격해온 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명백히 제가 한 말이 아니고 당시에 라디오 방송 진행자의 의견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라고 해명했는데, 실제 인터뷰 내용과는 차이가 있었다. “올 여름에 공수처가 설치되면 이 건(장모 통장잔고 위조)이 공수처 수사 1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얘기가 떠돌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김현정 진행자가 묻자, 최강욱 후보는 “공수처 수사대상은 아마 본인과 배우자가 더 먼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라고 답변하였다. 진행자의 의견이 아니라 최강욱 후보의 의견이 맞았던 것이다. 속기록만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인데도, 최강욱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어쩌면 알고서도 모른 체한 것인지도 모른다. 참고로 최강욱 후보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낸 바 있다.

2. 미래한국당에 대한 공격

총선을 앞두고 MBC가 특별히 경계한 것은 자유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 움직임이었다. 2019년 12월 20일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면 비례대표 당선을 위한 일명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하자, MBC는 「"'비례한국당'은 꼼수·괴물"…"현행법상 막기 힘들어"」에서, 이를 ‘위성정당’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다른 당들의 비난을 소개한 바 있다. 그 이후 자유한국당의 창당 움직임이 구체화되자, MBC는 <정참시> 등을 동원해 ‘위성정당’에 대한 흠집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20년 1월 9일 「전화해보니 “자유한국당입니다”...이 당의 정체는」을 시작으로, 1월 11일 「비례자유한국당 준비위 대표...누구인가 봤더니」, 1월 14일 <정참시> 「“‘비례’ 못써도 위성정당은 만든다”」, 1월 21일 「한국당원 모여 10여분만에 ‘뚝딱’...속전속결 창당」, 1월 22일 「종이로 때운 미래한국당...이름도 헷갈린 ‘위원장’」, 2월 4일 <정참시> 「“불법창당!”vs“창당방해!”」, 2월 5일 「미래한국당 공식 창당...與 “참담한 정치 코메디”」, 2월 5일 <정참시> 「위성정당 아냐! 우린 자매정당!」, 2월 6일 <정참시> 「바둑황제 조훈현 제명...이종명은?」, 2월 10일 <정참시> 「“미래한국당 창고 사무실” 논란」, 2월 17일 <정참시> 「황교안 실수 연발, 당명이 헷갈려...」, 3월 3일 <정참시> 「위성정당 첫 연설…썰렁한 의사당」, 3월 11일 <정참시> 「한선교까지 안철수 러브콜...왜?」, 3월 17일 <정참시> 「한선교는...”계획이 다 있었구나~」, 3월 18일 <정참시> 「황교안이 계획한 "정상적 자매정당"?」에 이르기까지 위성정당의 문제점을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3월 19일에는 「“대충 못넘겨” 황교안 압박에 한선교 결국 사퇴」 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할 때 대충 넘어갈 수 없습니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합니다”라는 황교안 대표의 Sync와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서 뭔가 좋은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저의 생각은 막혀버리고 말았습니다.”라는 한선교 비례한국당 대표의 Sync를 소개한 다음, 2분 뒤에 이어진 <정참시> 코너에서도 「‘자매의 난’ 진압...입 닫은 민주당」이라는 제목으로 두 사람의 Sync를 한 번 더 반복했다. 하지만 3월 22일 한선교 대표가 “황교안 대표에게 변함없는 존경을 보낸다”며 백기 투항하면서, 미래한국당의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었다는 소식은 MBC만 외면했다.

이렇게 미래한국당을 ‘위성’정당이라 줄기차게 비판하던 <정참시>는 더불어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오자 머쓱해졌다. 2월 24일 <정참시> 「민주당, 위성정당 대신 “의병”정당?」이라는 기사에서는, 자발적인 위성정당은 ‘의병 정당’이라는 민주당측 인사 3명의 주장을 연속으로 소개한 다음, “지금대로라면 비례대표로만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 20석 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다고 꼼수라고 비판해온 위성정당을 직접 만들 순 없고, 민주당 아닌 누군가가 스스로 당을 만든다는 말이 나온다.”며, 민주당의 ‘의병’정당 창당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정지작업에 나선 듯한 보도를 했다.

3월 9일 SBS는 「결국은 비례민주당?...말 바꾼 여당 지도부」라는 제목으로, 민주당이 그동안 꼼수라고 그렇게 비난하던 비례정당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3월 10일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KBS는 「홍준표 “막천”, 정병국 탈락...민주 내일 의총 뒤 전당원 투표」라는 제목으로, 미래통합당 내부의 공천 갈등을 다룬 다음, 민주당의 비례정당 참여를 둘러싼 논란을 묶어서 소화했다. MBC도 KBS와 마찬가지로 1/2꼭지로 소개했는데, 기사 제목이 참 특이했다. 「비례의원 노리고…미래한국당에 5백 명 몰렸다」라는 제목을 달아, 현 상태로 선거가 치러지면 미래한국당이 25석이 넘는 비례대표를 독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500명이 넘는 공천신청자가 몰렸다는 소식을 전한 뒤,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둘러싼 논란을 소개함으로써,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을 합리화시켜주는 듯한 보도를 했다.

이후에도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을 대하는 MBC의 보도에서는, 미래한국당을 비판할 때와 같은 신랄한 논조는 보이지 않았다. SBS가 3월 19일 보도한 「'연합 정당'이라더니…"비례 잡탕" 비판 부글부글」이나 「'비례연합' 참여 정당 대표, 성추행 기소유예 전력」, 3월 22일 보도한 「"듣보잡 말고 민주당 출신 앞 순위에"…더시민 '자중지란'」, KBS가 4월 9일 보도한 「더불어시민당 강령 베끼기 논란…“누가 썼는지 몰라”」와 같은 내용은 <정참시>의 소재로 적합한 아이템이었지만, MBC는 소개하지 않았다.

3. 코로나19 보도에서 ‘야권의 신천지 비호’ 프레임 제기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2월 중순부터는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져나갔다.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 사재기 사태가 발생했고, 병상이 없어서 집에서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환자까지 발생했으며, 자영업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자칫하면 정부‧여당의 책임론이 거세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2월 29일 MBC는 「前 총리비서실장 “신천지, 이낙연 전 총리도 포섭 시도”」라는 제목으로, 신천지가 이낙연 전 총리를 포섭하려 했다는 단신을 보도했다. 뜬금없다 싶었는데, 3월 2일에 보도할 「이낙연 “野, 신천지 비호” vs 野, “책임전가 안달”」의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일부 야당 지도자들이 신천지를 비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많은 국민께 우려를 드리고 있습니다." 라는 이낙연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을 MBC만 기사화하였는데, 이후 MBC는 ‘보수야당의 신천지 비호’ 프레임을 강화하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3월 2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경기도 가평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천지 신도인 31번 환자로 인해 많은 코로나 감염자가 나온데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만희 총회장이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KBS는 이날 이 총회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보도하면서 시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SBS는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만든 시계는 은색 한 종류로 이 총회장의 금색 시계는 가짜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측의 반론을 비교 화면과 함께 소개했다. 반면 MBC는 기자들의 의혹 제기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신천지 관계자의 Sync만 소개하여, 이 총회장과 박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에 여지를 남기는 보도를 했다.

3월 3일 문화일보는 「‘박근혜 시계’ 제작한 로만손 “이만희 시계는 우리가 만든것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이만희 총회장의 ‘박근혜 시계’가 가짜라고 확인하였다. 그래서인지 SBS와 KBS는 이날 이만희 총회장의 시계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MBC만 달랐다. 먼저 「진위 논란 휩싸인 ‘박근혜 시계’...의도적 노출?」이라는 제목으로, 이 총회장이 차고나온 시계를 둘러싸고 어떤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지 소개한 다음, <정참시>에서 또 「이만희의 박근혜 시계, 해석도 가지가지」라는 제목으로, 이만희 총회장이 차고 나온 시계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을 소개했다.

MBC는 또 2월 25일 「"신천지" 뒤늦게 밝힌 직원…대구시장은 '오락가락'」을 시작으로, 대구시장이 신천지를 비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3월 7일 「"입주할 때 '종교' 물어"…아파트 앞에선 포교활동」 에서는, 한마음아파트의 입주민 가운데 3분의 2가 신천지 교인이고, 아파트 운영을 맡은 대구시 종합복지관 측이 입주자들에게 이례적으로 종교에 대해 물었다는 증언이 나왔다면서, 신천지와 대구시 사이에 뭔가 미심쩍은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외에도 MBC는 3월 7일 「확진자 쏟아지는데도…'중요 단서'라며 뒷북 공개?」, 3월 8일 「집단 감염인데…역학조사 왜 이렇게 늦었나」, 3월 9일 「환자 나오고 2주 만에 역학조사…"소문만 있었다"」, 3월 10일 「한마음 아파트 감염자 38명…31번과 같은 날 예배」, 「대구 '임신부 7명 확진' 뒤늦게 공개…"불안 커져"」, 3월 11일 「'무더기 확진' 한마음 아파트 입주 의혹은?」, 「'늑장·안일 대응' 비판에…대구시장 "마음껏 덤벼라"」, 4월 7일 「의료진 '피와 땀' 잊었나…수당 지급 '차일피일'」, 4월 8일 「정부지원금 쌓아놓고…고생한 납품업체엔 "기다려"」, 4월 10일 「620억 쌓아놓고...대구 저소득층 쿠폰마저 ‘뭉그적’」, 4월 14일 「대출 연장 가장 절박한데...대구는 또 ‘나 몰라라’」 등 무려 13건의 기사를 통해, 대구시의 미흡한 코로나 행정을 비판하였다. SBS가 3월 12일 「한 달 다 돼서야 '신천지 행정조사'…뒷북 행정 논란」 1꼭지, KBS가 3월 27일 「실신에 국민청원까지…대구 생계자금 논란 가열」 1꼭지를 보도한 것과 비교하면, MBC가 얼마나 물량공세를 펼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MBC의 보도 공세에서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같은 내용이 4일 연속해서 반복 보도되었던 것이다. 3월 7일 「확진자 쏟아지는데도 …'중요 단서'라며 뒷북 공개?」, 3월 8일 「집단 감염인데…역학조사 왜 이렇게 늦었나」, 3월 9일 「환자 나오고 2주 만에 역학조사…"소문만 있었다"」, 3월 10일 「한마음 아파트 감염자 38명…31번과 같은 날 예배」에서 “한마음 아파트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온 건 지난달 19일. 이후 닷새 뒤인 24일엔 주민 13명이 한꺼번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3월 1일과 2일에도 환자가 대거 발생했습니다.. 1차 역학조사가 이뤄진 건 지난 4일이었습니다.” 라는 부분이 마치 ‘복사하여 붙이기’를 하듯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MBC가 국민들에게 강조하고자 했던 프레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3월 10일 JTBC는 「"집 나온 신도들, 서로서로 소개… 한마음아파트 모여"」에서, MBC가 3월 7일에 의혹을 제기했던 ‘한마음아파트에 90명이 넘는 신천지 신도들이 살고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월세가 2만 2천 원에서 5만 4천 원으로 월 30만 원 선인 인근 원룸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거나 생활이 어려운 신도들이 모여 살게 되었고, 입주가 확정되면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겼기 때문에 대구시가 알 수 없었을 거라는 보도였다. MBC가 지난 3월 7일 의혹만 제기했던 문제였다.

MBC <뉴스데스크>의 이런 보도행태는 보수야당 출신이 시장을 맡고 있는 대구시와 대비해, 문재인 정부를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거두었고, 코로나19로 악화된 민심의 화살을 신천지 교단과 보수 정치권으로 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4.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여론 정지작업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요인으로, 정부‧여당의 '긴급재난지원금'을 꼽는 분석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돈 풀기 전략에 미래통합당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당초 일회성 재난지원금을 ‘매표 행위’라고 비난하다가, 선거일이 다가오자 돌연 ‘전 국민에게 50만 원 일괄 지급안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이 제기한 아젠다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된 것이다.

MBC는 3월 4일 「"저소득층에 현금 지원" 주장…'경기 활성화' 효과는?」에서,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지급해달라는 ‘타다’ 이재웅 대표의 청원을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소개하더니, 3월 9일 <정참시>에서는 「"1인당 1백만원!"…진짜 주나요?」라는 제목으로,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하자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주장을 상세히 소개했다. 3월 13일에는 「첫 재난기본소득은 전주에서…1인당 '52만 7천 원'」, 「김경수·이재명·박원순도 가세…靑 "취약계층 지원"」, 3월 18일 「미국도 '재난기본소득'…1인당 1천 달러」, 3월 19일 「과거와는 다른 위기…"한시가 급하다"」, 3월 20일엔 「"한 그릇 팔았다고 축하받아"…졸라맬 허리도 없다」, 「靑 재난긴급생활비 지원…226개 지자체 전수조사」, 「'先지급 後보전' 가닥…관건은 '속도'」, 3월 29일에는 「'코로나페이' 내일 윤곽… 중위소득 150%까지?」 등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여론정지 작업에도 앞장섰다.

6. 에필로그

제21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 한 달이 채 안되던 2020년 5월 7일, 박성제 사장은 한국방송학회 세미나에서 ‘공영방송의 철학, 제도, 그리고 실천’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했다. MBC가 같은 공영방송임에도 재원구조에서 KBS나 EBS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으니, 공영방송의 재원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요구였다. ‘MBC가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평가되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MBC에게도 수신료를 나눠달라는 요구는 동석한 교수들도 당황할 만큼 도발적인 제안이었다.

KBS 수신료 인상도 수십년째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MBC에게도 수신료를 배분하도록 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박성제 사장이 이런 이슈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제21대 총선에서 MBC가 더불어민주당의 특급 도우미 역할을 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불과 반년 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제도개선추진반이 MBC를 KBS나 EBS와 같은 영조물로서의 공영방송이 아니라, 영국 대부분의 지상파처럼 공공서비스방송 (PSB)로 분류하는 초안을 발표하자, 이를 뒤집기위해 전전긍긍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비록 수신료 배분을 관철하지는 못했지만, 그로부터 1년 후인 2021년 7월 MBC는 오랜 숙원이었던 지상파 중간광고를 쟁취했다. 박성제 사장이 제24대 한국방송협회장으로 재임하던 기간 중이었다. 여기에 힘입어 2020년 40억원을 기록했던 MBC의 영업이익은 2021년 684억원으로 크게 개선되었다. SBS가 1,40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폭이 가장 컸지만, MBC는 영업이익 증가율에서 1,610%로 1위를 기록했다. 과거 최승호 사장 시절 1년에 1,000억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방송이 규제산업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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