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방침을 두고 비판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건설사의 높은 분양가와 수요 예측 실패의 책임을 정부가 국민혈세를 동원해 대신 떠안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거나, 정부가 부동산 가격하락을 저지하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비아냥 등이다.

정부가 건설시장 연착륙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민간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비판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정부가 건설시장 연착륙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민간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비판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같은 비판론에는 몇 가지 오해가 담겨 있다. 오해에서 벗어나 진실을 들여다봐야 정부 부동산 정책의 목표와 시장에 주는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①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 → 건설시장 연착륙 유도와 취약계층 주거 보호가 목적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에서는 건설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사들이 부동산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의 규제완화를 압박했고, 급기야 미분양 아파트 매입정책까지 부추겼다는 주장까지 흘러나온다. 실제로 건설회사를 소유주로 삼고 있는 국내 언론사는 9개 정도이다.

그러나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추진하는 목적은 건설업계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한 게 아니다.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건설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주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글로벌 금리 급등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급랭되면 건설경기가 침체될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주거불안도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가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이다. 정부가 건설사 이익을 지키기 위해 특정 정책을 편다는 주장은 악의적인 루머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② 미분양 주택 절대량은 적어?→ 미분양 주택 1년만에 2.5배 이상 급증

현재 미분양 주택 절대량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사들일 만큼 많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최근 미분양은 단기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5만8천27가구로 전월보다 22.9%(1만810가구) 증가했다. 미분양이 한 달 새 1만가구 이상 늘어난 것은 2015년 12월(1만1천788가구)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매매량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미분양 물량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매매량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미분양 물량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연합뉴스]

지난 2021년 1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1만 7천가구였으나 2022년 1월 2만2천 가구로 늘었다.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 9월 4만 2천가구, 11월 5만 8천가구로 급증했다. 1년만에 2.5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더욱이 건설업계는 미분양 신고에 소극적이다. 실제 미분양 물량은 더 많다는 이야기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은 7천110가구이다. 전월보다 0.5% 증가한 수치이다.

③ 정부의 미분양 매입은 전례없는 조치?→ LH의 매입임대사업에 미분양 매입 포함돼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게 전례 없는 조치라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매입임대사업을 진행해왔다. LH가 도심 내 신축 또는 기존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매입해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취약계층 등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민간 주택을 매입한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지시한 미분양 주택 매입과 유사한 정책행위이다.

LH의 매입임대사업은 주로 1인 가구를 위한 다가구·다세대 등에 집중돼 있다. 아파트 매입 비중은 10% 미만(지난해말 기준 9%선)에 불과하다.

④ 예산확보가 어렵다고?→ 정부 단독으로 1조2천억원 확보 가능, 민주당도 국회서 협조할 듯

정부는 올해 LH의 매입임대주택 3만5천가구 매입을 위해 이미 주택도시기금 6조763억원을 편성한 상태이다. 가구당 매입 예산은 평균 1억7천여만원이다.

국토부는 이 방식으로 현재 7천여가구가 넘는 준공후 미분양의 일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지시한 미분양 아파트 매입정책을 수행하려면 추가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토부는 7천여가구 정도의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LH의 기존 매입임대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예산확보이다. 국민주택기금 예산은 20% 이내에서 국회 동의 없이 증액이 가능해, 최대 1조2천억원가량은 정부 주도로 증액할 수 있다. 이 정도 금액을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력할 경우 미분양 아파트 매입 규모는 큰 폭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30조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를 강조하면서 미분양 주택 매입을 통한 공공임대를 확대하자고 밝힌 바 있다. 향후 국회 논의를 통해 예산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⑤ 고분양가를 유지시켜 준다고?→분양가의 30% 정도 할인 금액에 매입, 대부분 1인 가구용이라 영향력 적어

LH가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현재의 고분양가’가 유지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LH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급증하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채권발행 등을 통해 준공후 미분양을 사들인 전례가 있지만, 감정평가를 통해 분양가의 60∼70% 선에 매입했다.

LH는 지난 12월 말 서울 강북구의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 36가구를 공공임대용으로 매입할 때도 분양가의 15% 할인금액을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매입하기 때문에 고분양가를 유지시키지 않는다.

더욱이 LH가 매입임대형으로 구입하는 미분양 주택은 대부분 1~2가구에 적합한 초소형 평수이다. LH가 지난 12월말 매입한 36가구도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형이다.

이처럼 1인 가구용 빌라나 아파트를 3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해준다고 해서 3~4인용 중산층 아파트 가격 하락세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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