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 마지막 질의응답엔 통역 안 들어...회담중 美취재진 질문 이례적 수용
文 방명록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빠지고, 트럼프 손만 흔든 '서먹한' 배웅
文, 중재자론 내려놓으면서도 "김정은 차원 다르다"며 美北회담 종용 거듭
副차관보 이하급 평상복 차림 공항영접…訪美 첫날부터 '의전 홀대' 징후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긴밀한 한미동맹을 확신하기 어려운 '문제적 상황'들이 잇따라 노출됐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단독회담에서 "최근 청와대에서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는데, 지금 북한의 태도 변화 우려가 나오는데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한국측 취재진 질문을 받았다.

시종일관 북핵 문제의 '당사자'가 아닌 '중재자'를 자처해 온 문 대통령은 일단 이 자리에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를 하는 입장이라기보다는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중재자론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 때문에 북미(미북) 정상회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게 있는데"라면서 "저는 북미(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답변을 내놓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 필요 없겠다. 왜냐하면 예전에도 들은 얘기일 게 분명하니까"라며 끝까지 듣지 않고 공개 회담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의 미북정상회담 개최 낙관론을 피력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초입부터 "싱가포르 회담(6·12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될 것", "만일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겠다", "과연 북한과의 협상이 잘 이뤄질 것이냐 안 이뤄질 것이냐는 두고 봐야 되겠다"고 대북 대화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회담 자체도 정상간 짧은 모두발언에 이은 비공개 1대 1 회담이라는 통상적 진행 방식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7분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단독 회담에 앞서 양 정상간 모두발언을 했는데, 그 직후 미국기자들이 예정에 없던 질문이 잇따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허용하면서 '이변'이 발생했다.

당초 비공개 단독회담까지 포함해 오후 12시35분까지로 예정됐던 단독회담은 질의응답만 34분가량, 12시42분까지 진행됐고, 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자신에게만 질문이 쏠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저기, 실례지만 여기 한국 대통령도 와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한국 취재진 사이에서는 "완전 예상 밖의 상황으로 흘러갔다"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1시3분쯤까지 약 21분 동안만 통역자만 배석한 가운데 단독 회담을 가졌다. 

이를 두고 '통역 소요 시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대화가 10분 안팎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단독회담 종료 직후에는 양 정상간 참모진이 합석하는 오찬 겸 확대회담으로 전환, 65분간 진행됐다.

한편 회담이 열리기 전에도 한미 엇박자나 문제적 상황이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전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50분간 접견하는 중 "최근 보여준 북한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북미(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는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지난 25년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기만당했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나 이번은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를 공언하고 체제 안전과 경제 발전을 희망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대상으로 협상한다는 점에서 이전 협상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김정은을 추어올렸다.

이는 같은 '지난 25년'을 빗대어 "(전임 행정부들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과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북측 입장을 대변한 문 대통령은 두 핵심인사에게 "북미(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북한과의 협의에 매진해 달라"며" "우리 정부도 북미(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회담 개최를 거듭 종용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페이스북 등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페이스북 등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백악관에 도착해 방명록에 "평화와 번영을 향한 한미동맹, 세계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기길!"이라고 적은 뒤 "2018. 5. 22 문재인"이라고 적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빠진 채였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6월말 미국에서 가진 한미정상회담 때 백악관 방명록에 직함을 대한'미'국 대통령이라고 적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는 문 대통령을 배웅했는데, 지난해 회담에 이어 차량에 탑승하는 문 대통령을 직접 에스코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문 대통령이 미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공군합동기지에 도착해 공항 영접을 받는 모습도 위화감을 자아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항에는 한국 측에서 조윤제 주미한국대사 내외가 마중 나왔고 미국 측에서는 핸더슨 의전장 대리, 마크 내퍼 주한대사 대리,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문 대통령을 영접했다. 

대통령이 동맹국으로부터 부차관보 대행급 영접을 받고, 핸더슨 의전장 대리로 추정되는 여성이 마치 '평상복 차림'으로 악수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 전파를 타면서 국내에서는 '국격 추락'을 우려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6월28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참석차 방미했을 때에는 안호영 당시 주미대사 내외, 김영천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장, 황원균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장, 한연성 한국학교 워싱턴지역협의회장과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대행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항도착 행사를 가졌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