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국민의힘 당권주자 중 한명인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당권도전 포기를 선언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차기 당 대표 지지율 1위를 달렸던 나 전 의원의 탈락은 이른바 ‘김장연대’로 나타난 윤핵관 및 친윤세력의 적극적인 비토가 결정적인 원인이다.

나 전 의원을 당권경쟁에서 배제시키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여당관리 스타일이 드러났다.

나경원 전 의원이 당권포기를 선언하기 까지, 김장연대 구축의 주역인 윤핵관의 핵심 장제원 의원 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진들까지 나 전 의원을 향해 거센 공세를 퍼부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같은 윤석열 대통령의 당내정치, 즉 여당관리 스타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나 당 대표 보다는 서울시장 경력이 대통령이 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고, 윤 대통령은 정당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친이계의 좌장, 이재오 전 의원을 통해 여당을 관리했다.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정치신인들을 대거 공천해서 친이계를 만들고 이재오를 통해 관리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 대표까지 지냈지만 대통령이 된 뒤로는 당내정치, 즉 여당관리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하에서의 공천탈락 사태 등으로 친박이라는 계파가 실존했고,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측면이 강했다.

대통령의 여당관리, 당내정치는 밤에 청와대 관저로 의원들을 초청해 술도 마시고, 차비 정도는 집어주는 등의 ‘밤문화’가 필수적이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런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 재직시 선후배들과의 잦은 술자리 등 검찰문화에 익숙한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MB식 정치가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에 까지 이르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여당관리에 손을 놓은 것이라는 교훈, 즉 ‘반면교사’가 윤석열 대통령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당내정치에 나서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사한 뒤 개별적으로나 몇 명씩 그룹을 만들어 거의 모든 국민의힘 의원들과 저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용벤저스’로 불리는 정치권 출신 대통령실 수석 등 비서관들이 최근 나경원 전 의원의 당권도전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모습과 흡사하다.

대통령실 멤버들은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문제로 대립각을 세울 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대통령실 관계자’ 등의 익명으로 나 전 의원을 맹폭(猛爆), ‘용벤저스’라는 별명을 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같은 당내정치,여당관리의 최우선 목표는 내년 총선승리, 즉 과반수의석 확보다. 그래야 핵심 국정과제, 3대개혁을 통해 윤석열 정권을 성공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당 안으로 눈을 돌리면 총선은 본선 못지않은 공천(公薦)전쟁이다. 지금 김장연대에 줄을 서는 현역 의원들이나 당협위원장 등 내년 총선 출마희망자들을 움직이는 최대의 동력, 중력은 바로 공천이다.

하지만 막상 공천받는 사람보다는 몇배나 많은 탈락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공천과정이다. 공천경쟁 한번에 무수한 적이 생겨나는 것이 최근 정당정치의 양상이다. 공천탈락자들을 달래기 위해 공직도 쥐어주고, 중앙정보부가 나서 협박도 했지만 옛날 얘기다.

역대 보수정당은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면서 총선에서 패배하는 역사를 되풀이 하곤 했다.

친이와 친박계가 몰락한 결정적인 이유도 ‘끼리끼리 공천’에 대한 반발이었다.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을 줄 세우고 있는 김장연대가 당권을 차지한 뒤 안면몰수하고 공정한 공천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원내 절대과반수 야당 민주당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히려 약이 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도 과반수를 하지 못하면 더 이상 동정은 없고, 싸늘한 민심만 남게된다.

윤핵관을 통해 늦게 정치를 배워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미붙인 당내정치, 여당관리 방식이 안고있는 중대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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