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한 고발장으로 법무부‧대검 압수수색
“고발인 편의 위해 대신 써준 것, 문제 없다” 해명
檢 안팎 “지휘부 수사하기 위해 무리수 뒀다” 비판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을 맡은 양부남 광주지검장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을 맡은 양부남 광주지검장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김수남 전 검찰총장 (59·사법연수원16기)과 이영주 춘천지검장(51·22기) 등 검찰 지휘부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장을 대필한 사실이 22일 뒤늦게 밝혀졌다. 수사단이 ‘셀프’ 작성한 고발장으로 법무부와 대검을 압수수색했다는 뜻이다.

수사단은 “대필은 한 것은 맞지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태 진상에 따라서는 징계나 형사처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사단은 이날 오후 채널A가 ‘고발장 대필 의혹’을 보도하자 A4 용지 2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관행에 따라 추가 고발장을 제출받은 것이고, 고발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수사관이 타이핑을 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고발인에 대한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고발 취지를 `안미현 검사가 주장한 모든 의혹 내용`이라고 확장했고 구체적인 대상이 진술조서에 기재된 이상 서면 고발장을 추가로 제출할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단이 필요해서 대필까지 해주며 받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단은 지난 2월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순환 사무총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추가 고발장을 대신 작성해 접수했다. 앞서 이 단체는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전 춘천지검장·58·21기) 등 3명을 고발했다.

수사단은 이 자리에서 김 사무총장 명의로 추가 고발장을 대신 작성한 뒤 그 자리에서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총장은 “(수사단이) 추가로 고발장을 제출하겠냐고 물었고, 집에 가서 다시 작성한 뒤 제출하겠다고 답하자 수사관이 ‘그럴 것 없다. 여기서 대신 써주겠다’고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급적 오신 김에 내는 게 어떻겠느냐며 자기들이 알아서 쓴 것”이라고 했다.

수사관이 대신 써준 추가 고발장은 A4용지 3장 분량으로, 김 전 총장과 이 지검장, 고검장 출신 변호사, 대검‧법무부 관계자 등 여러 명을 추가로 고발한 내용이다. 수사단은 추가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추가 고발인들과 관련된 압수수색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같은 달 이영주 춘천지검장 사무실에 이어 3월에는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찰청 반부패부 등을 연이어 압수수색 했다.

전·현직 검찰 간부들은 "결국 법무부와 대검찰청을 압수수색하겠다는 생각에 관련자들에 대한 피의자 입건이 필요해서 벌인 무리한 수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관이 대필해서 넣은 고발장이라면 법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단은 지난 15일 안미현 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자, 같은 날 “문 총장과 대검 반부패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수사단이 검찰 간부들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려다 문 총장이 반대해 갈등을 빚자 이 같은 폭로를 했다는 의혹을 샀다.

결국 검찰은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검찰 ‘전문자문단’에 수사 결과를 심의받았고, 자문단은 지난 19일 “검찰 간부들에 대한 기소는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 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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