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검거된 쌍방울 김성태…이재명 수사 변곡점되나. 2023.01.11. (사진=연합뉴스TV)
태국서 검거된 쌍방울 김성태…이재명 수사 변곡점되나. 2023.01.11. (사진=연합뉴스TV)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지난 10일 진행된 가운데, 쌍방울(SBW) 김성태 전 회장이 17일 국내로 송환돼 그들을 둘러싼 '경기도 대북 송금 의혹 수사'의 향방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김성태 전 회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말고도 이재명 대표의 과거 경기지사 시절 추진된 대북사업의 전말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경기도 대북 송금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회장은 이날 새벽 1시25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탑승, 7시간 후인 오전 8시4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송환행 비행기 탑승 직후 기내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돼 '대북 송금 의혹'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대북 송금 의혹'이란, 쌍방울 그룹이 2018~2019년 사이 계열사 등을 통해 640만 달러를 중국을 우회하여 북한으로 밀반출 했다는 내용의 의혹이다. 핵심인물은 김성태 전 회장의 조직인 '쌍방울(SBW)' 그룹 예하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와 연결된다.

이 사건의 최초 실마리는 지난 2019년 봄,단독 입수한 <경기도 대북 밀가루 반출 문건>에서 시작됐다. 그해 기자가 경기도를 통해 입수한 이 문건에 따르면, 경기도는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평남 일대 밀가루 및 묘목 등 지원을 요청했다"라면서 '(사)아태평화교류협회'를 통해 민간위탁 경기도남북협력기금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밀가루와 묘목을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관련기사: [단독 보도 後] 이재명 경기도의 이상한 '대북사업' 위탁단체 아태협 배후는 쌍방울?).

이 문건은 경기도를 통해 직접 입수한 문건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 이화영 당시 평화부지사는 사업 추진 경위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누구냐'고 물어보고서는 "지금 바빠서 말을 못하겠다"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화영 부지사는 이후 KINTEX(킨텍스) 수장을 역임했으나,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와의 관계에서 불법 카드 사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됐다.

기자가 2019년 단독 입수했던 경기도 문건 '대북인도적 지원 사업 추진'. 2021.08.09 (사진=조주형 기자)
기자가 2019년 단독 입수했던 경기도 문건 '대북인도적 지원 사업 추진'. 2021.08.09 (사진=조주형 기자)

그 연결고리가 바로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였는데, '나노스'라는 계열사 대표이사(안부수 씨)는 이재명 現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지난 2019년 추진된 경기도 대북 밀가루 지원 사업을 시행할 우회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 대표를 그 당시 맡았던 것이다.

이 사업에 대해, 불법 선거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용 前 경기도대변인 또한 알고 있다. 김용 전 대변인은 2019년 기자들과의 비공개 차담회에서 "인도주의 차원에서 안줄 수 없는 것"이라면서 "어디서, 얼마 만큼 (북한에)지원된다고 까발려지면 다 죽는거거든. 그래서 다뤄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알겠지?"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단독] 이재명 측근 김용 과거 발언 통해 새롭게 드러난 그의 뒤틀린 언론관·대북관).

그런데, 이 시기(2019년 초) 쌍방울 그룹의 김성태 전 회장과 연루된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전직 대표이사 안부수 당시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과거 행적을 뒷받침할 증언이 지난 16일 터져 나와 의혹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수원지법(형사11부 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 공판에 나온 아태협 전 본부장 출신 A씨가 "3억원 상당을 환치기로 180만 위안화로 바꿔 전달했다"라고 증언한 것이다.

이같은 증언은, '지난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안부수 당시 아태협 회장의 지시를 받고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송명철 부실장에게 돈을 전달했는가'라고 검찰 측이 질의하면서 나온 것이다.

A씨는 안부수 당시 아태협 회장이 "수표로 1억원짜리를 3장을 줬고, 달러로도 14만5천불 정도가 있었는데 당시 그 돈이 어떻게 마련됐는지는 몰랐고, 나중에 김성태 전 회장에게 후원받은 돈이라는 걸 알았다"라고 추가 증언했다.

하지만 대북 송금 관련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씨는 이날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북한에 돈을 전달하기 위해 쌍방울에선 많은 사람이 출장을 갔는데 우리는 두 명이서 이만큼 해결했다'라며 자랑하듯이 말하면서, 쌍방울 또한 북한에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았다"라고 덧붙였다.

맨 왼쪽에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그 다음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모습. 2019년으로 추정된다. 2023.01.17(사진=아태평화교류협회, 편집=조주형 기자)
맨 왼쪽에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그 다음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모습. 2019년으로 추정된다. 2023.01.17(사진=아태평화교류협회, 편집=조주형 기자)
2019년 당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추진했던 대북 사업. 2023.01.17(사진편집=조주형 기자)
2019년 당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추진했던 대북 사업. 2023.01.17(사진편집=조주형 기자)

김성태 전 회장의 행적을 뒷받침할 A씨의 증언이 아태협이라는 단체를 통해 당시 협회장이었던 안부수 씨의 행적도 함께 나온 것이다. 안부수 씨의 행적에 의혹의 눈길이 모아지는 이유는, 바로 위 경기도가 추진한 대북 밀가루 사업의 우회단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안부수 씨의 아태협의 정체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아태협이라는 단체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9년 3월8일에서야 통일부로부터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된다.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당시 2019년의 현행법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독자적 대북활동이 불가능했고, 어느 공공기관이건 통일부가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하는 '제3자적 우회단체'를 통해서만 추진이 가능했다. 물자 교류는 통일부 지정단체를 통해서만이 가능했다는 것이었다(관련 기사 : [탐사기획] 與 이재명, 文 평화프로세스 계승 의지 천명···하지만 경기도는 2년 전부터 시행 중?).

지난 2019년 3월, 통일부가 아태협을 지정한 시점은 이미 김성태 전 회장과 안부수 전 아태협 회장 등이 북한과의 위안화 환치기 처리 증언의 시점으로부터 불과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관련자들이 경기도의 대북 밀가루 사업의 제3자적 단체로 들어간 것이고, 이 내용을 김용 대변인 역시 알고 있으면서도 그해 여름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어디서, 얼마 만큼 (북한에)지원된다고 까발려지면 다 죽는거거든. 그래서 다뤄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알겠지?"라며 은근한 주문을 했던 것이다.

아태평화교류협회는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이자 현재 개칭된 SBW생명과학의 전임 간부 안부수 씨가 회장으로 있던 단체이다. 아태협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스스로 일제시대 당시 강제로 동원된 이들의 유골을 봉원해 국내로 들여오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힌 단체이다.

이 단체는 2019년 당시 북한으로의 어린이 간식 및 묘목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면서 이화영 전 지사와 함께 안부수 회장의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위 사진 등은 대중에 공개된 거의 마지막 사진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사진은 비공개 처리되었고 홈페이지 마저도 모두 폐쇄조치했다.

이 단체의 입장을 듣고자 <펜앤드마이크>는 수 차례에 걸쳐 연락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단체와 연루돼 있던 경기도에 대해서도 이미 2020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연락을 시도했으나 2019년 당시 아태협을 통해 대북 물자 처리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은 이미 부서 이동이 진행되었고, 어렵사리 해당 직원 일부와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그는 "저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라는 말만을 남기는 데에 그쳤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위 '관련 기사' 항목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화영 평화부지사(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화영 평화부지사(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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