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과의 당대간 온도차가 포착돼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바로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중대선거구제 개편론'을 두고서 당대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중대선거구제 개편론을 먼저 띄운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힌 것이다.
그와 달리 여당 내에서는 '신중 검토'라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적으로는 '신중 검토'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상 내부에 담긴 속뜻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중대선거구제라는 룰(rule)의 특성에 기인하는데, 영남권 중심 인사들이 주축인 여당 특성과도 연결된다.
중대선거구제란(Multi-member District System) 대표를 선출하는 지역적단위인 선거구에 대해 그 크기를 분류할 때 선거구당 1명을 선출하면 소선거구로, 2~4명이면 중선거구로, 5명 이상 선출되면 대선거구로 분류하는 기준에서 1개 선거구에서 2인이상 선출하는 선거구제도를 말한다.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게 되면 양대 정당 구조 하에서 각 정당의 지지도가 취약한 곳에서도 당선인이 나올 수 있어 다당제를 촉진하게 되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주민 대표성 역시 승자 독식 구조의 소선거구체제의 약점을 다수 정치인 선출로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상존한다.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게 되면 1개 선거구에서 다수의 정치인이 양산되어 권력비대화 현상에 따른 계파정치를 촉진할 수 있다. 정책별로 다수 정치인들에 의한 혼란이 가중되면서 국론 분열로 흐를 수 있는데다 득표차에 따른 소수 득표 정치인의 선거구 대표성 확립 문제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이외에도 기존 소선거구제도 하 선거관리비용의 증가 등이 예상된다. 1인 1선거구 체제보다도 많은 정치인들이 선출되는 구조이므로 관리 소요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의 비례성 확립 문제도 풀지 못한 숙제이다. 중대선거구제도 하에서 정치인 선출의 핵심 포인트는 최대한 많은 표를 얻어내는 데에 있다. 다수 득표를 기반으로 한 선출 방식으므로, 2인 이상 획정 선거구의 경우 득표차이로 인해 동일 선거구에서 선출된 정치인들이 모두 해당 선거구를 동일하게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가 담겨 있다.
1인 1선거구 체제에서 발생하는 사표 문제도 역시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 따라 선거구 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A 선거구에서 4인의 정치인을 선출하고, B 선거구에서 3인의 정치인을 선출할 때 A선거구의 네번째 선출 정치인이 받은 득표수가 B 선거구에서의 네번째 정치인 득표수보다도 적을 수 있다. 획정 단위에 대한 다수 득표 적용이 관건이기 때문에, 오히려 획정 명수에 따라 선거구 지역별로 동일한 비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대선거구제에서 복수공천 허용 여부도 쟁점거리이다. A 선거구와 B 선거구에서 공천을 받은 정치인 C의 경우, 의석 과점을 문제 삼을 수 있는데 이는 해당 정당에서 1개 지역구 의석만 보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될 경우 지역구 편차를 의도적으로 보정하게 되는 것인데, 복수공천을 허용했을 때에는 의석 과점이라는 문제에 빠지게 된다.
종합하면, 중대선거구제의 핵심 쟁점은 선거구에서 선출되는 정치인의 의원정수 획정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데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내세워 중대선거구제 개편론을 내놨는데, 직접 선거를 뛰어야하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선거구와 의원정수 획정 등 계산문제를 직접 맞딱뜨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자칫하다간 기존 영남권 중심 체제의 여당에서 야당인사들이 등장 할수도 있고, 야당 중심 호남권에서는 오히려 여당의 명맥이 더욱 쪼그라들 수 있다는 문제도 추후 논의해야 하는 대목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던진 중대선거구제 화두에 대해 이를 직접 다루게 된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정개특위) 소속 여당 위원 8명 중 7명은 '신중 입장'을, 야당 위원 7명 중 6명은 '현행제도 폐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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