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식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종하다 위헌정당으로 판정돼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격 정당 '진보당'의 제주도당 핵심 인사들과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9일 국가보안밥 위반 혐의를 받아 논란이 예상된다. 바로 반국가단체인 북한 조선노동당의 지령을 받아 움직였다는 '목적수행의 죄'가 적용된 것이다.

제주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품목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검사를 진행한 결과, 제주지역에 'ㅎㄱㅎ'라는 지하조직을 편성하라는 지령을 북한 대남공작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 대남공작원을 만난 이는 진보당 제주도당 관계자로, 지난 2017년 캄보디아에서 접선이 이뤄졌다는 게 공안 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가 되는 혐의명은 국가보안법 상 제4조 '목적 수행' 조항이다. 북한의 지령에 따라 지령 목적상 하달된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보안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

단순히 자생적 조직에 의한 특정범죄 행위가 아니라, 반(反)국가단체에 의한 지령을 하달 받아 지령목적을 완수하기 위한 의도로 수행한 바 이는 하달지령의 크기와 대상과 별개로 반국가단체의 목적과 수단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 것 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에서 나타난 혐의 주체 조직이 '제주도 지역당'에 머무르고 있는데 상부 조직을 색출하는 것에 있어서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2021년 8월7일자 기사 <[탐사기획] 박지원 국정원 속 통혁당 신영복의 '스텔스 여론전 공작 사건' 간첩망 추적>를 통해 통일혁명당의 지하 간첩망 편성 계획도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여기서 나타난 지하당의 산하 기구인 '도 지구당'은 지하 중앙당의 하위 조직으로, 1개 지역에 대해 국한된 간첩망을 의미한다.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이는 즉 이번에 덜미가 잡힌 '진보당 제주도당'의 상부구조에 지하중앙당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평적으로 도 지구당과 견줄 수 있는 '시 단위 지구당'이 있는데다 타 시도 지구당 역시 없을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는 곧 제주도당 말고도 인접 시도 지구당에도 관련자들이 연루돼 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의 조직도에 따르면, 지하당 조직도는 단순히 정치권 관계자들로만 연루되지 않는다. 이미 농민단체 등 직능형 단체까지 연루돼 있는 만큼 서로 관계가 없는 정보, 경찰, 정당, 시민사회계, 언론에까지 이 사건 관련자들이 포진돼 있을 공산이 없지 않다는 것.

이미 과거 1968년에 있었던 통일혁명당 사건에서 이같은 지하당 조직구조도가 포착된 만큼 이번 사건 역시 전국 단위 전 분야에서 여러 단계에 걸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및 연루자들이 숨어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와 같은 '통일혁명당 사건'에서 나타난 지하당 조직의 근원은 북한의 조선노동당이다. 더 자세히 밝히자면, 북한은 1975년 조국통일 이론으로 대남혁명론을 내세우는데 北김정일에 의해 포괄적으로 다뤄지던 무력혁명론에 기반한 조국통일이론은 대남혁명론과 조국통일론으로 분화되어 추진된다. 그 결과 1980년 당대회에서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서 노동당의 당면목적과 최종목적으로 분류되어 전 한반도 공산화를 목적으로 하는 구체적인 혁명의 방법론이 등장한다.

그렇게 등장한 대남혁명론이 바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론(NL-PDR)'이다. 이는 남한 지역 혁명의 성격을 '미국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통치기구 타도'에 초점을 두고서 한반도에서의 미국 관련 기구의 완전 철수를 노리는 형태로 진화한다. 이렇게 등장한 대표적인 구호가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 제4원칙'이다. 이는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서 등장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라는 자주3원칙을 북한식으로 교묘히 꼬아 미군 철수를 꾀하려는 행태로 풀이될 수 있다.

통일혁명당을 비롯한 이번 제주도당 역시 한반도 이남지역에서 미군을 포함한 미국세력을 몰아내려는 북한식 지역혁명론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간첩단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논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펜앤드마이크>에서 다루어왔던 간첩단 사건에 대한 그간의 이야기는 위 '관련기사' 항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내란음모·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5일 오후 수원구치소에 구속수감되기 위해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오며 결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2013.9.5(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내란음모·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5일 오후 수원구치소에 구속수감되기 위해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오며 결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2013.9.5(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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