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 사장이 연임을 선언하면서 언론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문재인 정부때 임명된 공영방송사 사장이 편파방송을 일삼으면서 알박기하는 경우도 이상한 일이지만, 바뀐 정권하에서 연임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더더욱 상식적이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과 5년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뒤 얼마후 김장겸 MBC 사장이 중도하차한 경우와 비교해봐도 이례적인 일이다.

박성제 사장이 이같은 극히 이례적인 연임 도전에 나서는 것은 사장을 뽑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구성이 여전히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방문진 이사진은 6명이 민주당 추천,3명이 국민의힘 추천 인사들로 구성돼있다.현재 이사진 구성대로면 박 사장이 연임할수 있는 구조이다. 실제 방문진은 최근 새로운 사장을 뽑는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MBC 노조는 방문진 이사들과 MBC 경영진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선임 절차 강행 중단을 요구한바 있다.

방문진 이사진이 민주당에 유리하다 하더라도,정권이 바뀌었는데 친 민주당 인사를 사장에 뽑는 절차를 그대로 밟겠다는 설정 자체가 넌센스라고 볼수 있다. 최소한의 양심이나 금도가 사라진 셈이다. 지금 민주당 성향 인사들은 국가의 모든 기관을 진영논리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박성제 사장은 조국수호 촛불집회때 "딱 봐도 백만명"이라는 말로 유명해졌다. 한마디로 묻지마 친문인사로 분류된다.박 사장의 부인은 문재인 정부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박 사장이 중립적 인물이라면 최악의 경우 연임이 가능할지도 모른다.하지만 박 사장은 그렇게 처신해오지 않았다. 한쪽 편을 든다는 인상을 끊임없이 주면서 사장을 맡아왔다.이런 인물이 바뀐 정권하에서 연임을 도전한다는게 일반 상식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MBC는 특히 윤석열 정부이후 많은 논란을 빚었다.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을 각색했다는 의혹에서부터 '슬리퍼'기자의 무례한 행동 등 논란의 중심에 늘 있었다.

박 사장이 연임을 도전하는 것은 아마 이런 윤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오히려 '언론 자유'라는 차원으로 각색해서 유리한 여론 조성을 할수 있다는 착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건 언론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뜻으로 선출된 새로운 정부에 대한 조롱이다.

박 사장의 연임 도전은 윤석열 정부의 미숙한 언론 정책을 드러내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윤 정부는 취임후 공영방송사 사장을 단 한명도 바꾸지 못했다. 사장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시대가 아니라 하더라도,공영방송사에 대한 새 정권의 장악력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최악의 경우 박 사장이 연임하면,공영방송사는 아예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멋대로 방송'을 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음은 박성제 사장의 연임 도전 성명이다.

< MBC 사장 연임에 나서며 >

3년 전 중책을 맡게 된 뒤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했던 방송’ MBC를 ‘가장 사랑하는 방송’으로 재건하는 꿈을 위해서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상파 TV는 이제 끝났다’고 했지만, 저와 MBC 구성원들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해냈습니다. 적자구조에서 벗어나 3년 연속 굳건한 흑자경영을 이뤘습니다. MBC 뉴스는 한국인이 즐겨 보는 채널 1위, 신뢰하는 뉴스 1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고, 유튜브  조회수는 전세계 뉴스 채널 중 1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의 영향력도 급상승했고, 월드컵 방송은 국민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채널 신뢰도에서 전 부문 1위에 복귀했습니다.

‘신뢰도 1등 MBC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취임 당시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폭발시킨 결과이자, 시청자 여러분의 성원 덕분입니다.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를 지키고 더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아직 꿈이 많습니다. 진실만을 추구하는 MBC 저널리즘을 더욱 굳건한 반석에 올려놓고, 과감한 콘텐츠 혁신으로 MBC의 위상을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우뚝 세우고 싶습니다. 

단기간에 쉽게 이루기 힘든 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MBC와 시청자들을 위해 한 번 더 뛰어보자고 감히 마음을 굳혔습니다.  

하지만 지금 MBC를 둘러싼 환경은 심상치 않습니다. 권력과 언론의 긴장 관계는 필요하지만, 지금 MBC는 도를 넘은 압박과 여러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 발언에 관한 보도로 유독 MBC 기자들만 표적이 되어 수사를 받고 전용기 탑승을 거부당한 사실은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됐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대놓고 ‘사장 물러나라’라고 요구하고 기업들에 ‘광고 중단’ 압력을 넣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국세청 세무조사, 노동부 부당노동행위 조사와 특별근로감독, 감사원 감사 등 MBC를 겨눈 전방위 압박이 이어졌습니다. 

MBC는 과거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한때 집회 현장에서 중계차를 빼라는 시민들의 야유를 받고 숨어서 방송해야 했던 쓰린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떻게 되찾은 국민의 사랑과 신뢰인데, 다시 추락의 길로 빠져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언론 자유를 지키려다 겪었던 처절한 희생을 후배들에게 대물림해서는 안됩니다.

과거 몇몇 방송사 사장들처럼 제가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전혀 정치에 뜻이 없고 정치에 어울리는 사람도 아닙니다. 저에게 욕심이 있다면 MBC를 ‘사랑받는 공영방송, 자랑스런 공영방송’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MBC의 새로운 사장에 다시 도전합니다.
 
MBC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해야만 합니다. 지난 3년간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낸 성과로 평가와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새로운 꿈과 비전으로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걸어가겠습니다.

2023년 1월 12일 

박 성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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