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율 시민기자
김원율 시민기자

2022년 12월 31일 선종(善終)하신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가톨릭 정통교리의 수호자이며 2007년에는 공산주의의 반교회성을 여실히 폭로한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Spe Salvi: In Hope, we were saved)”를 반포하시였습니다. 동 회칙은 역대 교황의 사회교리의 가르침 중 가장 뛰어난 사목교서이며 마르크스에 대비되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교훈을 가장 잘 적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로마의 주교이신 교황께서 사회주의의 정체(正體)에 대하여 이처럼 치밀하고 본질적인 고찰과 분석을 하였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회칙은 20세기를 무서운 질곡과 파괴로 몰아넣었던 사회주의가 왜 아직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가에 대해 권위있는 해답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회칙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예수님은 스파르타쿠스가 아니셨습니다”고 갈파하는 4항에서 발견됩니다. 동 항목은 예수님께서 바라빠나 바르 코크바처럼 유혈을 부르는, 정치적 해방을 위한 투쟁에 몸담으신 적이 없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많은 사회참여 사제들이 예수님의 강생구속(降生救贖)이 불의한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며, 십자가 상에서 수난받고 돌아가신 것 역시 정치적인 이유에서라고 강변합니다. 교황께서는 그리스도께서 강생하신 이유는 사회의 구조개혁이나 체제를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은 일종의 부르주아 혁명이었으며, 칼 마르크스는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하여 새로운 혁명, 즉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위한 설계를 시작하였습니다. 마르크스는 현세에서 유토피아의 건설이 가능하다고 믿었으며 ‘내세의 진리’를 부정하고 ‘지금, 여기’에서의 구원을 위하여 ‘현세의 진리’를 세웠습니다.

그는 단순히 지배계급의 타파, 기득권 세력의 몰락,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통하여 새로운 예루살렘이 실현된다고 가정하였으며, 모든 모순이 척결되면 세상은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완전한 세상을 이끌기는커녕 비참한 파괴만을 남겼습니다.

20세기 러시아, 쿠바, 북한에서 공산주의 혁명은 성취되었으나, 대량학살과 기근, 아사(餓死), 비참한 파괴만을 남긴 채 무산계급 혁명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2015년 11월 초 경기도 김포의 어느 고교에서 한 여학생이 “사회구조와 모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무산계급 혁명)뿐입니다’고 외쳐 사람들을 경악시켰습니다. 20세기를 파괴와 질곡으로 몰아넣은 마르크스의 망령이 좌익 전교조의 교육을 받은 여학생에게 발현하여 21세기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에서 재현된 것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마르크스의 오류는 아주 깊은 곳에 존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의 오류는 더 깊은 데에 있습니다. 그는 인간은 언제까지나 인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을 망각하고 인간의 자유를 망각하였습니다.”

마르크스의 결정적 오류는 유물론이며, 그는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고 인간을 물질적 · 경제적 조건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물질적 존재로 파악하였습니다. 따라서 하느님 없이 이루어진 하느님의 나라, 인간만의 나라는 반드시 ‘전도된 종말’을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며 이 세상에 선의(善意)의 나라가 온전히 세워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영원히 지속될 유토피아를 약속하는 사람은 거짓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선(善)의 조건을 확실히 보장하는 체제(體制)가 존재한다면 인간의 자유는 부인될 것이고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유토피아는 곧바로 지옥으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외적인 체제나 시스템만으로 결코 구원받을 수 없으며, 이러한 종류의 희망은 거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회칙은 구원은 인간의 내면이 사랑으로 채워질 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사회구조의 변화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랑으로 구원받으며 이러한 사랑은 내 안에서 하느님을 만남으로써 비로소 가능합니다. 어떠한 절망에도 흔들리지 않는 참된 희망은 오로지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신다는 희망을 우리 마음에 온전히 새기는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살아계신 하느님과의 만남, 삶과 세상을 안에서부터 변화시킨 희망과 만나도록 해주셨습니다.”

2023. 1. 1. 김원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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