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 어떤 소망을 품고 계시는지요? 무엇이든 바라는 대로 큰 뜻 이루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분단 조국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할 통일을 소망하는 건 너무 거창한 꿈일는지요? 제가 아는 한 기자는 자신의 꿈을 이렇게 밝힌 적이 있지요.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그 날, 정치범수용소가 허물어지는 역사적 현장 앞에 반드시 서 있겠노라고 말입니다. 개인의 안위와 소망을 뒤로 하고 나라와 민족을 품은 그 청년의 꿈이 참으로 위대해 보이지 않습니까? 끝이 보이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함께 이 길을 가다 보면 그날 속히 오리라 믿습니다.

그 어느 해가 중요하지 않은 날들이 없지만, 특히 올해는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이슈가 산적합니다. 2023년은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9월 9일 정권 수립 75주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北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일) 70주년 등 북한의 주요 정치 기념일이 몰려있습니다. 이른바 5, 10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라 이런 기념일을 계기로 북한정권은 대미·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고 대립 구도를 이어갈 것입니다.

북한은 매년 1월 1일 발표되던 신년사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김정은의 전원회의 연설문으로 대체했습니다. 이 문건을 보면 최소한 김정은이 한 해 동안 어떤 방향일지 대략 예측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2022년에 대한 평가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비상방역대전도 완전히 극복함은 물론 화성 17형 발사까지 성공한 최고 승리의 해라며 자축했습니다. 지난 2021년 1월에 개최한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계획에 따라 핵무력 완성을 순차적으로 이루었다고 자평했지요. 김정은이 자신의 딸까지 데리고 화성 17형 발사 시험장에 나타났던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대량살상무기 시험장에 10대 딸을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절박했던 김정은의 심경이라 해야 할까요? 2022년 12월 31일에는 600밀리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까지 개최하면서 군사적 도발을 이어갔지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북한은 2023년 남한을 상대로 ‘대적투쟁’을 더 강화할 것이라 합니다.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이를 탑재할 전술핵무기를 대상 생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매년 식량부족 사태로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처지에 어떻게 저리도 군비증강에만 열을 올리는지 그저 답답할 노릇입니다.

2023년은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조국해방전쟁 승리 70주년을 자축하며 또 어떤 군사적 도발을 이어갈지 알 수 없습니다.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7월 27일을 전후해 제7차 핵실험까지 한다면 한반도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락으로 빠질 것입니다. 강대강 구도로 남북한이 군비경쟁으로 치닫는 것 같지만 사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자리에 나오기만 한다면 남북관계는 급선회할 것입니다.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는 핵무기는 절대 용납 못한다는 이 단순한 논리를 왜 받아들이지 않는 걸까요?

이 지면을 빌어 김정은에게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총칼을 녹여 쟁기와 낫으로 바꿉시다. 남북한 주민 모두 잘살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윤석렬 정부가 제안한 ‘담대한(거대한) 구상’을 ‘담대하게 수락’하세요. 핵무력을 완성하는 것이 자라나는 후대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헛된 망상일 뿐입니다. 북한 주민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사일 개발과 핵실험 때마다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의 피눈물이 정녕 보이지 않나요?

독자 여러분들께는 새해 벽두부터 핵무기와 미사일로 점철된 이야기만을 드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싶어도 2023년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해 소망을 비는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조국과 민족을 위해 마음을 함께 나눠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립니다. 분단은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여전히 휴전 중입니다. 분단 조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과 역할을 다시 한 번 돌아볼 때입니다. ‘나는 오늘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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