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육군 문장과 로고. [사진=연합뉴스]

강원도 태백의 한 육군부대 연병장에서 추운 날씨에 적응하는 혹한기 훈련 중 사망한 병사가 '순직' 처리됐다.

16일 오전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육군은 지난 13일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고 훈련 중 숨진 채 발견됐던 이등병 병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했다. 심사위는 이 이등병이 교육훈련 중 사망했기 때문에 순직으로 판단했다. 또 이등병에서 일병으로 추서한단 결정도 내려졌다.

13일은 본지를 비롯해 여러 언론들이 병사의 사망을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날이다. 사실상 육군이 이 병사에 대한 처우를 곧바로 결정하고자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병사는 전날인 12일 오전 6시 54분경 내한 훈련을 위해 부대 내 연병장에 설치된 텐트에서 잠을 자던 중이었으나, 부대 동료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이등병이 아침 점호 시간에 발견된 것으로 파악하는 한편, 특별한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봤다.

이 병사의 정확한 사인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군과 경찰은 부검과 조직검사 등을 통해 사망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이 병사가 자대 배치 후 나흘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단 점, 격리에서 해제되고 이틀 후인 11일에 곧바로 훈련에 합류했다가 숨졌다는 점으로 볼 때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혹한기 훈련 중인 대한민국 육군 병사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만일 코로나19 후유증이 사인이 아닐 경우엔 이 병사가 지병을 앓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 병사의 혹한기 훈련 중 사망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한국의 징집률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예란 분석도 내놓는다. 세대가 낮아질수록 출산율이 낮아져 징집 대상 남성 수가 절대족으로 부족해진 결과 정신적·신체적으로 군복무에 부적합한 남성까지 군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 병사 역시 알려지지 않은 지병이 있거나 하는 등의 부적합 대상일 수 있단 것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1년 기준 병역판정검사 현황에 따르면 1급부터 4급까지의 현역 복무대상 비율은 94.4%에 달한다. 총 25만4361명 중 24만5967명이 현역 대상이다. 실제로는 육·해·공군에 입대하지 않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빠지는 4급을 제외하더라도 83.4%, 21만7962명이나 된다. 이로 인해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오직 남성에 대한' 징집률은 20세기 제국주의 일본이나 나치 독일 시기의 징집률과 비견될 정도로 높단 자조섞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며, 군복무에 부적합한 남성들이 징집됨으로써 군내 여러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단 평가 또한 나오고 있다.

2021년도 국가통계포털의 병역판정검사 현황. 1급부터 4급까지가 94.4%에 달하며 실제 군 입대 대상인 3급까지도 83.4%에 달한다. 북한과의 정전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징집률이 비정상적으로 높단 지적이다. [사진=국가통계포털(KOSIS)]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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