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우크라이나를 내세운 서방집단Collective West와러시아의 대결은 여러모로 제2차 세계대전과 닮아 있다. 봉쇄와 돌파, 장기 전쟁수행능력의 지표인 군수지원 지속여부 등이 제2차 세계대전당시와 비슷하다. 1944년 1월 18일은 소련이 이스크라Iskra작전으로 무려 872일 동안이나 지속된 독일의 레닌그라드 봉쇄를 뚫고 회랑을 조성한 날이다. 사상 유례없는 대도시 봉쇄에서 소련은 100만명의 민간인과 50만명의 군인이 목숨을 상실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월 18일 ‘대조국전쟁 참전용사, 레닌그라드 봉쇄생존자와의 대화’에서 러시아가 현재 서방집단의 봉쇄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2차 대전당시 레닌그라드를 포위한 군대는 독일군외에도 나치가 복속시킨 여러나라 국적의 군대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나폴레옹의 침략당시에도 사실은 프랑스군만 동원된 것이 아니라 유럽전체였다면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인용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러시아를 침략한 주체가 늘 다국적이었다면서 현재도 유럽전체와 싸우고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종식될지 현재로서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나 폴란드의 모라비예츠키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승리는 본격적인 3차 대전으로 이어질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러시아 역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스크바에 대한 키예프의 위협과 러시아어 사용자에 대한 차별이 중단돼야만 분쟁이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군사작전의 목표인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탈나치화의 목표를 거듭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군사인프라가 남아 있는 한 분쟁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러시아가 군수지원을 위한 산업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와 양상이 동일하다. 이번 전쟁에서 승패는 결국 어느 쪽의 무기가 먼저 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시간이 갈수록 소모전 War of Attrtion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포병은 전쟁의 신"이라는 스탈린의 말대로 탄약과 포탄, 미사일 생산능력에 전쟁의 승패가 달려 있다. 이 점에서 러시아는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구소련 시절에 비축한 포탄만 아직 300만톤이 남아 있는데다 현재 군수공장은 주7일 3교대로 인력과 설비를 가동해 탄약을 생산하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방산기업 알마즈-안테이 콘체른의 오부코프공장에서 생산하는 대공미사일의 경우 전세계 생산량과 동일하다. 대공미사일 뿐 아니라 탄약과 포탄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투의 기본은 양측이 매일 수천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포격전이다. 따라서 군사전문가들은 어느 한쪽의 탄약이 떨어지는 시점을 분쟁의 종료지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서의 포탄 소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포탄을 우회 조달하려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한국, 두 번째는 이스라엘이라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미 CNN도 1월 18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이스라엘에 보관된 미국소유의 155mm포탄 30만발 가운데 일부를 이전했으며 앞으로 더 보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2022년 11월에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10만발의 포탄을 구매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매체 브즈글랴드Vzglyad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텔아비브와 서울의 외교적 불안정성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보관한 포탄을 우크라이나로 이전한다는 CNN기사.

이스라엘 텔 아비브 대학 국가안보 연구소의 전문가 시몬 치피스Simon Tsipis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우회지원의 부정적인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1980년대 미국 네오콘의 요청에 따라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에게 무기를 우회지원했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이라크 전쟁때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스라엘의 적성국인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는 아이러니한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가평판에 자칫 치명적일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정책이 바로 분쟁국가에 대한 무기우회지원이라고 시몬 치피스는 말했다.

서구의 포탄기근과 탄약우회지원을 다룬 러시아매체 브즈글랴드의 기사.

그는 또 서방국가들이 더 많은 무기를 공급할수록 우크라이나 분쟁이 더 빨리 끝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면서 이스라엘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갈등에 엮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시몬 치피스는 이와 함께 키예프에 대한 무기우회지원은 이란 시리아관계에 있어 도움을 받아야 할 러시아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의 명분으로 내세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는 상당부분 달성했다. 개전 초기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2위로 평가된 우크라이나의 주요전력들, 이를테면 전차, 장갑차, 야포, 로켓, 항공기등은 거의 파괴된 상태다. 또 나토가 지원한 구소련제 장비들도 모두 소진했다. 그러자 키예프는 나토에 서구규격의 전차와 장갑차등을 요구했고 나토는 이에 자국방어에 써야할 영국제 챌린저2와 독일제 레오파르트 2같은 신형전차와 한세대 지난 구형 경전차등을 혼합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챌린저2 전차.

나토의 추가 무기지원에 대해 러시아는 이들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나타나는 즉시 파괴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전황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입장이다. 나토가 지원하는 기갑장비는 기껏해야 수십대에 불과하며 후속 병참 군수지원이 원할할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러시아측은 자신만만해 하면서 서구의 무기지원은 우크라이나의 비극만 더 연장시킬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토의 무기고는 비어가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군사자원까지 흡수하면서 러시아는 유럽전체의 비무장화까지 촉진하고 있는 셈이다.

제2차 세계 대전당시 러시아에 대한 나치 독일의 공세종말점은 레닌그라드 봉쇄가 뚫린 1944년 1월이었다. 그리고 독일이 항복한 시기는 이듬해인 1945년 5월이었다. 그 사이가 1년 4개월이다. 러시아는 이미 군사적으로 빈사상태인 우크라이나와 뒤에서 이를 지원하는 서방집단과의 대결을 장기, 소모전으로 간주하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무고한 목숨이 끝없이 대포밥Cannon Fodder로 소모되고 포탄이 완전히 바닥날 때까지 이번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는 레닌그라드에서 베를린 항복까지 걸린 시간만큼이 될지도 모른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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