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제4구역에서 발생한 화재 관련해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구룡마을을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아침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에도 화재가 발생했었던 구룡마을에서 새해 음력 설을 앞두고 다시 한번 불이 났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설 연휴 귀성객 대상으로 예정됐던 설 인사 대신 화재현장을 방문해 이재민을 위로했다.

이날 오전 6시27분경 구룡마을 4구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 및 경찰당국에서 인력 500여명과 장비 61대, 육군 장병 100여명, 강남구청 소속 인력 300여명이 투입된 결과 불은 약 5시간 만인 오전 11시 46분 경 완전 진화됐다. 

화재를 피해 주민 약 500여명이 대피한 결과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 주택 약 60여채, 면적으로는 총 2700㎡가 소실됐고 44가구에서 이재민 62명이 발생했다. 이재민들은 강남구에 있는 호텔 4곳에 임시로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룡마을엔 약 666가구가 거주중이다. 4지구엔 96가구 164명, 5지구엔 57가구 106명, 6지구엔 142가구 219명이다. 

소방당국은 구룡마을 집들이 비닐과 합판, '떡솜' 단열재 등 가연성 물질들로 이뤄져 있어 불길이 급격히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이 판잣집들은 서로 밀집해 있어 한 곳에서 불이 날 경우 다른 집에 옮겨붙기도 쉽다.

현재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스위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행안부 장관을 중심으로 소방당국에서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라"란 지시를 내렸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역에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시민들을 만나 설 인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구룡마을 화재가 급작스럽게 일어남에 따라 기존의 일정을 취소하고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성일종 정책위 위원장, 김석기 사무총장, 김행 비대위원, 박정하 수석대변인 등 국힘 지도부는 구룡마을을 찾아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정 위원장은 구룡마을 도착 후 화재현장으로 이동해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임시 대피 시설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오늘 새벽에 예기치 않게 화재가 발생해 구룡마을 주민 여러분들이 많이 놀랐을 줄로 안다"며 "소방당국과 의용소방대가 기민하게 주민들을 깨워 인명피해가 나지 않아 너무 다행"이라 밝혔다. 이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오는 길이다"라며 "(거의 전부) 전소돼서 뭐 하나 건질 것이 없는 상황임을 확인했다"면서 "주민들의 피해와 복구 문제를 관계기관과 협조해 촘촘하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정 위원장은 화재현장을 찾은 조성명 강남구청장에게 이재민 임시숙소준비 현황 등을 묻고 "(이재민들이) 따뜻하게 설 명절을 나실 수 있도록 조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한 주민이 "구룡마을 개발은 언제 하냐"며 소리를 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구룡마을) 개발 문제는 다음 토론 주제인 것 같다. (마을주민들) 마음을 잘 알겠다"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구룡마을은) 지난 연말 국민의힘이 연탄 봉사를 한 장소"라며 "골목골목마다 주민들을 만나 따뜻하게 겨울을 나시라고 신신당부하고 헤어졌는데,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고 했다. 또 "강남구청이 이재민들을 인근 숙소로 분산 수용해 당분간 지낼 수 있게 조치해놨다"면서 "명절을 눈앞에 두고 큰 화재로 상심이 크실 것 같은데,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촘촘한 대처를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위원장은 현장을 떠나면서 화재 진압에 참여한 소방관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소방관들이 구룡마을에서 일어난 불길을 끝까지 잡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서울 내 생활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이 구룡산 및 대모산 인근에 모여 만들어진 촌락으로, 법적으로 무허가인 상태라 재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2011년 4월 28일 서울시가 구룡마을 25만여㎡에 임대 1250세대를 포함해 총 2793세대의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정비방안을 내놨지만,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판자촌으로 남아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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