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태도 바뀐 것에 "마음에 안 든다"두번 말해
文대통령에게 "다른 의견 있다면 지금 말해도 좋다"
中왕이 국무위원 방미...미북회담 관련 의견 나눌 듯
평양서 중국산 트럭 포착...중국 원유 공급량도 늘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전 기자회견서 모두발언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Fox뉴스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Fox뉴스 화면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북한)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마음에 안 든다. 마음에 안 든다. 그것에 대해 기분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모두발언과 기자들과 문답을 하는 과정에서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시 주석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최근 한국과 미국에 대해 강경 태도로 돌아선 것이 지난 7∼8일(한국시간) 김정은의 2차 방중 결과에 따른 것이라는 이른바 '시진핑 배후론'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내가 중국에 갔을 때 아주 큰 환대를 받았다. 하지만 김정은이 중국을 2번째 방문하고 떠난 다음에 태도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내가 알 수는 없다. 시 주석은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아무튼, 만난 다음 태도가 변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어쩌면 거기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일어났을 수도 있다"며 "다만 거기에 대해 중요한 것은, 시 주석과 김정은의 만남에 대해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며 그 이후에 다들 놀랐다. 그리고 어느 정도 태도변화가 있었다는 논란이 사실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김정은의 2번째 만남에 대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며 "그래서 문 대통령이 다른 의견이 있다면 지금 말해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의 내용을 이야기하며 시진핑 주석 등엔 호칭(President-주석)을 붙인 데 비해 김정은의 경우 이름만 부르고 일절 사용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번역 보도한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은 김정은의 이름마다 ‘위원장’을 붙여 번역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신(不信)기류’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왕이 국무위원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마치고 미국을 경유해 미국 고위급 관리들과 미중 무역협상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와 미북 정상회담의 원활한 성사를 위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왕이 국무위원이 아르헨티나 방문을 마친 뒤 귀국 도중 23일 미국 워싱턴을 경유할 예정"이라면서 "이 기간 미중 양측은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왕이 국무위원의 워싱턴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미북 정상회담을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가운데 이뤄져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해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미중간 이견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견을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북한 평양서 열리고 있는 ‘평양 국제상품 전람회’에 대북 금수 품목인 중국산 트럭들이 등장한 사실이 지난 22일 확인됐다. 이는 “최근 (북·중 국경에) 구멍이 훨씬 더 많이 뚫리고 더 많은 것이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중국은 (비핵화)협상이 성사될 때까지 북한 국경을 더 강하게 조여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21일 트위터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이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는 승용차와 트럭, 오토바이, 열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을 대북 금수 품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번 국제상품 전람회에 포착된 ‘포톤(FOTON)’이라는 브랜드가 선명히 박힌 중국산 트럭 3대가 유엔의 북한 제재가 사실상 중국의 비협조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1일(현지 시각) "김정은 위원장의 1차 방중 이후 중국 당국이 북한의 대중 인력 수출을 묵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는 해외 북한 노동자의 비자 갱신과 노동자의 신규 파견을 모두 금지했다. 북한이 중국에 노동자를 새로 파견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북한 인력들은 변경 통행증인 도강증(渡江證)을 가지고 중국으로 넘어온다고 RFA는 전했다. 도강증은 유효기간이 한 달을 넘지 못하지만 6개월 이상으로 발급해주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RFA는 앞서 지난 16일에는 "중국이 김정은의 방중 이후 북한에 보내는 원유량을 크게 늘렸다"고 보도했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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