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사진=은행연합회]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30일 "새해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에 두고 경영의 내실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배포한 신년사에서 "경기 둔화의 깊이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몇 번의 위기는 예상보다 더 튼튼한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며 "가계·한계기업의 상환능력 저하 등 실물 부문 부실 확대에 대비해 크레딧라인(신용공여)을 재점검하고, 산업별 위험요인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년사 전문

금융인 여러분!

2023년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가 밝았습니다.

토끼는 예로부터 탈토지세(脫兎之勢)의 민첩함을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영리하게 위험에 대비하는 교토삼굴(狡免三窟)의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토끼처럼 기민하고 영리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2022년은 우리 금융산업이 일상회복을 지원하고 경영혁신을 위해 노력한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금융권은 지난해 드디어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연착륙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정부와 적극 협력하여, 새출발기금과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는 등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다방면의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금융산업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경제의 일상회복을 지원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혁신을 위해서도 노력해 왔습니다.

통합앱(one app) 출시, 데이터 공유 기반의 강화, 금융분야 AI 활용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 전환해 나가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도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오랫동안 과거의 틀에 갇혀 있었던 금산분리 제도와 관련하여 금융 중심의 비금융 진출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한편, 금융규제혁신을 위해서도 한걸음 더 나아간 한 해였습니다.

금융인 여러분!

올 한해 글로벌 거시경제는 수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주요국 정책당국은 인플레에 맞서는 와중에 경기둔화에 대응한 부양정책도 펼쳐야 하는 딜레마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러 전쟁의 장기화, 구조적인 미-중 갈등의 심화, 신흥국 리스크도 글로벌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산업도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와 자금시장 경색 가능성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전환으로 촉발된 금융산업 경쟁구도의 변화가 뉴 노멀로 정착할 것입니다.

빅테크와 핀테크가 금융시장의 어엿한 플레이어로 안착하는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은 더욱 다채로운 상품을 출시하며 기존 은행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시중은행 또한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한 단계 높이며, 소비자 니즈를 제고하는 데 앞장서게 될 것입니다.

이에 더해 새로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암호자산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며, CBDC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지속되면서 기존 지급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수단이 더욱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인 여러분!

팬데믹의 진정과 함께 찾아온 高금리, 高물가는 우리 경제와 금융산업이 다시 한 번 고통의 시간을 감내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오늘 금융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기회를 찾기 위해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우리 금융인이 다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첫 번째,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에 두고 경영의 내실을 다져야 할 것입니다.

경기둔화의 깊이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경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몇 번의 위기는 예상보다 더욱 튼튼한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금융권은 작년 중 충당금 기준을 개선하여 대손충당금 규모를 선제적으로 늘렸으나, 가계 및 한계기업의 상환능력 저하 등 실물부문 부실 확대에 대비하여 크레딧라인을 재점검하고, 산업별 위험요인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불황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에도 좋은 시기입니다.

글로벌 은행들도 보수적으로 대출을 운영하는 동시에, WM·디지털뱅킹 등 성장분야에 대한 투자는 과감하게 늘리고 있습니다.

우리 금융산업도 산업구조와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여 상품, 조직, 문화, 전략을 재정비하고, 경영의 내실을 다져야 할 때입니다.

두 번째, 경제적 방어망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美 금리인상의 나비효과는 우리 경제와 금융의 시계를 더욱 흐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작년말 5대 금융지주는 채권시장 및 단기자금시장 경색 완화를 위해 95조원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하였습니다.

IMF는 은행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GDP 성장률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데 평균적으로 3.1년이 걸린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금융이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라는 날카로운 책임감을 가져야할 이유입니다.

은행은 매년 1조원 규모의 사회공헌사업을 꾸준히 실시하고, 소비자보호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등 우리 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으나,

고금리, 고물가로 부담이 커진 가계,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따뜻한 금융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 철저한 자기혁신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전업주의 완화의 흐름과, 산업과 금융의 결합, 제판분리의 보편화는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빅블러 시대의 금융·비금융 산업간 융합 확대는 금융산업 혁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디지털 혁신은 금융회사에게 일상적인 일이 되었으며, 데이터와 알고리즘 경쟁력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데이터리즘(Datarithm)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데이터 생산량은 약 13년만에 17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인공지능 시장 규모 또한 연평균 43%의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는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추어 데이터 수집·분석체계를 고도화하고 AI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한편, 조직의 결합(M&A)과 분할(Spin-off), 업무위탁 등을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새로운 성장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금융인 여러분!

올해도 우리 금융산업은 다양한 위기와 난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대내외 거시경제의 변동성과 금융 시스템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블랙스완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 ‘백 리를 가려는 자는 구십 리를 가고서 반쯤 갔다고 여긴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마무리가 중요하고 어려우므로 끝마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 금융은 체계적인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통해 경기침체에도 대비하고 있으나, 위기 상황에서는 자칫 사소해 보이는 꼬리 리스크(Tail Risk)도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과도할 정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금융인 여러분!

올해 우리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금융이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던 것처럼, 금융인 여러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바 본분을 다한다면, 현재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2023년 한 해도 금융인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새로운 희망과 행복이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끝.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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