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UDCG) 회의, 오는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자국의 레오파드 탱크와 동급으로 평가되는 미국제 에이브럼스 탱크의 우크라이나 수출 허용을 압박했다. 독일이 자국과 서방 일부 국가들이 보유한 레오파드2 탱크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허용하려면 미국도 에이브럼스 탱크를 보내야 한다는 조건인데 미국은 자국 주력전차인 에이브럼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데 선을 그은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에이브럼스 전차를 공급해야 독일도 레오파드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서 독일의 단독행위는 없다고 다시금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답을 하지 않은 채 통화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dpa통신은 숄츠 총리가 미국과 유럽 모두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보내야만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분열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숄츠 총리가 최근 며칠간 비공개 석상에서 미국의 탱크 제공을 레오파드 지원의 선결 조건으로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익명의 독일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독일제 레오파드2는 첨단 방어 체계와 120㎜ 포 등을 갖춘 중무장 전차다. 여러 유럽 국가들도 첨단 전차인 레오파드2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와 핀란드, 덴마크 등은 자국의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의사를 밝혔으나 개발 및 생산국인 독일의 재수출 승인이 관건이 된 상황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로이터통신에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스트라이커 장갑차 지원은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M1 에이브럼스를 보낼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른 시일 내에 에이브럼스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도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에이브럼스 지원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에이브럼스 탱크는 매우 복잡한 장비이며, 고가인데다 훈련하기도 힘들고 제트엔진(가스터빈엔진)까지 장착돼있다. 결코 유지하기 쉬운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이 탱크를 수리할 수도, 지속할 수도, 장기적으로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M2 브래들리 장갑차 지원을 결정했다. 에이브럼스보다는 화력이 약하지만, 25mm 기관포와 토우(TOW) 대전차 미사일 등을 장착해 경전차급 전투 역량을 지녔다.

이와 관련해 칼 차관은 "러시아군이 참호를 파고 들어가면서 전방 부대를 강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기계화 병력을 통한 사격과 기동으로 이런 상황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국 주도로 열리는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UDCG) 회의가 오는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다. UDCG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 등 약 50개국의 협의체다. 각국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중점 논의할 전망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신임 국방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서 이번 탱크 지원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 주목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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