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소환하면서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됐다. 그러나 이 대표측은 강경 대응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수사 검사 명단을 공개하면서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동훈 법무장관은 26일 “이건 이 대표 개인의 형사 문제”라면서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적법하게 공무 수행 중인 공직자들을 좌표 찍고 '조리돌림'하도록 공개 선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불응하면서 ‘지방 투어’ 일정을 발표했다. 한 장관의 표현을 빌자면 이재명 대표는 검찰을 조리돌림하면서 지방으로 도망다니고 있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제49차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소환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제49차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소환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 28일 검찰 불출석”...이 대표, 28일 광주방문 등 ‘경청 투어’ 일정 밝혀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가 오는 28일에는 검찰에 출석할 수 없다”고 26일 밝혔다. 향후 추가 소환 요청할 경우에는 논의를 거쳐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소환 요청 대응에 대해 "검찰이 이번에 통보할 때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에 반해 일방적으로 팩스 통보했고, 28일 당 최고위 일정이 광주로 정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당에선 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문제에 대해선 검찰에서 또 협의 요청이 오면 그때가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앞서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야당 탄압 정적 죽이기용 무리한 출석통보는 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28일의 소환에 불응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이 대표의 SNS를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이 대표가 SNS에 공개한 이번주 ‘경청 투어’ 일정에 따르면, 28일 광주에서 일본 강제 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예방하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광주 방문에 이어 새해에는 부산·울산·경남 방문을 추진 중이다. 양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자신과 전 정권을 향한 각종 검찰 수사에 대응해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통보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인 23일 강원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리 털어도 원하는 답이 안 나오다 보니까 이제는 무혐의 처리했던 사안까지 다시 꺼내서 저를 소환했다. 서해 피격이나 월성 원전 같은 전 정부를 겨냥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당직자들, 이 대표 수사 관련 응대하기 바쁜데...“당사자는 지방 투어” 불만도

이 대표는 ‘경청 투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고,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런 행보에 당내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민생 행보에 대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안 보인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 중에는 이 대표의 경청 투어를 두고 “마치 대선 선거운동 같다”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주만 해도 예산안 처리 정국이 파행을 거듭하는 국면에 이 대표는 충청권 투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대표 측이 일방적으로 투어를 계획하고 발표했다는 불만도 높다. 당직자들은 매일 이 대표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대응하느라 바쁜데, 당사자는 여의도를 떠나고 없다는 점에서다.

진중권, “이 대표, 무슨 장외 민생행보냐...잔머리 굴릴 때 아냐”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생 행보에 대해 '시선 돌리기의 성격이 강하다'며 "잔머리 굴릴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생 행보에 대해 '시선 돌리기의 성격이 강하다'며 "잔머리 굴릴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지난 23일 시사저널TV에서 “검찰의 수사망이 시시각각 이 대표 본인을 향해 좁혀오고 있는데 무슨 장외 민생 행보냐?”며 “지금 여론의 관심은 온통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의 입에 쏠려 있다”면서 “(민생 행보는) 시선 돌리기의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 잔머리 굴릴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 교수는 “민주당에서 이 대표를 자꾸 엄호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대표는 모든 죄를 털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얘기를 해야 한다. 겨울을 맞으려면 혼자 맞아야지 왜 당 전체를 엄동설한에 내모나”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 대표가 경청 투어를 빌미로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다는 점에 대해 ‘상식 밖의 대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경청 투어는 이 대표가 지난 주 느닷없이 개시한 주말 지방 순회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지지층을 결집시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너무나도 뻔히 보인다는 지적이다.

조응천, 박용진 의원 등 28일 검찰 출두해서 ‘당당하게’ 맞서라고 요구

민주당 지도부의 단일대오 기류는 이미 균열이 난 상태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당당하게 싸워나가길 원한다. 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라며 분리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도 20일 CBS라디오에서 “당 대표 리더십이 안 보이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고, 이상민 의원도 19일 KBS라디오에서 “지금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은 당을 위해서도 별로 지혜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선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대표가 오히려 검찰에 출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때부터 '사법리스크'를 우려해온 이들은 대체로 '28일에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의원은 26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본인이 무죄를 주장하고 계시고 또 검찰의 정치공작을 비판하고 있는 만큼 검찰 공세에 뒷걸음질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란 각오로 당당하게 수사에 대응하는 것이 맞다"며 "그런 후에 당의 단결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이 대표 진짜 뭐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 받아”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26일 CBS라디오에서 이재명 당대표를 향해 28일 검찰에 출석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26일 CBS라디오에서 이재명 당대표를 향해 28일 검찰에 출석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역시 이날 CBS 라디오에서 "언제까지 안 나갈 수 없는 문제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제 주변에서 '너 뭐 알고 있는 거 없냐, 이 대표 진짜 뭐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많이들 물어본다"며 "이미 뭐가 있는 것 같은 인상을 국민들께 드렸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본인이 당당하면 검찰 조사에 응하면 된다. 이게 국민의힘과 차별점을 들 수 있는 이슈"라며 "28일(출석요구일)에 나가셔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위원장은 "계속 제가 말씀드렸던 것은 이 대표 혼자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대표직을) 내려놔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찌됐든 간에 국민들과 당원들이 뽑은, 선출된 당대표"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검찰 조사에 순순히 응하는 것, 그냥 제대로 당할 만큼 당해줘야 국민들께서도 이건 정말 검찰탄압이다, 이거는 정말로 정적을 내쫓으려는 윤석열 정권의 이런 문제를 이제 좀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거듭 출석을 촉구했다.

따라서 이 대표가 언제까지 미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지난 23일 MBC라디오에서 28일 출석은 쉽지 않다면서도 추가 소환조사에 응할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대표가) 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당당하게 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대표 신분이기 때문에, 최고위원회 회의나 가까운 분, 고문 등 여러 명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대표의 출석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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