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여부는 현재 여의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20여년의 정치 경력 중 비주류였던 적이 거의 없었던 나 전 의원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반감을 이겨내고 당대표에 출마할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자택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자택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와 함께 또 다른 관심사항 중의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혹은 대통령실이 왜 그렇게 나 전 의원에 대해 맹공을 하는 것인가’라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이 ‘반윤의 우두머리로 몰리는 상황이 올 줄 상상이나 했겠느냐?’는 말이 오갈 정도이다.

나 전 의원 본인의 입을 통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출마 강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준석, “나경원 전 의원은 출마의 기회가 오면 항상 나가셨던 분”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결심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면서도 “본인에게 출마의 기회가 주어지는 상황에서는 항상 나가셨던 분”이라고 우회적인 답을 내놓았다. 불출마 선택 이후에 본인에게 어떤 진로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예측이 안될 것이라고 했다.

윤핵관의 집중적인 견제와 공격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시감이 든다”는 말로 역시 우회적인 답을 했다. 이 전 대표가 ‘기시감’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에 가려고 했을 때 어느 누구한테서도 우크라이나 가지 말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아무도 ‘우크라이나에 가지 말라’고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누군가가 언론에 ‘가지 말라는 데 갔다’고 흘렸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나 전 의원의 경우도 이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행과 비슷하다는 것이 이 전 대표의 생각이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 대책 발표를 했더니 그거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대통령실이) 공격한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도대체 누가 하지 말라고 했다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나 전 의원 역시 ‘(대통령실에서)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라고 이 대표는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기시감이 있다”면서 “나경원 전 의원을 돕고 이럴 건 아니고 그냥 예측이 된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라고 밝혔다. 본인이 놓였던 정치적 상황, 갈등과 요소는 다르겠지만 이걸 풀어나가는 소위 윤핵관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방식이라든지 아니면 그 윤핵관을 지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20일 CBS라디오에 출연, 윤핵관의 집중적인 견제와 공격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기시감이 든다”고 답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20일 CBS라디오에 출연, 윤핵관의 집중적인 견제와 공격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기시감이 든다”고 답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준석, “나 전 의원이 외교부 장관 희망했는데, 대통령이 좀 언짢게 생각했다더라”

과거 당청 관계라고 하면, 개인적인 대화로 풀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전 대표의 생각이다. 이 전 대표는 “우크라이나 가지 말라는 말이라든지 아니면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는 말이라든지 이런 거는 개인적으로 얘기를 하면 어느 누가 대통령한테 ‘그래, 당신 말 안 듣겠어’ 이렇게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따라서 애초에 그런 타협의 의도보다는 “공격 의도가 있다고 봐야 된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 경선 때부터 갈등이 표면화됐으니까 그렇다고 치지만, 나 의원은 대학 때부터 친한 사이였다고 알고 있는데, 이런 마찰이 갑자기 빚어지니까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그건 나 전 의원의 관점이다. 아무 일 없었는데, 갑자기 그런다는 것은”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인사 검증에서 부동산 문제가 나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개인의 신상 문제가 아니라 그냥 싫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이 외교부 장관을 희망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윤 대통령이 좀 언짢게 생각했다라는 걸 들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본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았을 것”이라며 “본인이 10을 달라고 했는데, 2를 준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아예 아무것도 안 주면 명분이 생기는데, 2를 준 것은 애매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본인과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윤핵관 측의 공격을 설명했다. 이 전 대표를 전당대회에 못 나오게 하기 위해 본인에 대해서는 징계를 한 번 더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이 못 나오도록 당원 룰 100%를 만든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해 집중적인 공격을 했다는 것이다.

박종희 전 의원, “나 전 의원과 대통령이 케미가 잘 맞으실 텐데, 걱정하는 이유 몰라”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 나 전 의원에 대한 대통령과 윤핵관측의 집중 공격에 대한 입장은 나 전의원의 측근인 박종희 전 의원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박 전 의원은 20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김어준의 질문에 답했다. 김씨는 처음부터 대통령실의 가혹한 공격의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19일 대구 동구 MH 컨벤션에서 열린 '나경원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대구·경북 책임당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당 대표 출마 촉구 결의대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최 측은 전날까지 이 행사에 200여 명이 참석한다고 밝혔으나 이날 현장에는 10여 명 만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대구 동구 MH 컨벤션에서 열린 '나경원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대구·경북 책임당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당 대표 출마 촉구 결의대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최 측은 전날까지 이 행사에 200여 명이 참석한다고 밝혔으나 이날 현장에는 10여 명 만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이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석 달밖에 안 했다. 사의를 만류했는데 결국 사표를 던졌다. 이런 부분에 대한, 말하자면 괘씸죄가 적용되기도 했다”고 답했다. 연이어 박 전 의원은 “지지율 1위가 나오니까 지금 당대표 경선 구조라는 게 결선에서 1위와 2위가 바뀔 수 있는 여러 변수들이 있다. 거기에 나경원이 최대의 변수로 등장하니까 출마를 안 했으면 좋겠다. 주저앉혀야겠다 이런 기류도 있었고. 그러다보니까 여러 가지 무리수가 좀 뒤따르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재차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가혹하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안 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전 의원은 “볼썽사나운 부분이 많다”면서 “초선 의원의 연판장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이상득 전 의장 출마하지 말라는 불출마 촉구가 자발적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굉장히 급박하고 시간에 쫓겨서 한 흔적들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의원은 “나 전 의원과 대통령이 케미가 잘 맞으실 텐데, 왜 이렇게들 걱정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종희, “나경원이 출마 선언하면 출렁대는 변곡점이 한 번 있을 것”

출마 여부에 대한 김씨의 질문에 박 전 의원은 “지금까지는 출마 기조에 변함이 없다. 나 전 의원도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고, 책임지는 정치적 행동을 해야 되기 때문에 출마 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과 상관없이 출마할 것이냐는 김씨의 질문에 박 전 의원은 “지지율이 1위에서 2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20% 중반을 지금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출마 선언을 하게 되면 출렁대는 변곡점이 한번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조사가 당원 조사가 아니고, 국민의힘 지지자들 조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샘플도 370명, 400명. 500명 안쪽이라는 점이 변수라는 점을 짚었다. 당원들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게다가 2차 결선에서 1위와 2위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이합집산, 연대, 이런 것들이 결국 당대표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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