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ISIS 소장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ISIS 소장

핵 전문가가 배제된 북한의 핵 실험장 폐기는 화려한 ‘쇼’에 불과하며 증거 인멸로 인해 추후 검증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화려한 쇼’”라며 “북한의 추가 핵 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장의 설비와 기술을 전문가들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이라크 무기 사찰에 참가했던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배제된 것과 관련해 “이 행사의 중요성을 깎아 내리는 부분”이라며 “검증조치라기보다는 화려한 쇼에 가깝다”고 했다. 이어 “이 행사가 실제로 북한의 비핵화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언론을 초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신 미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을 초대해 핵 실험장에서 어떤 장비들이 사용됐는지 확인해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직접 풍계리 핵실험장 현장에 들어가 핵실험에 사용된 장비와 갱도를 만드는 방법, 핵무기 제조 방법, 핵실험 역량을 확인한 다음에 폐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북한이 이런 절차를 생략한 채 폭파장면만 공개하는 건 검증이 아니라 ‘쇼’”라며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한 VOA에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로 증거들이 사라지만 추후 검증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은 지금 만들고 있거나 나중에 만들 계획인 다른 핵 실험장으로 장비들을 간단히 옮길 수 있기 때문에 검증이 복잡해질 것”이라며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 뭔가 알아내게 되기를 바라지만 이 역시 검증 전문가들이 현장에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핵 시설 폐기 자체는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비핵화에 필요한 장비들이 이제 핵실험장에서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이번 일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용된 장비를 찾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IAEA는 매우 소극적인 기구이며 북한 김계관 같은 이가 자신들에게 매우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도 “IAEA와 CTBTO가 북한에 공식 초청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고 했다.

이어 “IAEA와 북한이 겪었던 갈등의 역사를 고려할 때 미국이 검증을 시작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최고일 것 같다”고 밝혔다. “IAEA가 더 중립적인 것은 사실이나 북한이 IAEA가 핵물질 샘플을 채취하는데 반감을 가지는 등 예전부터 IAEA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면 미국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변이나 영변 외 지역에 있는 핵 시설과 군사시설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샘플 채취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절차는 미국이 맡는 것이 역설적으로 더 낫다는 설명이었다.

북한 비핵화에 소요되는 비용에 관해서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몇 년간 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수천만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1990년대 이뤄진 이라크 무기사찰에서 자신을 비롯한 다른 전문가들은 IAEA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며 당시 미국과 독일, 프랑스, 러시아 정부가 자국 전문가들에게 돈을 지불한 것처럼 만약 미국이 검증 절차를 진행한다면 미국이 국책연구소가 외부 전문가들을 고용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북한은 비핵화 과정에서 보상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