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새해 벽두부터 미국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식시장은 큰 폭의 하락으로 출발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새해 첫 거래일인 3일(현지 시간)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7% 떨어져 종가 기준 2021년 말 한때 3조 달러에 육박했던 시총이 2조 달러(약 2547조 원) 아래로 하락했다. 애플은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한 지난해에도 시총 2조 달러 선을 지킨 유일한 기업이었지만 침체 우려를 피하지 못했다. 테슬라 역시 12.2% 급락했다. 테슬라 시총은 2021년 11월 1조2300억 달러에 달했지만 3414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주식회사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과 테슬라 주가가 새해 첫날부터 큰 폭 하락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경기 전망이 좋지 않고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 생산 거점을 보유한 두 기업의 생산 및 판매 부진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애플과 테슬라를 주축으로 한 미국 ‘빅테크’ 산업이 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와 빅테크 5대 기업(FAANG·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시가총액은 총 4조 달러(약 5087조 원) 증발했고 새해에도 이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날 뉴욕 증시의 3대 지수 또한 모두 내려 우울한 새해를 예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가 향후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3일 발표한 미국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점(50)보다 낮은 46.2를 기록해 경기 위축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2020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의 최저치이다. 수요 둔화와 경제 불확실성이 올해 미 제조업계의 도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이 같은 날 발표한 중국의 12월 제조업 PMI 또한 49.0으로 지난해 11월(49.4)보다 하락해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연속 기준점인 50을 밑돌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등으로 중국 제조업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중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중국 주요 기업의 실적도 지난해 3분기보다 나빠졌다는 진단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대표기업 애플과 테슬라의 부진은 이들 기업에 부품을 제공하는 LG이노텍과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기대감을 안고 새해 첫 개장한 한국증시도 코스피가 오전 한때 1% 넘게 올랐지만 결국 지난해 말보다 0.48% 내린 2,225.67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행렬에 점차 낙폭이 커진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코스닥도 1.15% 내린 671.51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까지 1,272.6원에 상승 마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세계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2%에서 2.7%로 낮아지며 특히 선진국은 2.4%에서 1.1%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1.6%에서 1.0%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해의 3.2%에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4.4%에 머믈 것으로 예상했다. 시진핑 3연임에 뒤이은 경직적인 경제운영으로 이 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잇다르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성장이 부진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획재정부(1.6%)와 한국은행(1.7%) 한국개발연구원(1.8%) 등에서 1%대 중후반대 성장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반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0%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바클레이스,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JP모간, 노무라, UBS 등 주요 외국계 IB 9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로 1%대에 간신히 턱걸이하거나 최근 씨티은행이 1.0→0.7%로 하향 조정하는 등 아예 0%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ING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6%로 예상했는데 여기에 더해 이번엔 씨티까지 0%대 전망에 가세한 것이다. 한국이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경기 침체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전망추세는 예상보다 경기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란 경고로 볼수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부진에 빠지고, 고금리 여파로 소비 위축까지 더해지면서 경기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섣불리 ‘바닥’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새해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위기의 삼각파도가 몰아치는 복합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파고가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고물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으로 고유가 고곡물가가 지속되는 점이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를 강타했던 고물가가 새해에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해 미국 연준은 금년 중에 금리인하는 없다는 의사록이 공개되어 금년 중에도 고금리 지속을 예견케 했다. 설상가상 미중쟁패에 따른 신냉전은 더욱 가속화되어 중국을 최대수출시장으로 하고 있고 있음은 물론 2~3만 개의 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벌써 중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줄면서 지난해 대중 무역흑자는 12억5000만 달러로 교역국 중 22위에 그쳤다. 대중 무역수지가 2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1992년(―10억7000만 달러)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대중 수출이 감소했지만 리튬 등 산업용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수입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파고가 예상되고 있다. 우선 지난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에 따른 부채와 정책운용의 한계가 너무나도 많다.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국가채무는 지난 해 말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서 GDP대비 51%를 돌파해 위험수위 40%를 넘어선지 오래다. 넒은 의미의 국가부채는 GDP대비 130%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규모개방경제인 한국경제로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국도 금리를 따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재정정책마저도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실정이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막대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만기가 돌아오면서 금융시장 경색원인이 되고 있고 급등하던 부동산가격이 하락으로 반전하면서 건설경기도 위축되고 있다. 높은 법인세율과 만성적인 규제에다 과도한 친노동정책으로 기업의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2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고금리 지속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로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무리한 임금인상과 주 52시간의 경직적 운용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무덤이 되고 있다. 무리한 탈원전으로 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 구입으로 지난해 적자가 30조원에 이르고 있는 한전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금융시장에서는 막대한 한전채의 발행으로 금융시장 경색 원인이 되고 있다. 4대강보 해체는 가뭄대응능력을 떨어뜨리고 해외자원매각은 자원위기를 맞아 값비싼 댓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성찰은커녕 거대야당은 한사코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개혁법안들을 좌초시키고 있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0일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국회에 발의한 법률안은 110개로 집계됐다. 이 중 15개만이 가결됐다. 정부 입법안 중 86.3%에 달하는 95개가 국회에 붙잡힌 셈이다. 특히 정부 핵심 국정과제와 맞닿아 있는 주요 법안 12개의 경우에는 4개만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의 ‘국정과제 관련 주요 법안 추진 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국정과제 관련 주요 법안 12개를 정상화, 민생·안전, 미래 등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각 4개씩 분류했다. ▷정상화-세제 정상화, 국가재정 정상화, 정부 혁신 ▷민생·안전-주거복지, 교육복지, 약자보호 ▷미래-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 육성, 인재양성 등이 각 주제의 구체적인 방향이다. 정상화 관련 법안 중 국회를 통과한 것은 정부가 발의한 세제개편안이 유일하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23일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개정안을 합의 끝에 처리했다. 해당 법안들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안정적 주거를 위한 부동산세제 정상화’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 강화’와 맞닿아 있는 법안들이다.

통과 법안들도 원안보다 크게 후퇴했다. 반도체특별법의 일부인 조세특례제한법은 대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이 여당은 세액공제율을 20%로 높이는 안을 제시했지만 정부·야당의 반대가 심해 8%에 그쳤다. 예산부수법안으로 함께 24일 본회의를 통과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등 교육교부금 개혁도 3년 한시 운용으로 조건이 달렸고 예산도 절반으로 깎이며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주요 법안을 쏟아내며 민생 의제 선점 경쟁을 벌이는 듯했지만 갈수록 정쟁에 매몰돼 시간만 흘려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생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파고가 높다보니 경제전망이 우울하게 나올 수 밖에 없다. 경제성장률은 1%대가 전망되고 있다. 소비도 반토막이 나고 수출 투자가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금년 고용시장에는 역대급 ‘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해 취업자의 전년동기 증가폭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일자리수요 확대, 비대면·디지털 전환 수요 등으로 이례적인 증가폭을 보여 81만명 규모였는데 비해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의 8분의1 수준인 10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년의 3~40만명 수준에 비해서도 4분의 1 수준이다. 올해는 본격적인 경기둔화에 전년도의 기저효과까지 겹쳐 취업자 증가폭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용시장 한파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12월 22일 ‘일자리 태스크포스(TF)’까지 발족했다. 이런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5.1% 보다는 낮겠지만 여전히 3.8%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용은 사상 최악으로 악화되는데 물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해 민생고통지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으로서는 비상상황이다. 따라서 새해 최대 경제현안은 민생대책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비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투자환경개선을 위한 법인세 인하, 상속세인하, 노동개혁을 다시 강도 높게 밀어붙여 한국기업의 리쇼어링은 물론 탈중국하는 외국기업들도 한국으로 와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주52시간 근무제의 탄력적인 운용을 다시 추진해 무너지는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소비진작을 위해 가계부채 연착륙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과도한 기업부채가 금융부실로 전이되어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과도한 재정지출로 재정운용의 여유가 없지만 전정부에서 도입한 인기영합적인 현금성 지출을 최대한 지양하고 최악의 고용한파를 넘기 위한 일자리창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많은 정책들이 거야국회의 벽을 넘기 힘들 수도 있으므로 규제혁파 서비스산업고급화 관광산업활성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마련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영국의 위대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1934년에 저술을 시작해 27년 만에 12권의 책으로 발간한 ‘역사의 연구’ (A Study of History)에서 한 문명이 탄생하고 발전하는 원동력으로 그들이 처하게 되는 도전을 어떻게 극복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설명을 함으로써 역사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른바 “도전과 응전”이다. 새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대내외 도전에 비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강력한 응전이 필요한 때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밝은 미래가 있다. 대한민국에는 반도체 밧테리 선박 전기차 방산 등 전략상품들이 즐비하다. 이제 경제와 안보가 같이 가는 경제안보시대다. 경제를 튼튼히 하는 것이 안보를 튼튼히 하는 길이다. 새해 대외내 도전에 대한 강력한 응전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꾸준히 희망을 만들어 가면 대한민국에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밝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계묘년 새해는 어둠을 딛고 도약의 디딤돌을 만들어가는 해가 되어야 한다.

오정근(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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