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7년 기자 간 폭행 살인 사건도 은폐 축소 시도해 비난받아...

한겨레신문은 20일 대장동 개발비리의 ‘키맨’인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거액의 돈거래를 한 편집국 간부 이모 씨에 대한 진상조사 중간결과를 공개하면서, 이씨와 담당 부장 모두 ‘회사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윤리강령을 선언하고 기자 촌지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도덕적이고 정의롭다’ 이미지를 내세웠던 한겨레가 이번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자, 기자 개인의 비리로 프레임하면서 교묘하게 꼬리자르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20일 발행된 신문 2면 전체(하단 광고 제외)에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 중간경과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진상조사위원회 명의의 ‘알림’을 게재했다. 진상조사위에는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법무법인 지향 이상희 변호사, 한겨레 외부 저널리즘책무위원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 진민정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 등 외부 인사 4명과 내부 기자들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진상조사위는 2019년 3월 김 씨로부터 아파트 분양 대금 9억원을 빌린 전직 편집국 간부에 대해 “정상적인 사인 간 금전거래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9억원이라는 거액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쓰지 않았고, 담보도 없었고, 이자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약속하지 않는 등 이해하기 힘든 돈거래”라고 인정했다. 이 전 간부는 2000년 한겨레 입사, 세 차례에 걸쳐 법조팀 기자로 활동했다. 2004년께부터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었던 김 씨와 알고 지내면서 점점 친분이 두터워졌다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전 간부가 청약할 당시, 분약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았다”며 “분양금 규모에 비춰볼 때 김씨와의 9억원 돈거래가 없었다면 이 청약은 시도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간부가 비상식적 돈거래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했다고 본다”며 “이는 청탁금지법 등 실정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일반적인 상식 수준을 크게 벗어났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또한 “그가 대장동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한 2021년 9월 이후 최근까지 핵심 직책을 그대로 맡고 있었다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그가 맡은 직책은 기사의 지면 배치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고 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3월 5일 동아일보가 ‘남욱 “김만배, 기자 집 사준다며 돈 요구...6억 전달”’이라는 기사를 게재하자 이 전 간부가 담당 부장을 찾아가 이 기사에 나오는 ‘언론사 간부’가 자신이라며 돈거래 사실을 털어놓았으나, 두 명 모두 ‘회사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돈거래 사실이 알려진 직후에야 이 부장이 회사에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특히 “2억원이 이미 변제된 점 등으로 미뤄 사인 간 거래라는 그 간부의 설명을 믿었다. 그래도 논란이 있을 거래이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사자가 회사에 신고해야 하는 문제라고 여겼다”는 담당 부장의 해명을 인용하면서 “당시 부장이 이를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데에 사적 친분 요소가 작용한 건 아닌지, 이해충돌에 대한 조직의 민감도가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를 주의 깊게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전 간부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담당 부장에게 보고했는데도, 당사자가 회사에 직접 신고해야 하는 문제라고 여겨 침묵했다는 담당 부장의 변명을 조사위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김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한겨레 기자 관련 기사는 지난해 3월 5일 동아일보를 비롯해, 5월 25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 수수 혐의 재판 관련 기사, 그리고 뉴스타파 보도에서 3차례나 다뤄졌다.

사안이 이처럼 회자되고 있었음에도 담당 부장이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돈거래 사실관계 확인뿐 아니라, 회사에 보고되지 않은 과정, 해당 간부의 기사 영향 가능성 여부, 회사 대응 과정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찜찜한 부분이다.

진상조사위는 “한겨레 인사위원회는 지난 9일 해당 기자에 대해 취업규칙상의 청렴공정 의무와 품위유지 위반, 한겨레 윤리강령 위반, 취재보도준칙의 이해충돌 회피 조항 위반, 회사의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해고 의결한 바 있다”며 “이 전 간부는 재심을 신청하지 않아 지난 14일 해고가 확정됐으며 돈거래 사실을 알고도 회사에 알리지 않은 담당 부장은 대기발령 조처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지난 2017년 4월 현직 기자가 선배 기자를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 시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겨레 기자 중 누군가가 다른 언론사들의 사회부 기자들에게 해당 사건의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 한겨레 측의 ‘보도자제’ 요청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언론 카르텔’이라는 비난여론이 일었다.

또한 한겨레는 “손준현 한겨레 문화부 기자 하늘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고를 전하면서 사인을 적지 않았다. 뒤늦게 한겨레는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폭력적 행위’ 등과 같은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해 비난을 받았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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