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노동능력 60세→65세 확대 인정
"평균수명 증가로 상황 달라져"
대법 판례 수정 여부 주목

고령화 시대에 맞춰 육체 노동자의 정년을 65세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89년 대법원 판결 이후 법원은 줄곧 노동 정년을 60세로 보는 판례를 따라왔지만 최근 하급심에서 정년을 상향해 봐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대법원의 기존 판례가 수정될지 주목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김은성)는 교통사고 피해자 A씨와 그 가족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피고는 1심보다 280여만원 더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노동이 가능한 한계 나이를 뜻하는 '가동 연한'을 1심이 60세로 본 것과 달리 항소심은 65세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2010년 3월 승용차 운전자 A씨(당시 29세)는 안전지대를 넘어 불법 유턴을 하다가 안전지대를 넘어 달려오던 버스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장기파열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2013년 해당 버스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3척8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잘못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보고 연합회 측 책임을 45%로 제한하고, 연합회가 2천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배상액은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도시 육체 노동자의 가동 연한을 60세로 본 기존 판례에 따라 산정된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의 가동연한은 65세로 보고 일실수입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2010년 이르러 남자 77.2세, 여자 84세이고 기능직 공무원과 민간 기업들의 정년 또한 60세로 변경되는 등 가동 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한 1990년 전후와는 많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가동 연한에 대한 과거 법원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실제로 경비원이나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상당수가 60세 이상인 현실과의 상당한 괴리를 쉽사리 설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에서도 공식적으로는 65세까지는 돈을 벌 능력이 있다고 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했는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가동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60세까지만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서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수원지법 민사항소5부도 가동 연한을 65세로 확대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던 B(당시 60세)씨는 2013년 11월 경기도 군포시의 한 도로에서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고,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60세가 넘은 시점에 사고를 당했지만, 더 일할 수 있었다는 B씨 주장을 받아들이고 65세를 가동 연한으로 판단해 보험사가 69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험사가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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