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의 국내 영공 침범과 관련해 지난 27일 ‘드론부대’ 창설을 지시한 데 이어, 29일에는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무인기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최근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감시·정찰 요격시스템을 포함한 국내 무기체계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며 강력한 맞대응을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 무인기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 무인기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윤 대통령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도발에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됐다.

드론부대 창설 지시에 이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무인기 개발 현황을 점검한 윤 대통령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무인기의 공격을 계기로 전통적 무기의 군사력에만 집중해온 우리 군이 ‘소프트 파워’로 재무장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① 강력한 비대칭 전력=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드론 활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

드론은 앞으로 현대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전에서 드론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비대칭 전력(상대방이 대응하기 힘든 무기)’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은 최초의 드론 전쟁으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활용해 수백㎞ 떨어진 러시아 군사기지를 잇따라 타격하며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공습 저지에 나섰다. 12월 들어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영토 내 군사기지를 겨냥한 장거리 공격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일과 6일 엥겔스 기지를 비롯해 러시아 서부 랴잔주 댜질레프 공군기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쿠르스크주 보스토치니 비행장 등에 우크라이나 측이 보낸 드론에 의한 공습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드론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러시아 본토까지 끌고 갈 역량과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개전 이후 러시아 본토를 향한 가장 대담한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6일에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500㎞ 떨어진 러시아 남부 사라토프주 엥겔스 공군 기지엔 우크라이나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군 3명이 숨졌다.

앞서 8월 20일에는 크림반도의 사키 공군 기지가 우크라이나 드론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10여 대의 군용기가 파괴됐다. 러시아는 지난달 22일 벌어진 세바스토폴항의 러시아 흑해 함대 공격 역시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공식 발표 대신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응당한 대가가 이뤄졌다”고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드론 공격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이 주춤한 상태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엥겔스 기지 등 비행장이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는 전투기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이곳에 배치된 일부 순항미사일까지 잃을 수 있다”며 “그러면 이들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공습하려던 러시아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드론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유일한 장거리 공격 수단에 해당한다. 미국의 도움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지만,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만큼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과 6일에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드론은 옛 소련제 드론 TU-141을 우크라이나군이 개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의 국영 군수업체는 비행 거리가 960㎞ 이상으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 타격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 중이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우크로보론프롬이 러시아어로 '복수'를 뜻하는 단어를 새겨넣은 신형 장거리 자폭 드론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우크로보론프롬이 러시아어로 '복수'를 뜻하는 단어를 새겨넣은 신형 장거리 자폭 드론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② 상상을 초월하는 살상력= 북한 무인기, 김정남 암살한 독가스 탑재하면 한국 인구 3배 살상 가능해

우리가 드론에 주목하는 또다른 이유는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가 북한 무인기와 관련해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사용한 독가스(VX)를 탑재해 공격했다면 한국 인구 3배 가량을 죽일 수 있었다’고 밝힌 의견과 관련이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한반도 전문가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28일(현지시간) "단순 계산이지만 북한이 무인기에 VX를 150㎏ 정도 탑재해 공격했다면 한국인구 약 3배에 달하는 1억5000만명을 죽일 수 있다"며 "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마키노 기자는 "북한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생물 무기로는 탄저균이나 천연두, 콜레라 등을 가지고 있다"며 "화학무기도 VX나 사린 등 최대 5000톤(t) 정도 있다고 한국 국방부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VX는 무취·무미·무색의 신경성 독가스로, 현존 독가스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2월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사용한 독가스로, 당시 사용된 VX는 0.001g에 불과했다. 사린가스 대비 100배 독성을 지니고 있어, 한 방울로도 몇 분 만에 사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키노 기자는 북한처럼 심하게 제재받는 나라일지라도 고성능 무인기는 제재를 받지 않는 민간 제품으로 제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에 북한이 한국 침범에 사용한 무인기 역시 일본·미국·중국 등 적어도 6개국에서 GPS, 카메라, 엔진 등 다양한 제품이 사용됐는데, 이 제품들은 군사 제품이 아니라 수출 규제가 불가하다.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입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입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욱이 마키노 기자는 “북한에는 1950~1960년대 옛 소련이 개발한 미그-17·19·21·23 전투기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래된 전투기들은 전투용으로 사용이 거의 불가하지만, 중국군의 경우 낡은 전투기를 자폭형 무인기로 개조해 배치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이 앞으로 중국과 같이 이러한 전투기를 자폭형 무인기로 사용할 경우, 핵무기도 가지고 있는 북한이 한국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드론의 효용성과 위협이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세계 각국은 드론 전력 확충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 전력이 커질수록 생화확무기 등을 통한 대량 살상 공격이 자행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군도 이에 대한 전면적인 대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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