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공의료 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마비되면서 영국 국민들이 의사를 만나 수술을 받기 위해 줄줄이 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고관절염으로 고통을 받는 영국 글래스고 출신 캐시 라이스(68)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무릎 관절 교체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18개월 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라이스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영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이 걸리는 발트해 국가 리투아니아로 날아가 몇 주 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주에는 다른 쪽 무릎 수술을 마저 받기 위해 또다시 리투아니아를 찾았다고 한다. NHS를 통해 수술을 받으려면 3년이 걸린다고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집을 팔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인 라이스는 "사람들을 내가 만족스러운 연금을 받거나 매우 부유한 줄 알지만 우리는 정말 고통스러워서 이곳을 찾는 것이다"며 "이것은 의료 '관광'이 아니다. 의료 '절망'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루턴 출신의 윌리엄 그로버(79)도 라이스와 같은 병원을 찾아 고관절 수술을 받았다. 그로버는 "늘 NHS를 이용해왔다"며 "내가 사설 병원을 가는 날이 올 줄 몰랐다. 그러나 엉덩이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고, 나는 결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NHS가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영국 공공 의료시스템은 사실상 붕괴에 이른 상태다. NHS 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한 달 잉글랜드 대기 환자 수는 719만 명이다. 이 중에서 40만6천575명은 1년 넘게 의료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작년 9월 기준 환자 60만 명, 웨일스에서는 작년 10월 기준 75만 명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영국 국민들은 공공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설병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영국에서 사설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코로나19 유행 이전 대비 3분의 1 이상 증가했는데 상대적으로 영국 사설병원 진료비가 매우 높은 수준에서 책정된다는 점이 영국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떄문에 영국보다 병원비가 저렴한 유럽 내 다른 국가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함에도 NHS 구급차의 출동 시간은 최장 1시간 30분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NHS 직원 등 의료진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의료 서비스 이용 요금 현실화를 정부에 요구하며 영국 총리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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