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의 제21대 총선 보도 분석 제1부

 

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필자는 지난 2022년 10월 28일 <펜앤마이크>에 기고한 「[특별기고] MBC는 어쩌다 이렇게 정파적인 방송이 되었나?」라는 기고문을 통해, 박성제 보도국장 체제의 MBC가 2019년 하반기 ‘조국 사태’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진영의 대표방송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박성제 보도국장은 이 기세를 모아 2020년 3월 MBC 사장에 올랐고, 박성제 사장 체제의 MBC는 그해 4월 15일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정파적인 보도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특급 도우미 역할을 했다.

MBC의 제21대 총선 보도는,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스스로를 감시자나 관찰자가 아니라, 특정 정치진영의 일원으로 인식한다는 ‘정치적 병행성’의 생생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MBC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에 기여했는지 알아본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4월 14일까지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KBS 9시뉴스, SBS 8시뉴스가 분석의 대상이다.)

1. ‘조국 프레임’을 ‘검찰 개혁’ 프레임으로

2019년 8월 27일 윤석열 검찰의 조국 법무장관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이른바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 지도층의 ‘내로남불’ 실태를 폭로하면서 그해 하반기 내내 문재인 정권을 코너로 몰았다. 특히 중도층의 민심이반 현상이 뚜렷했다. 2019년 10월 2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30.9%인 반면, 한국당은 32.2%로 나타나 한국당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이 민주당을 추월하기도 했다. 조국 사태의 여진이 2020년 4월 15일 총선 때까지 이어진다면, 더불어민주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고전적인 정치전술을 꺼내들었다. ‘조국 사태’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하던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도 논문 작성과 관련해 ‘엄마 찬스’를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윤석열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MBC는 타 방송사를 압도하는 물량공세로 이 두 가지 사안의 이슈화에 앞장섰다.

먼저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아들의 논문 관련 의혹의 경우, 좌파 언론시민단체인 민언련이 2019년 9월 10일부터 10월 23일까지 각 방송 저녁종합뉴스를 모니터한 결과에 따르면, MBC가 6건을 보도해 2건의 KBS와 1건의 SBS를 압도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MBC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2019년 11월 18일 방송된 「조국과 다르다는 나경원...아들 ‘황금 스펙’의 비밀」을 시작으로, 2020년 1월 13일, 2월 17일 등 모두 3 차례에 걸쳐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아들의 스펙 의혹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사실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한 가지 사안에 대해 3회씩이나 시리즈로 다루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스트레이트> 방송이 나가는 날엔 그 내용을 요약해 <뉴스데스크>에서도 별도의 리포트로 소개했으니, ‘조국 사태’의 파장이 상당히 ‘물 타기’되었을 것이다. KBS의 <시사직격>이나 <시사기획 창>, 그리고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아들의 논문 관련 의혹을 다룬 적이 없다.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라는 점도 MBC가 집중적으로 이슈화했다. 우선 MBC는 조국 전 장관의 수사를 밀어붙였던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에 관한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이번에도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앞장 섰다. 「장모님과 검사 사위」 3부작을 2020년 3월 9일, 16일, 그리고 4월 6일, 3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 것이다. <뉴스데스크>에서도 3월 9일, 10일, 16일, 17일, 18일, 19일, 20일, 25일, 27일 등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장모 관련 의혹을 10차례나 집중 보도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그의 저서 ‘퇴마정치’에서, ‘조국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이성을 상실할 정도로 ‘윤석열 때리기’에 올인했다”고 비판했는데, MBC의 ‘윤석열 때리기’ 또한 “올인”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공세 외에도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2019년 11월 25일 검찰의 전관예우 문제점을 고발한 「“나는 기본 수임료 3억부터” ...검찰 출신 ‘전관’의 힘」, 2019년 12월 2일에는 하나고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비판한 「검찰 눈에만 안 보이는 ‘하나고 의혹’」, 2019년 12월 16일에는 ‘패스트 트랙’ 충돌에 대해 여야 국회의원 109명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거의 소환조사조차 받지 않았다고 비판한 「처벌 안 하나 못 하나 검찰과 법위의 의원들」, 2020년 1월 20일에는 삼부토건이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는 「한 건설사의 ‘전관특혜’ 사용 설명서」, 2020년 4월 13일에는 「은폐된 성폭력...제 식구 감싸는 검찰」, 「임은정 검사의 ‘검찰개혁’」 등 모두 6편을 보도했다.

<PD수첩>도 거들었다. 2019년 10월 1일 검찰의 ‘동양대학교 표창장’ 위조 관련 기소에 의문을 던진 「장관과 표창장」, 2019년 10월 22일과 10월 29일에는 스폰서 검사 등의 문제점을 고발한 「검사범죄 2부작」을 방송했고, 2019년 12월 3일에는 검찰 출입기자와 검사간의 유착 의혹을 다룬 「검찰 기자단」, 2020년 1월 28일에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관련 갈등을 다룬 「울산 검경내전」 등 5편을 통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같은 기간 중 KBS의 <시사기획 창>이 2019년 11월 9일 「기소유예, 검사님 선처의 함정」 1편, <시사직격>이 2019년 10월 4일 「칼잡이, 칼끝에 서다」, 11월 1일 「검사 故김홍영의 증언」 2편을 보도했으며,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의 경우 검찰개혁에 대해 다룬 적이 없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MBC의 <스트레이트>와 <PD수첩>이 얼마나 ‘검찰 때리기’에 앞장섰는지 알 수 있다.

검찰개혁 프레임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소위 ‘채널A 사건’ 보도였다. <뉴스데스크>는 2020년 3월 31일 「“가족 지키려면 유시민 비위 내놔라」, 「“000 검사장과 수시로 통화”...녹취 들려주며 압박」 2꼭지를 통해, 채널A 이동재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철 전 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제보를 하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마침 이날은 KBS가 「녹취록 ‘김 회장’, 전 靑 행정관에게 법인카드·현금 줬다」, 「靑 행정관 동생도 ‘김 회장’ 회사에 ‘사외이사’ 선임 특혜 의혹」 2꼭지로, 라임펀드 사태의 배후 인물 중 한명으로 지목되던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단독 보도를 한 날이었다. 하지만 MBC가 3월 31일부터 4월 10일까지 무려 14꼭지를 통해, 채널A 사건 관련 보도를 이어가면서, 청와대 행정관의 ‘라임펀드 배후 의혹’은 묻혀버렸다.

4월 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한 추미애 법무장관은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하게 봤다”면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라면 감찰 등 방식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검찰 때리기’의 시동을 걸었고, 4월 3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시민 이사장은 한동훈 검사장의 실명을 공개하는 한편, 2019년말 자신이 주장했던 ‘노무현재단 계좌추적 의혹’도 윤석열 사단이 한 것이라며 ‘윤석열 때리기’에 나섰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도 4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동재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글을 올렸다. “이철 대표님,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우리 방송에 특종으로 띄우면 모든 신문과 방송이 따라서 쓰고,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진다.”

4.15 총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그리고 부재자 투표를 불과 열흘 앞두고 터진 MBC의 ‘채널A 사건’ 보도는, ‘조국 사태’를 키웠던 윤석열 검찰과 보수언론을 싸잡아 ‘부패한 음모세력’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여권이 ‘조국 프레임’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 ‘채널 A 사건’, 그 뒷얘기

① 2020년 6월 30일 CBS 노컷뉴스는 MBC가 그동안 이철 전 VIK대표의 ‘지인’이라고 소개한 제보자 지현진씨는 이 전 대표와 대면한 적도 없는 사이고, 두 사람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사람은 법무법인 민본 소속 변호사이며, 민본의 대표 변호사는 4.15 총선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라고 보도했다.

②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기자는 2021년 7월 16일 1심에 이어, 2023년 1월 19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③ 2021년 7월 17일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조국현 기자는, MBC가 지난해 3월 31일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면서, 이동재 기자의 부적절한 취재방식을 고발했을 뿐, 지목된 검사장의 실명을 언급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의혹의 실체를 예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④ 2022년 4월 6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신라젠’ 투자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 보도내용이 곧바로 보도해야할 만큼 사안의 긴급성도 인정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진위조사 없이 보도한 것은 상당히 경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MBC의 취재행태를 질타했다.

⑤ 2022년 7월 최경환 전 부총리 관련 의혹을 MBC에 제보한 혐의로 기소된 이철 전 VIK대표의 재판에서, 이철 전 대표는 “당시 MBC측에 주요 사실관계를 추가 확인 후에 보도해달라고 적어주면서까지 당부했다. MBC가 사실 확인 없이 보도를 강행했으므로, 그 이유를 재판정에서 들어봐야겠다”고 MBC 기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MBC 기자는 “저의 판단이 아니라 회사의 판단이었다”며,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저는 저 보도에 반대했다. 최경환 건 쓰지 말자고”라고 증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022년 9월 14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⑥ 2022년 6월 9일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고 주장하여, 한동훈 법무부장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하여,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⑦ 2022년 12월 23일 이동재 전 기자가 허위사실 유포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최강욱 의원에게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부는 “최 의원은 이 전 기자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판결이 확정되면 최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원이 정한 내용의 정정문을 일주일 동안 게시하라고 명령했다.

2. 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빼거나 축소하기

MBC는 정권에 불리한 뉴스에 대해서는 모른 체하거나,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씨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문재인 청와대가 경찰로 하여금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하게하고, 더불어민주당 내 경쟁후보였던 임동호 전 최고위원에게 공직을 제안해 경선을 포기하게 함으로써, 선거개입을 했다는 의혹이었다.

2019년 11월말,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첩보를 받아 시작되었다는 단서를 검찰이 포착하면서, 서서히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21대 총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터져 나오기 시작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단지 4.15 총선뿐만 아니라,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정권의 뿌리를 뒤흔들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 의혹이었다.

앞서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의 아들 문제나 검찰의 문제점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치던 MBC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우선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를 자처하는 <PD수첩>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외면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2019년 12월 9일에 딱 한번 다뤘는데, 청와대가 경찰에 이첩한 문건과 검‧경의 수사기록을 확인한 결과, ‘하명수사’라고 할 만한 단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청와대의 입장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뉴스데스크> 또한 SBS 8시뉴스나 KBS 9시뉴스에 비해서 소극적 내지는 정권 옹호적 태도를 보였다. SBS는 11월 26일 「'靑 첩보 받아 김기현 수사' 정황 포착…검찰 수사 착수」, 11월 27일에는 「"김기현 첩보, 백원우가 전달"…검찰 진술 확보」, 11월 28일에는 「"백원우, 김기현 첩보만 전달"…보고서 형식 문건」이라는 단독기사를 연거푸 보도하면서 이슈화에 앞장섰다. 반면 MBC는 SBS보다 하루 늦은 11월 27일 「비위 이첩이 '하명수사' 논란으로…조국 다시 정조준」 ,11월 28일 「해명 나선 경찰 "통상 절차 수사…靑 질책 없었다"」, 「백원우 "檢 정치적 의도 의심"…한국 "친문 게이트"」, 11월 29일 「하명 수사·감찰 무마 공세에…"어떤 불법도 없었다"」 등 청와대나 경찰의 해명에 무게를 싣는 보도를 했다.

2019년 12월 4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변곡점을 맞이했다. SBS와 KBS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를 제보한 사람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확인됐다고 각각 톱뉴스로 보도한 것이다. 최초 제보자가 송철호 시장측 인사였다는 점에서, ‘하명수사’ 논란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MBC는 12월 4일에는 침묵을 지키다가, 다음날인 12월 5일 송병기 부시장의 해명을 톱뉴스로 전했다. 언론을 통해 울산시민 대부분이 알고 있던 일반화된 내용을 전했을 뿐이고, 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제보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정권에 불리한 의혹은 일단 덮었다가, 해명이 나오면 그제서야 소개하는 전형적인 MBC의 보도 패턴이었다.

2019년 12월 4일부터 2020년 2월초까지 두 달 동안 각 방송사의 보도 건수를 보면, SBS가 47건, KBS가 41건인데 비해, MBC는 17건에 불과했다. 각 방송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취재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는 ‘단독 기사’량에서, SBS는 12월 8일 「“靑행정관, 첩보하달 이후 울산경찰에 전화」, 12월 18일 「“靑 민정, 경선 불출마 조건으로 ‘과분한 자리’ 제안”」, 12월 24일 「檢, 임동호 압수수색 ...‘과분한 자리’ 수사 본격화」, 1월 2일 「검, ‘선거개입 의혹’ 민주당 전 대표실 관계자 첫 소환」, 1월 23일 「‘선거개입 의혹’ 이광철, 檢 소환통보 모두 불응」, 2월 4일 「“추미애, 청 선거개입 공소장 국회 제출말라 지시”」, 2월 5일 「檢 “자신 있다”...‘靑 선거개입 의혹’ 녹취파일 확보」 라는 7건의 단독기사를 보도했다.

KBS도 2019년 12월 4일 「청와대 첩보는 6~7건, 市 인사비리도 망라...1건만 수사」, 12월 5일 「송병기가 만들어낸 또 다른 제보 루트 확인...검찰, 문건 확보」, 12월 17일 「“송병기 수첩에 靑 비서관 이름”...“소설 같은 이야기”」, 12월 19일 「“임종석이 자리제안”...송병기 수첩 ‘임동호 자리 요구’ 적힌 날」, 12월 20일 「송병기 수첩에 ‘경선배제 대책’...검찰 “도돌이표 질문”으로 불출마 대가 압박?」, 12월 24일 「한병도 전 靑 정무수석,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자 적시...검찰 압수수색」 등 모두 6건의 단독기사를 보도했다. KBS는 12월에는 SBS 못지않게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보도했으나, 1월부터는 현저히 소극적인 보도로 돌아섰다.

MBC는 12월 5일 「1달 전에도 업체제보 있었다...“김기현 관련 유착”」이라는 기사를 유일하게 ‘단독’기사라며 힘을 실었다. 김기현 전 시장의 측근 비리로 피해를 봤다는 레미콘 업체의 대표가 송 부시장보다 한 달 먼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직접 제보를 했다며, 송병기 부시장이 청와대에 직접 제보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라고 보도를 했다. 그러나 이날 KBS의 또 다른 ‘단독’기사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 해당 레미콘업체의 대표가 2017년 9월초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제보한 것은, 8월에 송병기 부시장을 만났을 때, 경쟁 레미콘업체가 사업상 특혜를 얻게 된 배경에는 김기현 당시 시장의 측근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후 MBC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관한 한 단독 보도를 포기한 듯했다. SBS와 KBS가 송병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적힌 관권선거 의심 기록들을 보도하고, 임종석, 한병도 등 정권 실세들이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 대가로 공직을 제안했다는 의혹들을 보도할 때도, MBC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2020년 2월 5일 SBS는 「檢 공소장 보니 “경찰, 靑에 하명수사 상황 21차례 보고”」이라는 단독기사로 공소장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고, KBS는 동아일보의 공소장 보도에 대한 추미애 장관의 입장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짧게나마 공소장 내용을 소개했다. 반면 MBC는 공소장 내용을 소개하는 대신, 이완구 前 국무총리의 보좌관을 사칭하는 남자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기사를 뜬금없이 5분이나 보도했다. 그런 다음 공소장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공소장 공개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만을 전했다.

2월 7일 동아일보가 검찰의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자, 그날 SBS는 「검, 공소장에 “대통령‧보좌진 선거중립성 더 특별히 요구”」라는 제목으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고, KBS 역시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전문 보니...검찰, ‘대통령 중립성 요구’ 적시」라는 제목으로, 역시 동아일보가 공개한 공소장 전문을 상세히 분석했다. MBC는 이날도 두 눈을 질끈 감고 공소장 내용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그 외에도 KBS와 SBS는 모두 보도했지만 MBC만 모른 체한 뉴스는 꽤 많다. 모두가 문재인 정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뉴스였다.

① 2020년 1월 20일,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한 공소장에 청와대 특감반이 확인한 유재수씨의 비리 의혹과 참여정부 인사들의 전방위 구명 청탁 정황이 들어있었다는 소식

② 1월 30일, 대법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파기 환송했다는 소식

③ 2월 6일, 조폭 출신 사업가로부터 운전기사를 무상 지원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던 은수미 성남시장이,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는 소식

④ 2월 13일,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칼럼을 경향신문에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에 대해 민주당이 검찰에 고발하여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

⑤ 2월 14일, 라임자산운용의 중간 예상 손실률 발표 소식

⑥ 2월 23일,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총 4단계 여행경보 중 2단계로 상향했다는 소식

⑦ 2월 25일,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대구‧경북 지역 봉쇄정책 언급 소식

⑧ 3월 3일, 중국과 베트남에 한국인이 강제 격리되어 있다는 소식

⑨ 3월 9일, 사상 최대의 외국인 주식매도 소식

⑩ 3월 12일, WHO의 팬데믹 선언에 세계와 한국증시가 폭락했다는 소식

⑪ 3월 20일, 민주당이 자당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오늘 중으로 탈당을 요구했다는 사실, 더불어시민당의 후보 심사가 고작 하루라는 사실

⑫ 3월 21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

⑬ 3월 26일, 한국은행이 ‘양적완화’로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섰다는 소식

⑭ 3월 2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대출하기로 한 첫날, 많은 사람들이 번호표조차 받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는 소식

⑮ 3월 27일, 더불어시민당의 봉하마을 참배 때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동석했다는 소식

⑯ 4월 1일,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서 청와대 로비를 통해 라임펀드의 부실을 해결해줄 인물로 등장한 김봉현 전 회장의 회사를 검찰이 압수수색했다는 소식

다음은 MBC뿐만 아니라 KBS도 보도하지 않은 뉴스들이다.

① 2020년 2월 16일, “수사와 기소는 결국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발언

② 3월 6일, 마스크를 배급식으로 판매하기로 한 첫날의 혼란

③ 3월 12일, 민주당의 추경예산 증액 요구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난색을 표시하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해임 건의까지 거론하며 격노했다는 소식

④ 3월 13일, “의료인들이 좀 더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어서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라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국회 답변

⑤ 4월 7일, 2019년 나라살림이 역대 최대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

MBC에서 유독 정권에 불리한 팩트(FACT)가 자주 누락되거나 뒤늦게 보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KBS는 그나마 문재인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라도 몇 차례 보도하기도 했다. 가령 3월 16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송옥주 의원이 당원을 불법 모집했다는 기획 기사를 2꼭지 내보냈고, 3월 31일에는 라임펀드 배후로 거론되는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단독 기사를 2꼭지 보도했으며, 4월 9일에는 더불어시민당의 강령이 헌법과 미래한국당의 강령을 표절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MBC가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팩트’를 먼저 보도한 적을 보지 못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장을 지낸 어느 보도국 간부의 변명이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듯하다.

“팩트와 현장의 희소성은 사라졌습니다. 팩트는 이미 디지털 공간에 넘쳐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쉽게 무료로 얻을 수 있는 팩트는 넘쳐나는데도, 오히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그럴수록 중요해진 건 맥락입니다. 넘쳐나는 팩트를 선별, 검증하고 맥락적 재구성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건의 본질적 쟁점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역할입니다. 매일 벌어지는 스트레이트 경쟁 속에서, 당장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방해하는 사소한 ‘팩트’들을 과감하게 기다리거나 버릴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이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MBC 보도국 간부들이 주장하는 ‘맥락’이 더불어민주당에 유·불리는 아니었는지 자못 궁금하다. 다음에 기고할 <MBC의 제21대 총선 보도 분석 제2부>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MBC가 보수야당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는지 등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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