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4일 방한 도중 서울대학교에서 강연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보며 환호하는 중국인 유학생들. [사진=매경프리미엄] 

중국이 한국을 포함해 세계 53개국에서 최소 102개의 '비밀 경찰서'를 운영한다는 소식으로 국내외가 떠들썩한 가운데 서울대학교 중국 유학생 모임이 중국 측 정보수집의 첨병이라는 '썰'이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 내 중국 유학생들의 동향이 보고되고, 한국 학생 및 교수들의 친중/반중 성향 리스트가 작성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은 지난 23일에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어렸을 때부터 쭉 한국에서 살아와서 중국인이란 것을 말하지 않으면 티가 전혀 나지 않는 대학원생 친구가 있다"며 "그 친구에게서 작년에 들었던 게 있는데 '중국 비밀 경찰' 논란을 보고 기억나서 글을 쓴다"고 했다.

글쓴이는 "서울대 중국인 유학생 커뮤니티가 있다. 비밀 경찰까지는 아니고 일종의 유학생 커뮤니티나 꽌시라고 생각해도 된다"며 "그런데 중국 학생들은 이런 것에 전혀 거부반응이나 문제의식 없고, 오히려 애국심을 고취하는 꽌시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 '꽌시'란 관계를 중국어로 발음한 것으로, 원래 뜻은 중국인에게 있어 인연을 맺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한다. 즉 받은 게 있다면 마땅히 갚아야 하고, 은혜를 받았다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끝까지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것. 한국인에게 친숙한 '의(義)'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꽌시'가 중국에서의 사업 과정에서 공산당 측과 맺어야 하는 '연줄' '빽'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글쓴이는 "그런데 (이 유학생 모임은) 아무나 다 가입시켜 주는 게 아니라고 한다"며 "부모가 공산당 간부이거나 재계 인물인 경우에 가입할 수 있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나왔더라도 부모가 공산당 간부라면 가입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부모 출신(성분)이 별볼일 없는 유학생이나 그냥 조선족 자녀의 경우에는, 본인이 공산당원이 아닌 이상에는 주류 커뮤니티에 끼지도 못한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친구는 흙수저에 속해서 유학생 모임에 이름이 오르지 못한 상태였고, 대신 다른 중국인 친구가 있어서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글쓴이는 이어 중국 유학생 모임의 역할을 세 가지로 추려서 설명했다. 첫째 '서울대 내의 유학생 동향 보고', 둘째 '서울대 학생/교수들의 리스트 보고' 셋째 '주기적으로 학생 부모와 학생들끼리 만나 꽌시 쌓기'다.

첫째는 중국 유학생 모임 내에서 서울대 안에서 반중 입장을 취하는 자국 유학생의 목록이 작성된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에 대해 "(혹시라도) 한국에서 공산당 욕하는 중국인 학생? 중국에서 고위급 절대 못 간다"며 "진짜 용기내서 하는 것이고 (우리 한국인들이) 보호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중국 유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과, 단과대학의 학생과 교수가 친중적 성향을 지녔는지 아니면 반중의 기질을 보이는지 별도의 목록을 작성한다는 것. 여기엔 소속 동아리의 학생도 포함된다. 즉 학교 내에서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글쓴이는 "학교 구성원의 성명과 SNS 주소 또한 리스트로 작성된다"며 "단순한 리스트 작성이 아니라 친중/반중적 성향이 있다면 별도항목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성해오는 중국 학생에 따라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란다"며 "특히 경영대와 MBA는 엄청 자세하게 작성돼 있다고 한다. 내가 들은 바로는 경영대에서 서울대 로스쿨 간 어떤 사람에 대해선 누구와 사귀었는지까지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2019년 11월 홍콩 민주화 사태와 관련해 서울대 학생들이 홍콩과 연대의 뜻을 보이자 중국 유학생들이 대자보에 붙인 포스트잇. "너희 한국인들과 (홍콩이) 무슨 상관 있냐)"고 항의하는 내용이다. 당시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도 홍콩을 지지하는 한국 학생들과 중국 본토 학생들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진=에포크타임스, JTBC] 

셋째는 중국 부모들과 유학생들이 주기적으로 모임에서 만나 자신들만의 '꽌시'를 쌓는다는 것. 글쓴이는 "그런데 웃긴 점은 여기에서도 상하이단·공청단 등 파벌 따라서 경쟁이 있어서 정보력 싸움이 붙는다고 한다"며 "어디 자녀가 더 리스트업을 더 잘해오느냐 이런걸로 (싸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인 학생 본인이 이런 리스트업을 싫다고 해도 부모가 닦달해서 형식적으로라도 작성해서 제공하게 한다"고도 했다.

글쓴이는 이러한 실상에 대해 "사실 유학생 커뮤니티야 어디에든 있지만, 공산당 차원에서 보고하고 서로 검열하는 것이라든지, 학생들 사생활 기록하는 것까지 만연해 있다는 것을 보고 좀 무서웠다"며 "나 뿐만 아니라 중국 친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알음알음으로 알았을 것 같긴 하다"고 했다.

서울대 재학중이라도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중국인 친구를 두기가 쉽지 않기에 이 글을 본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놀란 모습이다. 특히 자국 유학생 뿐만 아니라 한국 학생들에 대해서까지 정보를 수집하는 소위 '신상털이'를 하는 모습에 경악했다. 

한 구성원은 "중국이 진짜 무서운 나라"라며 "정신 안차리면 그냥 나라 망한다"고 했다. 다른 구성원은 "중국 인구 중 공산당 당원이 엄청 많은데 공산당원들은 다 이런 모임이 있다"며 "어디에 있든 일주일에 한번 정도 모여서 보고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직원 중에 공산당원이 있으면 회사에서 뭘 하고 상황 어떤지 다 보고한다"고 했다. 또한 "중국인이랑 뭘 한다고 하면 그 중에 공산당원이 있기 마련이고 그 당원이 위에다가 다 보고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지난 2019년 말 중국 국적의 박사가 한국연자력연구원 하반기 공채에서 최종면접까지 통과했다가 논란이 일자 불합격됐던 사례도 소환됐다. 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은 "이래서 원자력연구원에 중국인이 블라인드 채용될 뻔한 거군요"라며 "진짜 조선족들도 중국공산당에 뭔가를 받으려고 한국 사회 각종 분야에 '빨대'를 꽂고 이런 저런 정보를 중국에 보내고 있을 텐데, 중국인이나 조선족은 정말 다 배척하는 게 우리 국익에 맞다"고 했다. 그러자 이에 동의한 한 댓글러는 "공산당원이 자기 다니는 회사 일 보고하면 어떻게 기술 뺄지, 어떻게 그 회사랑 경쟁할 지 연구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면 된다고 보면 된다"며 "그래서 중국에 진출하면 안되고(결국 기술은 유출되고 회사는 망하게 됨) 진출 하더라도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분야는 절대 현지 채용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전부터 이랬는데 우리 바보같은 경영자들이 중국 진출한다고 하다가 산업 다 말아먹었다"고 했다. 댓글로 보건대 산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은 구성원으로 판단됐지만, 익명이었기에 접촉할 수는 없었다.

면접자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차돤된 '블라인드' 특성 때문에 중국 국적의 박사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취업할 뻔해 한동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마냥 심각한 분위기의 댓글만은 있지 않았다. '서울대 경영, 설로(서울대 로스쿨) 대단하네. (무려) 중국 공산당이 관리하나" "경영대 출신인데 아마 반중정서의 대표주자가 경영대일 것" "경영대 출신인데 우리 다 (중국공산당한테) 죽는거냐" "중국인 앞에서 '우한폐렴'이라고 까불었던 경영대생 벌벌 떨겠다" "보고를 조작해서 한 명 드럼통 보내는 것 아니냐" 등 다소 익살스럽고 중국을 비꼬는 반응들도 있었다. 이외에도 '정보는 국력'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주변국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는 중국의 집요한 면을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구성원도 있었다. 

결국 중국 유학생 모임의 실상이 익명으로 알려지면서 서울대에서도 반중정서가 어느 정도 확산돼나가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단 평가다. 여론은 상당 부분 '반중'으로 기울었음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외교 매체 디플로맷의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문제는 보통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면 이성, 합리성을 바탕으로 그 균형추를 바로잡거나 중화시키는 것이 대학의 역할인데 여론과 한국 최고의 지성 집단인 서울대가 동일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한국인들 사이에서 '반중 컨센서스'가 어느 정도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한국에서 유학중인 중국 학생 수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약간 감소했다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엔 7만1067명이었으나 2021년엔 6만7348명으로 줄었고, 올해 8월 공개된 '교육부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6만7439명으로 소폭 늘었다. 다만 전체 외국인 유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44.4%에서 44.2%, 40.4% 순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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