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최근 2년간 7% 가까이 상승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이 이를 상회함에 따라 실질 최저임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은 2020년 12월을 100으로 했을 때 106.6으로 집계됐다. 약 1년 9개월간 6.6% 상승한 셈이지만 실질 최저임금은 지난해 9월 기준 98.2로 하락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2020년 8천590원에서 지난해 9천160원으로 6.6%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7%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당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6%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이 공공요금과 가공식품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1∼2월 중에는 5% 내외를 나타내다가 이후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연간으로는 11월 전망치 3.6%에 대체로 부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9천620원으로 전년 대비 5% 올랐다. 올해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전망이다.

물가 급등으로 최근 2년간 실질 최저임금이 뒷걸음질 친 나라는 한국 뿐이 아니다.

2020년 12월 100을 기준으로 지난해 9월 실질 최저임금 수준을 살펴보면 OECD 30개 회원국 중 21개국의 실질 최저임금이 하락했다.

미국은 87.7로 10% 이상 하락했다. 포르투갈(99.7), 일본(99.3) 영국(97.4), 독일(97.3), 그리스(95.6), 캐나다(94.9), 스페인(93.8), 폴란드(93.5), 아일랜드(92.6), 네덜란드(88.8) 등도 실질 최저임금이 하락했다.

반면 코스타리카(104.9), 칠레(103.1), 뉴질랜드(102.3), 프랑스(101.5), 벨기에(101), 호주(100.1) 등 9개국은 물가 상승에도 실질 최저임금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기 최저임금' 보고서에서 "2021년 1월에서 2022년 9월 기간에 거의 모든 OECD 회원국이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는 결국 실질 최저임금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에도 실질 최저임금이 오른 일부 국가들에 대해선 "벨기에와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은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률에 연동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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