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밀 경찰서'가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의 모 중식당에 붙어 있는 화교 단체 명패. 식당 업주 왕모 씨가 현재도 몸담고 있는 단체들로 추정된다. [사진=인스타그램, 편집=박준규]

'중국 비밀 경찰서'가 존재한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는 서울 한강변의 모 중식당의 업주 왕모 씨는 여러 화교 단체의 회장 직을 겸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의 중국'을 기치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을 주장하는 '한화중국화평통일촉진회(韓華中國和平統一促進會)'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과 캐나다가 이 단체를 순수 민간업체가 아닌 사실상 중국 정부의 앞잡이로 규정하기도 해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식당의 업주 왕 씨는 예전부터 여러 화교 단체의 임원 직을 겸했다.  지난 2010년 중국동포타운신문에 따르면 왕 씨는 재한 연변조선족자치주동향회 회장, 재한교민협회 부회장, 서울화교화인 중국평화촉통회 부회장, 한국 상무촉진교류협회 수석부회장, 재한동량련의총회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재한중국인들에게 있어 '큰손'이기도 했다. 당시 화교 관련 각종 행사나 공익활동에 아무런 조건 없이 해마다 2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현재까지도 위에서 거론된 단체의 임원 직 모두를 여전히 맡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지난 5월 초 중식당 내부를 촬영한 어느 이용객의 사진에 따르면 최소 3개의 단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중화국제문화교류협회' '한화중국화평통일촉진회' '중국재한교민협회'가 그것이다. 사진 속엔 세 단체의 명패가 식당의 벽면 한 켠에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포투데이의 2016년 기사에 따르면 왕 씨는 그해 11월 21일 여의도에서 열린 회장단 연석회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중국재한교민협회' 2기 총회장, '한화중국화평통일촉진회' 5기 총회장으로 당선됐었다. 

지난 2016년 11월 21일 여의도에서 열린 회장단 연석회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중국재한교민협회 및 한화중국화평통일촉진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된 왕 씨. [사진=동포투데이]

그런데 올해 2월 28일 에포크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왕 씨가 연관돼 있는 세 단체 중 두 단체가 중국 정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에포크타임스는 "한국에서는 '중국재한교민협회' '한화중국화평통일촉진연합회'가 중공 화교사무처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한국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던 것이다.

특히 '한화중국화평통일촉진회(화통회)'가 더 문제가 된단 지적이다.  '화통회'는 '중국의 평화로운 통일을 촉진하는 한국 화교의 모임'이란 뜻으로, 지난 2020년 10월 미국 국무부에 의해 '외국정부대행기관'으로 지정됐다. 에포크타임스는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이 단체를) 순수 민간단체가 아닌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 씨가 과거 인터뷰에서 중국 국무원과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펜앤드마이크는 25일 왕 씨가 지난 2016년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늘 베이징에 출장을 다니고, 매번 거의 모두 중국 국무원 화교 사무판공실이 개최하는 행사에 참가하곤 했다' '중국재한교민협회 총회 수석 부회장 직을 겸하고 있어 일상 사무 중 국무원과 많이 접촉하고 있다'고 직접 밝혔던 것이다. 왕 씨와 중국 국무원이 관련이 있다면, 그가 몸담고 있는 '중국재한교민협회' 및 '화통회'도 중국 국무원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 국무부가 이 단체가 '(중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으로 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의 화교판공실을 비롯해 중국 정부의 화교사무처는 서방 국가에서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돼 견제를 받고 있단 점에서 한국은 이에 지나치게 안일하단 지적도 나온다. 올 2월 캐나다 연방법원은 중국 국적 이민 희망자 2명이 중국공산당 국무원 교무판공실(화교 지원업무 사무처)의 간첩 행위에 연루돼 있다며 이민 신청을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의 중국 전문가들은 환영의 뜻을 내보이고 '화교사무처가 장기간 캐나다 화교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서 '캐나다에 이미 정착한 중국계 이민자들도 중국 화교사무처의 표적이 되면 중국에 남은 친지들에게 불이익이 갈까 두려워 그들(화교사무처)의 요구에 따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왕 씨가 몸담고 있는 '중국재한교민협회' 및 '화통회'가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다는 미국 국무부의 결론에도 이 단체들을 견제하거나 문제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중국 비밀 경찰서' 논란으로 인해 재한 중국인들 중 중국 정부 및 중국공산당의 수족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는 자각이 한국 내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국민들 사이에서 중국의 여러 '패악질'로 반중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에서도 중국이 '최대 수출 대상국'이란 경제적 이유를 들어 대(對)중국 견제에 소홀해왔다. 이 기사에서 다룬 '화통회' 논란에서도 여실히 보인단 평가다. 이번을 계기로 중국이 한국에 어떤 비밀스럽고도 불법적인 첩보 행위, 여론 조작 시도들을 해 왔는지 우리 방첩 당국이 낱낱이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비밀 경찰서' 논란에 대한 다른 기사는 위의 관련 기사에서 볼 수 있다.

중국 화교 단체들의 문제점을 지적한 에포크타임스 기사. [사진=에포크타임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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