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인 대만반도체(TSMC)가 작년 4분기(2022년 10~12월) 매출과 순이익 모두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파운드리 세계 2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대만 TSMC에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내어준 것으로 보인다. 

12일 TSMC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8% 증가한 6255억 대만달러(약 25조5500억원)를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78% 증가한 2959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전체 실적으로 봐도 TSMC는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2.6% 증가한 2조2638억 대만달러(약 92조2800억원)를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70.4% 중가한 1조 165억 대만달러이다.

TSMC는 애플, 엔비디아, 퀄컴, 미디어텍을 포함한 거의 모든 주요 반도체 개발사들의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TSMC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시장의 전망치인 199억~207억달러(약 26조~27조원)를 다소 밑도는 수치다. TSMC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건 2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경기 침체에 따라 반도체 시장도 빙하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TSMC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침체의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6일 발표된 잠정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매출은 7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고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69%나 급감했다. 2021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호황에 힘입어 매출 부문에서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지만 파운드리가 주력인 TSMC에는 밀렸다. 파운드리는 메모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에도 수요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 맞춤형 생산을 하는지라 범용 메모리 반도체보다 업황에 덜 민감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과점한 TSMC의 주문량도 이미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일부와 애플 물량을 제외한 TSMC의 주요 고객사 대부분은 지난 여름부터 재고를 조정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TSMC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020년 초 이후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분기 대비 1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데 실제로 지난달 TSMC의 매출은 월 최고 매출을 찍은 11월보다 13.5% 감소했다.

삼성전자 전망은 더 어둡다. 올해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적자를 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모의 경제가 매우 중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TSMC가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삼성 파운드리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은 TSMC보다 이익률이 낮아 하반기에 파운드리 자체만 놓고 보면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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