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 사태에 대한 군 대응상의 허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군 레이더에 북한 무인기 이상 항적이 포착됐으나 뒤늦게 그 사실을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합참이 그 사실을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 전파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북한 무인기 탐지·식별·인식 단계부터 대응 전반에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군 쇄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첫 탐지 후 100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두루미 명령'이 내려졌다. [사진=SBS 캡처]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첫 탐지 후 100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두루미 명령'이 내려졌다. [사진=SBS 캡처]

① 12월 26일 오전 10시 19분 미상 항적 포착... 북한 무인기 판단에 ‘6분’ 지연돼

북한 무인기 대응 전반에 대한 합동참모본부(합참)의 전비태세 중간 검열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당시 군 레이더에 첫 항적이 포착된 지 6분 뒤에야 레이더 운용 요원이 무인기 침범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군은 무인기 첫 발견 시간이 12월 26일 10시 25분이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6일 합참에 따르면 북한 무인기 항적이 우리 군 레이더에 처음 포착된 시점은 오전 10시 19분경이었다. 합참 관계자의 ‘레이더 운용 요원이 무인기를 처음 인지한 시간은 10시 25분’이라는 발표와 무려 6분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우리 군의 메인 레이더에는 북한 무인기 항적이 포착되지 않아서 최초 보고에는 10시 25분으로 적시됐으나, 합참의 전비태세 검열 과정에서 서브레이더들을 분석한 결과 10시 19분에 이미 무인기가 포착된 사실이 발견됐을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 ‘새떼’ 정도로 오인했다가 뒤늦게 ‘북한 무인기’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당초 군은 레이더가 3m 이하의 무인기를 탐지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이더의 탐지 능력보다 운용 요원들의 분석 및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② 합참, 북한 무인기 침투를 수방사에 ‘전파’하지 않아...향후 조사에서 그 이유 규명돼야

합참은 중간 전비태세 검열을 통해 합참과 육군 1군단이 서울을 방어하는 수방사에 1시간 가량 동안 무인기 침범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7일 알려졌다.

합참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10시 25분 북한 무인기를 첫 탐지하고 100분이 지나서야 ‘두루미 명령’이라는 대비 명령을 내렸다. 두루미 명령을 내린 것은 12시를 전후한 시점이다. 미상 항적이 식별되면 즉각 전파해야 하는 ‘작전 지침’을 위배한 것이다. 1군단은 오전 10시 25분 북한 무인기가 경기도 김포 앞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곧바로 합참에 보고했다.

군 작전 지침에 따르면, 무인기 판정 이전에라도 즉각 상황을 전파하도록 돼 있다. [사진=SBS 캡처]
군 '작전 지침'에 따르면, 무인기 판정 전이라도 즉각 상황을 전파하도록 돼 있다. [사진=SBS 캡처]

SBS보도에 따르면, 합참은 육군 1군단과 공군 8전투비행단 전력을 지휘해 무인기 대응 작전에 나섰다. 북한 무인기는 군사분계선을 통과하고 약 20분을 더 날아 서울 도심 한복판까지 진입해 1시간 넘게 서울 상공을 누볐다.

하지만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수방사는 이 사실을 몰랐다. 1군단만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사실을 알고 수방사에 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수방사가 북한 무인기의 항로를 제대로 추적하거나 격추 자산을 운용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다. 합참이 무인기 식별 이후 100분 뒤에 ‘두루미 명령’을 발동한 시점은 무인기가 이미 서울 상공을 횡으로 가로지로고 난 뒤, 방향을 180도 바꿔서 서울 북부를 비행하던 시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작전 지침’에는 북에서 온 미상 항적이 발견되면, 무인기 판정 전이라도 즉각적으로 상황을 전파하도록 돼 있다. 결국 합참 스스로가 ‘작전 지침 위배’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당초 수방사가 대통령실이 포함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정체불명의 항적을 포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50분쯤이다. 그로부터 약 30분이 지난 오전 11시 27분쯤 북한 무인기 침투를 자체 판단했다. 향후 조사에서 수방사가 그 때까지 합참으로부터 무인기 침투 정보를 공유받지 못한 이유가 집중적으로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③ ‘정보’ 없던 수방사는 대통령실 위기 방치...합참 보고하면서 합참 인지 사실 파악

7일 SBS보도에 따르면 합참이 작전 지침을 위배하고 무인기 침투 사실을 각급 부대에 전파하지 않으면서, 수방사가 북한 무인기라고 판정하는 데 30분이 소요됐다. 합참이 작전 지침대로 10시 25분에 이 정보를 수방사에 전파했다면, 수방사는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던 수방사는 미상 항적을 북한 무인기라고 판단하는 데 30분이 걸렸다. 오전 11시 27분쯤에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합참이 두루미 명령을 내린 것은 12시 전후이므로, 수방사의 대응에 합참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셈이다.

더욱이 수방사 방공여단의 국지 방공 레이더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항적 위치는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반경 3.7km의 비행금지구역인 P-73의 북쪽 끝지점이었다. 무인기가 대통령실 상공을 비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방사는 북한 무인기라는 판단을 즉각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인 P-73의 북쪽 끝 지점을 비행했다. 대통령실 상공을 비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진=SBS 캡처]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인 P-73의 북쪽 끝지점을 비행했다. 대통령실 상공을 비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진=SBS 캡처]

수방사는 각종 탐지 장비의 기록들을 크로스 체크하는 데 30여 분을 소비한 뒤인 오전 11시 27분에야 북한 무인기 침범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즉각 무인기 대응 작전에 돌입하면서 합참에 보고했다.

합참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수방사는 합참과 1군단 등이 이미 무인기 대응 작전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합참이 정보를 전파해야 했는데, 역으로 수방사가 합참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수방사 스스로 정보를 인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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