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별도 고지 없이’ 5차례나 국내 판매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테슬라가 올들어 돌연 최대 10%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처리 차원의 조치로 풀이되고 있지만, 최고 가격에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내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승용차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승용차들. [사진=연합뉴스]

회슬라=생선회도 아닌데 시가로 차량 가격 정해?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지난달에 비해 1000만원에 가까운 손해를 본 셈이다. 시시각각 가격이 변해서 ‘시가’가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가 아니라 ‘회슬라’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이다. 회도 아닌데 ‘시가’로 차량 가격을 정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테슬라가 판매 부진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판매 부진 속에서도 테슬라 측은 별다른 고객 응대를 하지 않고 있어,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의 철학에 따라 별도의 홍보 조직을 두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처럼 테슬라가 ‘회슬라’로 전락한 이유로는 글로벌 판매 부진, 허위 광고 등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 연이은 화재 사고, 부족한 서비스센터 등 4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① 테슬라 판매량 감소에 따른 고무줄 가격은 전 세계적인 현상

1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총 1만4571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만7828대와 비교해 18.3% 감소한 수치에 해당한다. 테슬라의 판매 부진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위치는 전년(4위)보다 한 계단 떨어진 5위에 머물렀다.

국내 전기차 전체의 성장세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16만4482대로, 전년 동기 10만402대와 비교해 63.8% 늘어난 수치이다.

문제는 이같은 테슬라의 판매 부진이 국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해 총 생산량은 137만대이며, 이 중 131만대가 고객에게 인도되는 데 그쳤다.

이처럼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남아돌자, 테슬라는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세단인 모델3와 모델S, SUV인 모델Y와 모델X의 판매가를 최대 20% 할인했다.

이에 따라 모델3의 경우 1만 달러(1천240만 원), 모델Y의 경우 1만3천 달러(1천614만 원) 싸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할인 직전 테슬라 차량을 산 구매자들로서는 많게는 1만 달러 이상 날린 셈이 됐다.

② 허위 광고로 인한 신뢰도 하락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일 테슬라가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28억5200만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 측은 주행거리, 수퍼차저 충전 성능, 연료비 절감 효과 등을 거짓·과장 또는 기만적으로 광고했다고 판단했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주행거리, 충전성능 광고.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주행거리, 충전성능 광고.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테슬라는 '1회 충전으로 수백㎞ 이상 주행 가능'이라고 광고했지만 이는 통상 상온-도심 조건으로, 다른 대부분 조건에서는 해당하지 않았다. 저온-도심 등 다른 조건에서는 주행거리가 광고보다 최대 50.5% 감소됐다.

수퍼차저의 종류, 시험조건 등을 밝히지 않고 '수퍼차저로 15분 내에 수백㎞ 충전'이 가능하다고 광고했다. 수퍼차저의 종류, 외부 기온, 배터리의 충전상태 등에 따라 충전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누락해 기만성이 인정됐다.

아울러 충전 비용을 킬로와트시(kWh) 당 135.53원으로 가정하고 연료비 절감금액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해 광고했다. 이 기준에 대한 기준 시점이나 부가적인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고, 충전비용은 충전기 공급자, 충전 속도, 정부의 가격할인 정책 등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누락했다.

③ 연달아 발생하는 화재 사고, 차량 결함으로 추정돼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던 테슬라가 최근 고객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잇따른 화재’로 분석되고 있다. 차량 결함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고 있지만, 고객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센터 앞에서 모델 X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에서 오류 메시지가 계속 떴지만 휴일이라는 이유로 차주는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 차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오류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불과 이틀 후인 지난 9일에는 모델 Y가 세종시 인근 국도를 달리다가 사고를 낸 뒤 전소됐다.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불이 날 수 있지만, 당시 이 차는 폭발하듯 불이 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성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테슬라 차량의 연이은 화재로 전기차 전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화재 발생시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일부에서는 전기차 구매 자체를 재검토하는 실정이다.

전기차 화재가 무서운 점은 불을 꺼도 꺼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충돌 사고로 폐차장에 옮겨진 테슬라 차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고, 물을 뿌려도 계속해서 불이 나 1만7천L 물웅덩이를 만들어 겨우 진압한 사례는 대표적인 화재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충돌 사고로 폐차장에 옮겨진 테슬라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화재는 1만7천L 물웅덩이를 만들어 겨우 진압됐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충돌 사고로 폐차장에 옮겨진 테슬라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화재는 1만7천L 물웅덩이를 만들어 겨우 진압됐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④ 벤츠, BMW등 전통적 강자들의 전동화 전환 가속화 및 부족한 서비스센터

신차 출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테슬라와 달리, 정통 내연기관차 제조사들은 앞다퉈 적정 가격의 전기차를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BMW i4, 폴스타2, 벤츠 EQB 등 모델 3와 Y를 위협할만한 차들이 대거 출시됐고 실적 또한 준수했다. 반면 테슬라는 경쟁사 대비 별다른 신차 소식이 없는 상황에서, 모델 Y의 경우 1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시선을 돌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가 한국에 진출한지 수 년이 흘렀지만 판매대수 대비 부족한 서비스센터와 부품 수급 지연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테슬라의 국내 서비스센터 수는 총 9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연간 판매 실적이 비슷한 볼보자동차의 경우 전국 30여개의 서비스센터를 구축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