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투표 100%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기로 한 국민의힘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를 맡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직 도전을 앞두고 시끌시끌하다. 당원투표만으로 뽑기로 해놓고서도 친윤계의 당권 장악에 자신이 없으니 나 전 의원 출마까지 막으려 드는 모양새다.

최근 친윤계는 권성동 의원 불출마로 사실상 김기현 의원에게 힘을 모아주기로 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가 축출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김장연대'(김기현 장제원 연대)설은 연말이 되자 가시화됐고 후보 난립의 결과로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이 어부지리로 승리할까 우려돼 교통 정리에 들어갔다. 아울러 민심과 당심을 고루 반영하는 당 지도부 선출 관련 선거 규정을 20여년 만에 뜯어고쳐 당심 100%로 되돌렸다.

하지만 애초부터 최대 복병은 나 전 의원이었다. 당심 100%로 해도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의 집중 지원을 받는 김기현 의원을 이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월 8일 전당대회는 당일 개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김기현, 나경원, 안철수 3파전으로 구도가 짜이면 예측불허의 혼전 양상이 된다. 나 전 의원으로 인해 김 의원이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는 친윤계가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시나리오다.

친윤 진영 의원들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 간사를 맡고 있는 김정재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을 향해 "정치는 진중하고 길게 보는 게 맞다"며 "지금 하시는 일도 너무나 유의미해서 아무런 결과도 안 내고 접는 것도 아쉬운 면이 있다. 인구 문제에 집중해서 결과물을 내 윤석열 정부에 큰 공헌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친윤계가 청년최고위원으로 밀고 있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도 전날 BBS 라디오에서 "중요한 직을 맡은 지 몇 개월 안 됐는데 거기서 성과를 내는 게 당 대표를 하는 것 이상의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결정타는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이 전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에 나선 것이다. 안 수석은 출산 시 대출 원금 탕감이라는 나 전 의원의 지난 5일 발언을 두고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공개 면박을 줬다. 안 수석은 "정부 정책과 무관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친윤계가 일제히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 상임고문들도 윤 대통령 의중을 간파했는지 속속 입을 열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실과 조율 없이 좌파 포퓰리즘적 출산 장려 정책을 발표했다가 대통령실이 즉각 아니라고 부인했다"면서 "혼자 튀어보려고 혼자 생각하고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경고를 새겨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두 자리를 놓고 또 과거처럼 기회를 엿보면서 설치면 대통령실도 손절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오 전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에서 "본인은 대통령실의 언질을 받으려고 자꾸 뜸 들이는데 그렇게 하면 정부 체면이 안 서는 것"이라며 "(저고위) 부위원장은 장관급인데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다리는 공직에 걸쳐놓고 맨날 당 행사에 가서 얼굴 내밀고 마이크 잡고 이러면 저고위는 뭐가 되는 건가. 그러면 임명권자(대통령)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깨끗하게 (당대표) 나갈 생각이 있으면 그만두고 뛰어들든지 아니면 당에 얼씬도 안 한다고 하든지 해야지 정부랑 협의도 안 하고 불쑥 애 셋 이상 낳으면 어떻게 한다? 그러니까 대통령실이 황당해 그 이야기를 한 것 아니냐. 이는 대통령실이 일거에 '당신은 안 된다'고 잘라버린 것"이라면서 "한마디로 (나 부위원장을) 정리한 것으로 본인이 그 정리를 본인이 자초했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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