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출산 문제가 이토록 심각한지 본질적인 원인 분석과 진단 미흡
여성보다 남성들이 결혼을 할 수 없는 구조...남녀 공정한 잣대로 접근해야
결혼, 임신, 육아는 인생에 장애물이라는 인식, 특히 여성들이 그렇다
이민자 받아들여 저출산 해결하겠다는 발상 너무나 안이해
가정 중시하는 긍정적인 가치관 확산이 무엇보다 절실해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국가 붕괴, 소멸의 길로 갈 것인가

인구 쇼크, 인구 절벽이란 용어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절실하게 해당되는 국가는 없다. 그런 반면에 우리가 초저출산, 초고령화로 인구위기 상태에서 국가붕괴를 우려하는 동안에도 세계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5일 유엔 공식 발표 세계 인구는 약80억 명을 돌파하여 향후 100억 명을 향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한국은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며 선진국이 되었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로 국가 소멸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인들이 지구생태계가 제 기능을 하도록 기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인구감소에 나서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기후환경위기론자들이 주창하는 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에 솔선수범을 하는 것일까?

예상대로 2022년 총 출생아수는 254,628명으로, 2021년 26만 명대에서 25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20만 명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해 인구감소 현황을 보자. 전체 주민등록 인구 기준, 2021년 대비 19만9771명 줄었다. 2019년 11월부터 감소세가 시작되어 연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약50년 후쯤이면 한국 총인구 3,700만 명, 2100년이면 약2400만 명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의 인구감소 속도를 감안하면 전체인구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수도권에 2,600만 명 웃도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고 젊은 층이 몰려있으니 인구 위기를 당장 절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방 소멸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3곳으로 2곳 중 1곳이다.

다음해 2024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다. 초저출산은 초고령화와 직접 연관이 있어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비율은 급격히 줄고 대부분 고령자만 남아 종국에는 국가 소멸단계에 이른다. 행정안전부 발표 ‘2022년 주민등록통계’에서 65세 이상 여성인구는 520만 명(20.1%)로 이미 초고령화사회가 되었다. 현실이 이럴진대 정부 당국이 인구문제를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중지를 모으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왜 저출산 문제가 이토록 심각한지 본질적인 원인 분석과 진단은 미흡하다.

노르딕 모델을 능가하는 한국의 양육지원제도

그렇다고 양육지원제도가 부실한가면 오히려 그 반대다. 보편적 복지모델의 모범, 특히 아동복지정책을 빈틈없이 갖춘 노르딕국가를 모델로 삼았지만, 한국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양육지원제도가 잘 되어있다. 예컨대 출산을 하면 정부와 지자체에서 각각 최하 100만 원 이상 출산지원금을 받는다. 23개월까지 영아수당 월30만원에 아동수당 월10만원씩 총 40만원 지원과 아동수당은 8세까지 받는다. 임신.출산 관련 영유아 포함 진료비, 약제, 치료비 전액 무료다.

게다가 올해부터 부모급여가 신설되어 0세 자녀는 월70만원, 1세 자녀는 월30만원을 받게 되며, 내년에는 부모급여를 10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보건복지부 발표가 있었다. 육아 휴직제도는 어떤가. 부모 각각 3개월 간 통상임금 100% 지원과 12개월 육아휴직 법제화에 따라 통상임금 80% 지원 제도를 갖추었다. 그럼에도 저출산 가속화를 막지 못했고 어느 방법도 효과가 없다.

저출산 문제,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저출산 현상은 여러 복합적 문제가 중첩되어 있어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란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더 나빠지지 않게,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는 방책에 집중해야 한다. 더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저출산 문제 해결 전략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청년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은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만든 정부당국자,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지역에 더 이상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면 청년인구는 수도권으로 몰린다. 귀가 아프도록 지역균형발전 운운했지만 지방소멸이 눈앞에 닥칠 동안 실질적으로 지역성장을 위해 무엇을 했단 말인가.

당장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앙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을 본격적으로 강타하고 있다. 서울 한 고등학교는 폐교를 앞두고 올해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수도권 초등학교 저학년 학급수를 보면 충격적이다.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는 평균 6학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도권 외곽은 저학년(1~3학년) 2학급에 그친다. 필자가 사는 자치구는 인천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아도, 집 근처 초등학교 1학년은 2학급에 그쳐 1학급당 학생은 11명 정도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1학년 1학급을 간신히 유지할 전망이란다. 통계를 보면 전국 폐교 수는 약4,000개에 달하며, 매년 수십 개 학교가 폐교한다.

수도권으로 진입한 청년들의 결혼은 더욱 어렵다. 상위계층이 아닌 보통계층은 결혼을 하려해도 주거지 마련에 큰돈이 든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 비용이 평균 2억8천만 원인데 그중 집을 구하는데 2억4천만 원 정도 든다. 둥지가 있어야 결혼, 자녀도 출산할 텐데 둥지가 없는 현실이다. 결혼적령기 남성 미혼율은 동 연령대 여성보다 높다. 2022년 기준 35살 남성 미혼율 66%, 여성 미혼율 49%가 증거다. 여성보다 남성들이 결혼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저출산 대책 초점을 여성에게만 맞췄다면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남성의 문제를 진단하고, 나아가 남녀 공정한 잣대로 접근해야 한다.

MZ세대 가치관이 변했다

한국의 저출산 대책은 아무리 예산을 쏟아 부어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은 이미 입증되었다. 먼저, MZ세대 가치관이 완전히 변했다. 더 이상 가족의 가치, 결혼제도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비혼주의 만연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고, 물질을 향한 욕망과 이기적인 소비생활이 몸에 배었다. 근자에 미국의 한 여론조사센터에서 발표했듯 한국인만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을 삶의 의미 1위로 꼽았지 않은가.

한국인은 지난해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하였다. MZ세대 명품 구매량 역시 크게 증가하였다. 그것이 단순한 과시든, 자기만족과 사회적 지위 유지에 필요하든 명품 몇 가지 정도는 지녀야 사람 구실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굳이 명품 구입을 하지 않더라도 비싼 식사, 고급 호텔에서 일명 호캉스를 즐기는 럭셔리한 삶을 추구한다. MZ세대라도 소득수준에 따른 소비 양극화는 뚜렷하다. 하지만 대체로 결혼, 임신, 육아는 자신의 인생에 장애물이자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다. 특히 여성들이 그렇다.

또 하나 절대로 빠트려서는 안 되는 이유로, 지난 몇몇 년 간 벌어진 격렬한 페미니즘 논쟁이 만든 남녀갈등이다. 가뜩이나 저출산 위기에 놓인 한국사회에 유감스럽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래 연애. 결혼 포기다. 내가 번 돈 나를 위해 쓰겠다“ 이런 결심을 한 MZ세대가 어디 한 둘인가. 이 문제를 인정하지 않은 채 외면하고 비껴가면 안 된다. 양성 모두 희생자로 만든 급진 페미니즘 풍조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이민이 답이다”는 말을 쉽게 하지 말라

저출산, 인구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정치인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그런데 이민자가 출산율을 높인다는 보장이 어디 있으며, 그들 역시 한국사회에 살아가려면 저출산을 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수입 농산물도 아닌 바에야 이민자를 받아들여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안이하다.

이민자의 본질은 대부분 경제적 이민자들이며, 그들 역시 목표대로 돈 벌면 한국을 떠날 사람이다. 이민자 중 한국사회에 동화되어 정주의식을 가진 한국인으로 살아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이민자라고 고령화를 피할 수 있겠는가?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덮어놓고 이민자를 받아들인 후 그들의 고령화 감당은 누가 하나. 다문화주의 실패를 선언한 유럽 주요 국가들은 난민, 이민자 고령화로 인한 복지부담 증가로 재정압박을 크게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 인구감소 위기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내부에서 찾아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저출산을 해결한답시고 노르딕국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모델을 들여와 이식하는 방식은 벌써 지났다. 외국 사례는 이미 충분하다. 강조하건대 가정을 중시하며 혼란스러운 공동체 질서를 회복하는 긍정적인 가치관 확산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물론 저출산 문제의 진정한 본질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명운을 건 인구위기 담론을 확장시키자. 지금이 타이타닉호를 타기 전 마지막 경고음이 울리는 순간임을 깨달아야 한다.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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