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2021년 12월 당시 공개했던 스텔스 무인기. 이와 별개로 국방과학연구소도 가오리-x 등 스텔스 무인기를 개발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북한의 무인기 다섯 대가 오전 10시 25분부터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경기 김포와 파주, 서울 은평 상공을 비행하고 용산까지 염탐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이 '눈에는 눈'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무인기를 보낼 경우 한국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에 정찰 무인기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특히 개발 중인 스텔스 무인기에 박차를 가해 북한 장거리 로켓 및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의 진앙지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까지 비밀리에 접근해 북한의 군 시설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 무인기 도발에 그동안 수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교전규칙상) 비례성과 충분성의 원칙에 따라 북한이 무인기를 많이 내려보낼수록 우리도 열심히 북으로 무인기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많이 반영됐단 평가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국방부와 군이) 그동안 도대체 뭐한 거냐"며 "훈련도 제대로 안 하고, 그러면 아무 것도 안 했다는 얘기냐. 어떻게 북한 무인기 공격에 대비하는 데가 없을 수가 있느냐. 과거에 이미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지금까지 뭘 한거냐" 등 질책성 발언을 여럿 했기 때문이다. 고위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지난 정부 때처럼 북한 눈치를 보느라 주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저고도 드론 등 비대칭 전력에 대한 방공작전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눈에는 눈' 전략이야말로 북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일 수 있다. 즉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수세 형국을 공세로 바꿀 수 있단 뜻이다. 한국의 기술 수준이 훨씬 좋고, 투입할 수 있는 예산 또한 북한과 많이 차이나기에 '북한이 1대를 보내면 2대, 3대, 그를 넘어 10대 이상' 보내는 물량 작전으로 북한의 기를 꺾어버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문제는 소위 '내로남불'의 태도를 늘 견지해왔던 북한이 자신들의 머리 위에 한국 무인기가 뜰 경우 어떤 추가적인 무력 도발을 감행할 지 모른단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미 지난 2010년 11월 23일에 일어났던 '연평도 포격전'에서 그 가능성을 한 번 보여준 바 있다. 그날 오전부터 실시 중이었던 한국의 호국 훈련에 대해 '침략행위'라 항의하던 북한이 자신들의 의지를 군사 도발로 보여준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무인기가 넘어왔던 26일 우리 군이 그에 맞대응해 '송골매' 군단급 무인기 2대를 북한 내부 5km정도 진입시켰을 때에도 "확전의 각오로 임했었다"라고 대통령실이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다행스럽게도 우리 군의 무인기가 머리 위에 떠 있단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왜 스텔스 무인기 개발에 서두르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 북한에 진입했던 송골매 군단급 무인기를 비롯해 신형 중고도 무인기, 차기 군단급 무인기, 사단급 무인기 등 한국제 드론과 주한미군의 MQ-1C '그레이 이글' 무인 공격기 등 현재 운용 중인 한·미 무인기는 모두 스텔스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기종들이다. 따라서 북한과의 무인기 경쟁에서 '다크호스'로 꼽히는 스텔스 무인기는 현재 개발 중인 가오리 계열 무인전투기 개조형이 꼽힌다. 국방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 이미 스텔스 무인기를 개발 중이고, 기술 수준이 이미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개됐던 가오리-X의 제원은 길이 약 10m, 날개폭 약 15m, 중량은 10t으로 대형에 속한다. 다만 가오리의 개발 완료 목표 시한은 2030년대 초반으로, 이대로라면 약 10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숙제로 남아 있다.

대형 무인기인 가오리와는 별도로 소형 스텔스 무인기 개발 필요성도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드론 부대를 본격적으로 창설할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부대는 기존의 드론봇 전투단과는 달리 스텔스 무인기를 비롯해 'K-리퍼'라 불리는 중고도 무인기 등 다양한 종류의 무인기를 종합적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북한 무인기 관련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