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0시를 조금 넘긴 시각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하지만 그는 복권 없는 사면으로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출소 직후 창원교도소 앞에서 언론에 심경을 밝히는 김 전 지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7일 단행된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 없는 형 면제 사면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8일 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출소했다. 김 전 지사는 2014년부터 2018년 4월 사이 킹크랩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조작' 으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위한 '여론조작'을 꾀했단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수감중이었는데, 이번 신년 특사로 인해 풀려난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6일부로 창원교도소에 수감됐고, 1심 법정구속기간 77일을 제하고 수감 520여일 만에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그 자리에서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왔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제로 받은 셈"이라며 "원치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 결론적으로 보낸 쪽이나 받은 쪽이나 지켜보는 쪽이나 모두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자필 '가석방 불원서'에서 밝혔듯 자신이 원치 않았던 사면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했다고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가석방 불원서'에서 '뉘우치는 기색이 있어야 가석방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수형생활 안내서에 나와 있다'며 '줄곧 무죄를 주장해온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가석방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즉 2021년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김 전 지사는 여전히 자신이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출소 직후 다시 한번 밝힌 것이다.

수감됐던 창원교도소 앞에서 심경을 밝히는 김 전 지사. [사진=연합뉴스]

김 전지사는 이번 신년 특사의 취지에 대해서도 짧게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특사의 취지가)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는데 통합은 이런 일방통행,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훨씬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전날 정부는 "지난 광복절 사면에 포함하지 않았던 정치인·주요 공직자를 엄선해 사면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부여한다. 새 정부 출범 첫해를 마무리하며 범국민적 통합으로 하나된 대한민국의 저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했는데, 김 전 지사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또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과거를 청산하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으는 계기를 마련코자 했다. 사면대상자분들 또한 이번 사면에 담긴 화해와 포용의 가치를 깊이 새겨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는데, 김 전 지사의 발언은 이러한 취지를 무색케 하는 발언이란 평가다.

김 전 지사는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갈등을 조정, 완화하고 대화,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몇 년간 저로 인해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닌지 돌아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이곳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을 돌아봤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김 전 지사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 다만 그가 사과를 하는 대상은 전국민이 아닌 민주당 및 민주당 지지자들이란 분석이다. 그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관련해 여전히 스스로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그가 여전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은 주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지지자들에게 하는 말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권의 연장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거론되기도 하는 만큼 그가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에 미안함과 부채 의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냔 추측도 가능하다.

김 전 지사는 "제가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걸음이 되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창원교도소를 떠났다.

김 전 지사는 28일 오전 10시경 출소 후 첫 일정으로 봉하마을을 방문해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자필 편지. 김 전 지사는 '무죄이므로 가석방을 원치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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