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비밀경찰서 진상규명 설명회'에서 공개된 유선장 소유업체 '메가존'의 공문. 이를 두고 메가존 측 관게자와 동방명주 잠실 측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진=박준규]

동방명주 잠실이 '중국 비밀 경찰서' 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강시민공원 유선장에서 앞으로 계속 운영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동방명주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이 31일 열린 '비밀경찰서 진상규명 설명회'에서도 포착됐는데, 설명회 중간에 유선장을 소유한 업체 '메가존(Megazon)' 측과의 소동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2021년 9월부로 유선장을 새로 인수한 업체 '메가존'은 1998년 설립됐으며 플랫폼 서비스, 디지털 마케팅,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동방명주 측과 메가존의 실랑이는 동방명주 실소유주 왕해군 회장이 이날 열린 설명회에서 20문 20답을 진행하던 도중 벌어졌다. 왕 회장이 질문 7번 '이번 사건 때문에 식당 영업 안하는 것인가'에 대해 대답을 하던 도중 메가존 관계자가 들어왔다. 그러자 왕 회장은 "설명회 끝나고 (소유 업체와의) 문제 해결하겠다"며 "소유 업체 '메가존' 관리자가 왜 왔는지 모르겠지만 우호적 태도는 아니다"라고 했던 것이다. 급기야 왕 회장은 "메가존, 왜!"라며 크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당시 본지를 비롯해 설명회장에 있던 언론사에서는 왜 이런 소동이 빚어졌는지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동방명주 측과 메가존 측과의 물밑 갈등이 있을 것으로만 짐작됐다. 왕 회장이 설명회에서 "이전 선주와 현 선주, 동방명주 간에 3자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으므로 그 소송으로 인한 갈등으로 생각되었을 뿐이다.

이날 유선장을 현재 소유하고 있는 메가존의 관계자가 왜 설명회에 들어왔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회가 끝난 후 동방명주 옆에 있는 유선장관리소에 가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유선장관리소를 방문하니 마침 지난 23일 밤에 근무했던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에게 '오늘 설명회에서 양측 간 충돌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설명회에서 공개됐던 한 자료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왕 회장이 현 소유업체 메가존의 공문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는 메가존이 정식으로 발송한 공문이 아니란 것이다.

이 직원은 "프린터 토너 상태가 좋지 않아 재차 확인이 필요해 공문을 뽑아 놓고 놔두기만 했었는데, 동방명주 측에서 무단으로 공문을 들고가 자료화면으로 띄웠다"며 "그래서 우리 직원이 가서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공문 내용을 밝힌 것은 잘못됐다"고도 했다.

이 공문의 발신자는 장지황 메가존 대표이사로 되어 있으며 내용은 '귀사(동방명주)와 연결된 영업 종료 안내'다. 세부 내용은 '영업 종료 안내한다. 2022년 12월 31일까지 영업을 종료해주시기 바란다. 불편하시더라도 개인 물품을 정리해 주시기 바란다'다.

이 공문대로라면 영업 잠정 중단이란 동방명주의 설명은 거짓이 된다. 또한 이날 설명회에서 왕 회장은 '현 소유주와 정식 계약은 맺지 않았지만 구두 계약을 마친 상태이고 1층엔 유명 커피점이 들어올 계획이다. 2층은 우리가 쓰고 3층은 서울 시민을 위해 개방한다'며 차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는데, 이 또한 이뤄질 수 없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공문 번호가 제대로 기입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 이 역시 '정식으로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다'는 메가존의 설명과 부합한다. 동방명주 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공문 번호 밑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그렇다면 왕 회장은 유선장 소유 업체가 정식으로 발송하지도 않은 공문을 왜 공개했을까. '구두 계약'을 했다며 자신감을 보인 만큼 공문 내용이 자신의 말을 지지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공문의 내용이 정 반대라는 것이다. 이날 설명회 통역을 맡은 동방명주 직원은 "왕 회장이 공문 내용을 잘 모른다"고 했는데, 매우 간단한 공문 내용을 제대로 훑어보지도 않고 공개했다는 말이 된다. 혹은 왕 회장이 한국어로 된 기초적인 글조차 읽지 못하는 상태일 수도 있다.

공문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대 동방명주와 유선장 소유 업체 메가존은 드러난 것보다 더 심각한 갈등 상황일 수 있단 평가다. '메가존' 측의 주장대로 동방명주가 일방적으로 공문을 공개한 것이라면 향후 계약 체결에서 '메가존'이 더욱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30년 플러스 30년 총 60년'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는 왕 회장과 유선장 실소유주 메가존의 소송전이 더 격화될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은 유선장 측이 세워뒀던 경고문도 치워진 상태였다. 사실상 동방명주가 영업하는 마지막 날이었으므로 유선장관리소 측에서 굳이 세워 놓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유선장이 세워 뒀던 경고문은 치워진 상태였다. 아마도 운영 마지막 날까지 세워둘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박준규]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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