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시작 전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2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엔 '중국과의 협력'이 포함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지역외교 전략을 마련한 것은 처음으로, 여기에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 외에 중국 역시 협력 대상으로 포함된 것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인·태 전략의 주요 원칙 중 하나가 '포용'"이라며 "아마 그 부분이 미국의 인태 전략과의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고 어느 특정 국가를 통제 내지 견제하거나 그런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한 "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저희의 이웃이다. 경제적으로 미국,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은 무역량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며 "그래서 중국과의 협력을 저희가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이야기 아닌가"라고도 했다.

그외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인태전략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인·태 전략의 협력 대상으론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몽골을 포함한 동남아, 아세안,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등"이라며 "지역별로 맞춤형 전략으로 협력 관계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집권 직후인 5월부터 '한국판 인·태 전략' 수립의 포부를 발표한 바 있다. 그달 21일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지난 11월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얼개가 나오기도 했다. '자유·평화·번영'이 3대 비전이 되며, 포용·신뢰·호혜를 3대 원칙이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28일 '포용'을 다시 밝힌 만큼 3대 비전과 3대 원칙 또한 그대로 갈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이 '한국판 인·태전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차치하고라도, 최근 불거지고 있는 '중국 비밀 경찰서'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이 자국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고 '포용·신뢰·호혜' 원칙을 저버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란 지적이 나온다. 만일 '중국 비밀 경찰서'가 실재했단 결과가 나온다면 현 중국공산당 치하의 중국이 진정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폭증하고 있는 반중정서를 고려했을 때, 국민들이 '한국판 인·태전략'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에 따르면 중국을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한국인의 비율이 81%에 달해 조사대상 56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명시되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들 수 있단 것이다. 이미 "중국과의 협력 때문에 여권 정치인들이 '중국 비밀 경찰서' 문제에 입 닫고 있는 거냐" "이럴거면 문재인 '중국몽'은 왜 욕했냐"등 비판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월 11일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정의로운 사람들' 주최로 베이징올림픽 관련 반중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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